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어제 새정치연합 비주류는 '새정치연합 뭐가 문제인가'라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의원은 "박근혜 정권의 수구회귀 음모가 당 혁신을 기피하고 덮는 이유는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런 안철수 의원에게 '국정화 저지에 당력을 모아야 할 때 왜 뒤에서 총질을 하느냐'는 지적은 들리지 않을 겁니다.
물론 안철수 의원이 국정화 시도를 가벼이 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께 '낡은 진보' 청산 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화 시도와 낡은 이념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 특별히 요구한 걸 보면 사안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그건 그거대로 대처하고 이건 이거대로 대처한다는 투 트랙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잘못된 것입니다. 다른 누구의 가치기준이 아니라 안철수 의원 스스로 천명한 가치기준에 따르면 어리석은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그저께 발표한 '낡은 진보' 청산 방안에 따르면 분명 그렇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낡은 진보' 청산의 4대 기조 가운데 하나로 '합리적 개혁 대 기득권 수구'의 정치구도를 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토론회에서도 "보수 대 진보의 구도가 아니라 합리적 개혁 대 기득권 수구의 구도로 대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고요.
안철수 의원이 설정한 이 기조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의 국정화 강행은 더할 나위 없는 소재이자 필사적 극복과제입니다. 안철수 의원 스스로 규정했듯이 국정화 강행은 '이념적 퇴행'으로서, 전형적인 수구 행태입니다. 따라서 안철수 의원이 그 누구보다 앞서서 수구적인 국정화 시도에 맞서야 합니다. 그러면 안철수 의원은 '합리적 개혁'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기득권 수구'에 맞서는 '합리적 개혁'의 실천방안은 명징합니다. 불안감을 떨쳐내고 올곧게, 배타성을 걷어내고 다함께, 무능에서 벗어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기득권 수구'의 전형인 국정화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선도적으로 내놓은 다음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폭넓은 연대의 틀에서 대결을 끌어가는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낡은 진보’에 사로잡힌 당의 문제점으로 배타성·무능·불안·무비전을 지적한 만큼 ‘합리적 개혁'의 경쟁력은 그 안티테제가 될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 입장에서 이렇게만 하면 모든 일은 저절로 풀립니다.
새정치연합의 혁신이 두고두고 문제인 것은 그것이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입니다.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에 국민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반면 '그들'은 죽기살기로 싸우는 것입니다. 이러다보니 상황이 공전하고 매듭이 꼬여가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푸는 유일한 방법은 '혁신의 대중화'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혁신안이 협애화 됐다고 비판하지만 국민은 안철수 의원의 혁신이 선문답 같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혁신의 대중화'는 절실합니다.
'혁신의 대중화'를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이 진짜 변하고 있음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것이고, 각인의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과 함께 하면서 변하는 것입니다. 혁신과제를 대중전선에 끌어다놓는 것입니다.
그 대중전선이 바로 국정화 저지 투쟁입니다. 이 대중전선 속에서 '합리적 개혁'을 몸으로 실천해 보십시오. 이 대중전선 속에서 배타성과 무능과 불안과 무비전의 극복대안을 구체적으로 시연해 보십시오. 그러면 혁신의 동력원이 확충되면서 혁신의 주도권은 사은품처럼 딸려올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낡은 진보' 청산 방안을 발표하면서 "새누리당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분노하는 국민들에게 대안이 되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부르짖은 바 있는데 이 길이 지금 활짝 열려 있습니다. 비틀거리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한번 해 보십시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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