청와대 핵심 당국자들이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KFX·보라매 사업)과 관련,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난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겨레>는 7일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지난해 5월 '한국형 전투기 사업 대책회의’에서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복수의 자문위원들은 "미국은 동맹국의 전투기 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정책과 태도를 보여왔다"며 "핵심기술 이전 및 개발비 분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문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TGP) 등이 미국이 수출승인을 허가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4월 미국은 이들 장비와 함께 '전자파 방해 장비'를 전투기에 통합하는 기술 등 4건에 대해 기술 이전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김관진 안보실장 역시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신문은 지난해 3월 김 실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중 기종 변경을 결정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주재했다면서, 김 실장이 별다른 대책 없이 사업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실장과 주 수석이 아닌,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만 책임을 물으려는 의도를 보였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지난 9월 25일 민정수석실에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정책 결정을 포함해 전투기 사업 관련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문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김 실장과 주 수석에 대해 "일부 책임은 있으나 검찰 수사가 필요한 사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에 대해 "'봐주기식' 결론"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 내용과 관련해 확인작업 하고 있고 봐주기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진상 확인 작업 결과 알릴 사항이 나오면 알리겠다"고 답했다.
주 수석이 지난해 5월 사안을 인지하게 됐다는 회의와 관련, 이 관계자는 "지난 5월 10일 외교안보수석 주재로 KFX 사업 관련 전문가 오찬 간담회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이 회의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성격의 회의였고, 당시 회의에서 토론된 주제도 보도된 내용과는 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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