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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회한, '노동 대부'의 참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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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눈물…회한, '노동 대부'의 참회록

단병호 의원, '십자가'지고 물러나던 날

전노협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상징인 단병호 의원이 20일 민주노동당 탈당을 선언했다.

단 의원은 민주노총 지도위원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당 위기의 본질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라고 고언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자신의 손으로 직접 채택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와 민주노동당의 노동부문 할당제는 결과적으로 당의 질적 발전을 가로막는 역기능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다"고 토로했다.

단 의원은 심상정 비대위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단 의원은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노동자로 돌아간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결단이 정치활동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단 의원은 심상정, 노회찬 의원과 크게는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장의 신당 흐름에 합류하기 보다는 현장 중심의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단 의원은 20일 오전 이같은 의사를 밝히면서 눈물을 내비치기도 했다.

"위기의 본질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
▲ 현장 노동자 출신의 단 의원은 1~4대 전노협 의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직을 역임했다ⓒ프레시안

단 의원은 "탈당의 결단은 고통스러웠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민주노동당은 위기의 본질을 통찰하고 있지 못하고, 따라서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 위기의 본질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가 그 첫째"라면서 "민주노동당 내에 민주노총 조합원은 있지만 민주노총 내에 민주노동당 당원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단 의원은 "민노당은 노동자 당원을 당의 중심에 세우기 위한 재조직화의 노력을 게을리 했고 사실상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에 위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와 민주노동당의 노동부문 할당제는 결과적으로 당의 질적 발전을 가로막는 역기능으로 작용했다고 저는 판단한다"고 말했다.

배타적 지지라는 형식적 틀에 의존한 나머지 당과 노총 사이에 건강한 관계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것.

또한 단 의원은 "언제부터인가 운동의 건강한 풍토는 사라지고 보수정치판의 잘못된 풍토가 당을 지배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면서 "수많은 토론과 결정에 비해 실천은 항상 미미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은 가까이하려 하면서도 과와 책임은 멀리하려고 한다. 진보정당에서 가장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풍토들이 또아리를 틀고 굳어져 있는 것"이라면서 "비대위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 의원은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의식화된 노동자 대오가 굳건하게 세워질 때만 가능하다고 확신한다"면서 "당은 이러한 문제인식에 충실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사임 의사를 밝히며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과의 관계설정, 노동부문 할당제, 배타적 지지 등 모든 것이 제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있을 때 결정되었다. 그러나 저는 이 모든 결정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질적 발전을 저해하는 잘못된 것이었다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자책했다.

단 의원은 "민주노총은 이러한 잘못된 결정을 여전히 조직적 방침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면서 "서로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민주노총 지도위원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민노당을 살리겠다"면서 오히려 민노당 현안에 대한 적극 개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파-자주파 중심의 현 민주노총 집행부는 민노당 내 민주노총 할당 축소 방침 등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단 의원은 "저는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노동자로 돌아간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결단이 정치활동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로 좌절하고 있을 노동자 동지들께서도 다시 한번 떨쳐 일어나 정말 제대로 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만들어 나가자"며 이같이 말했다.

"'당원의 집' 스티커를 내 손으로 뗐다"

단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서두에 "오늘 아침 6시에 집을 나서는데 저희 집 현관 앞의 '민노당 당원의 집'이라는 스티커를 제 손으로 떼고 왔다"고 말하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다수의 힘이 잘못 사용된 패권의 문제, 또 의제 확장하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문제, 장의 자기 변화와 혁신을 이루지 못했던 문제는 앞서 탈당한 사람들이 언급해서 따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자주파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한편 신당 세력과 관계설정을 묻는 질문에 단 의원은 "먼저 탈당하신 분이나 탈당 예고하신 분들이 저에게 공식적으로 이런 문제 상의해오지 않았다"면서 "저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정리해야 될, 판단해야 될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제가 나서서 그런 대화를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편치만은 않은 심기를 드러낸 것. 하지만 그는 "정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실하게 대화하고 올바르게 나아가는 과정이라면 어떤 사람과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부터 서로가 가진 생각들과 고민들 이야기해 봐야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노동자국회의원으로서의 지난 4년에 대해 단 의원은 "제가 국회 들어올 때 '국회 들어가는 오직 하나의 이유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하나의 표상 되겠다'고하고 들어왔는데 돌이켜보면 충실하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반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제의식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이런 걸 갖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지 못했다"면서 "초기에 당내에서 이런 저런 목소리 나오는 것 보다는 큰 문제 아니라면 좀 쉽게 쉽게 가자고 했던 제 자신의 안일함에 대해 반성도 많이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는 전재환 전 위원장 등 민주노총 전현직 위원장들이 민노당 탈당을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날짜가 겹친 것에 불과하지만 단 의원이 노동 현장의 새로운 정치 운동 중심에 설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음은 단병호 의원의 기자회견문 전문.

그동안 민주노동당을 아끼고 사랑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민주노동당에 보내주신 격려와 성원은 한국사회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그 뜻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 평생 무거운 짐 될 것

그리고 민주노동당을 여기까지 함께 만들어 온 모든 당직자 동지들과 당원 동지 여러분 미안합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는 사회변혁의 꿈 하나를 안고 견디어 왔습니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좀더 잘했더라면 당이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이 회한은 제 평생을 두고 무거운 짐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염원하며 힘들게 노동을 하면서도 당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그리고 헌신적으로 활동해 오신 노동자 동지들 감사합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국회에 들어간다고 약속하였는데 그 약속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려고 합니다. 민주노동당이 어려울 때 그리고 그 책임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국회의원의 직을 가지고 일한 사람으로서 탈당의 결단은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민주노동당은 위기의 본질을 통찰하고 있지 못하고, 따라서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이미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0명이 당선되는 등 민주노동당은 급성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토대가 튼튼하게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의 화려한 성장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의 토대를 굳건하게 다져야 할 때에 2008년 제일야당, 2012년 집권이라는 신기루를 쫓아다니며 허송세월을 보냈습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가 위기 본질

당 위기의 본질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가 그 첫째입니다. 민주노동당 당원의 40%가 노동자 입니다. 그 대다수가 민주노총 조합원입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내에 민주노총 조합원은 있지만 민주노총 내에 민주노동당 당원은 없었습니다.

당의 강령과 기본정책 그리고 당면한 정치방침을 가지고 노동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정치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당원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노동자 대중은 행사와 선거 때 그리고 재정을 조달하는데 필요한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당원을 당의 중심에 세우기 위한 재조직화의 노력을 게을리 하였습니다. 그나마 있었다면 현장분회 조직화 방침이 유일한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에 위임된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와 민주노동당의 노동부문 할당제는 결과적으로 당의 질적 발전을 가로막는 역기능으로 작용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언제부터인가 운동의 건강한 풍토는 사라지고 보수정치판의 잘못된 풍토가 당을 지배하는 형국이 되어버렸습니다. 보수 정당과 달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열정과 헌신성, 책임성과 도덕성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주노동당에 이런 강점은 사라져버렸습니다.

수많은 토론과 결정에 비해 실천은 항상 미미하였습니다. 사업에 대해 진지하게 평가하고, 그 평가에 대해 진솔하고 겸허하게 수용하는 기풍은 사라지고 논쟁만 남아 있습니다. 공은 가까이하려 하면서도 과와 책임은 멀리하려고 합니다. 진보정당에서 가장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풍토들이 또아리를 틀고 굳어져 있는 것입니다.

내가 민주노동당을 떠나는 이유

비대위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명을 바꾸고, 강령을 개정하고, 시민단체 명망가 몇 명이 더 당에 합류한다고 해서 진보정당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의식화된 노동자 대오가 굳건하게 세워질 때만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현재까지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문제인식에 충실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합니다. 이것이 제가 민주노동당을 떠나는 이유 입니다.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사임합니다. 저는 4년 6개월 동안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일을 하였습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과의 관계설정, 노동부문 할당제, 배타적 지지 등 모든 것이 제가 위원장으로 있을 때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모든 결정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질적 발전을 저해하는 잘못된 것이었다는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러한 잘못된 결정을 여전히 조직적 방침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방침은 빨리 고치고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민주노총 지도위원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18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포항 남구에서 민주노동당과 함께 포항의 변화를 만들어 보자고 열심히 주민들에게 호소하고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2월 2일까지 그렇게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면서 민주노동당이 서민의 행복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민주노동당과는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인 도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의 성원을 소중하게 키워내지 못한 책임에 대해 조용히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노동자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단이 정치활동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만날 것입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일이라면 누구와도 함께 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로 좌절하고 있을 노동자 동지들께서도 다시 한번 떨쳐 일어나 정말 제대로 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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