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베이징에서 꽌시 자랑 말고, 상하이에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베이징에서 꽌시 자랑 말고, 상하이에서…"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 중국

중국에 살고 있다, 중국을 공부했다,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런 말들이 오가면, 흔히 중국에 대해 잘 알 것으로 생각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이 날아온다.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중국 사람들 어떻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참으로 난감하다. 딱히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시간 아침 8시에 신강위구르는 아직 깜깜한 새벽

흔히들 중국을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로 설명한다. 영토, 국민, 물산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세계 육지 면적의 15분의 1을 차지하며,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만도 14개 국가이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8개 국가까지 합치면 22개 국가와 이웃하고 있을 정도의 큰 나라다. 남북한 전체 면적의 44배 크기라면 좀 더 실감이 날지 모르겠다.

중국의 동부와 서부는 서너 시간의 시차가 날 정도로 멀다. 물론 행정 편의상 베이징 표준 시간을 따르지만 말이다. 베이징의 시간이 오전 8시면 신강위구르 자치구는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어두운 새벽이다. 명절 연휴가 되면 민족 대이동으로 몸살을 앓는다. 서울에서 부산 가는 거리 정도가 아니다. 고향 가느라 2박 3일 이동하는 것은 중국에서 크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해발 7000~8000미터의 대산맥과 해발 1000여 미터를 훌쩍 넘는 고원 지역이 있는가 하면, 동부 해안 지대와 같이 해발 200미터 정도의 살기 좋은 평원도 있다. 하나의 중국에 아주 다양한 지대, 다양한 모습이 혼재한다. 인구 밀도도 1제곱킬로미터당 2000명이 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티베트와 같이 2명도 채 안 되는 황량한 지역도 있다. 한족을 포함한 56개 민족이 어울려 살며 각 민족의 언어와 문자, 문화와 풍습을 보존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런 중국을 어찌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까.

▲ 춘절에 고향으로 향하는 중국인들 ©연합뉴스

꽌시(關係) vs. 글로벌 스탠더드

이렇게 중국인은 넓은 공간을 두고 산다. 게다가 세계로 얼굴을 내민 개혁 개방의 시간에도 지역마다 차이가 난다. 현대화의 모습에서도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 중국에 대한 편견이 난무한다. 중국 내륙을 여행한 사람은 중국을 여전히 못사는 나라로 생각하기 일쑤고, 상하이, 베이징을 여행한 사람은 중국의 현대화된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돈에 대한 관념에서도 지역 간 차이가 분명하다. 일찍 개방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돈을 터부시하는 곳도 있다. 꽌시(關係)를 중시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제도와 법률이 우선시 되는 지역도 생겨난다. 버스 정류장에서 줄을 서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질서라는 말 자체를 입에 올리기 민망한 지역도 많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은 관료들이 집중되어 있는 도시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생활을 한다. 소비에서도 접대성 소비가 많다. 사교의 장소에서 나오는 일상적 화제도 대부분 정치적이거나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걱정하는 거시적 화제이다.

그러나 저 남부 지역의 광둥(廣東)은 이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정치적 화제보다는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화제에 더욱 집중한다. 금리가 좀 더 싼 은행이 어디라든가, 무슨 업종이 앞으로 잘 나갈 것이라든가 등등을 이야기 한다. "광둥 사람들은 일상생활이 곧 사업이다"라는 말이 공연히 나온 것이 아닌 것이다.

상하이(上海)는 금융의 중심지이자 서구 문명의 영향이 가장 큰 지역이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가장 잘 통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화의 정도가 수도 베이징보다 훨씬 앞서는 지역이다. 서부 대개발의 거점 도시인 청두(成都)는 소득 수준보다 소비 수준이 높은 지역이다. 이 지역 사람들의 낙천적인 기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둥베이(東北) 사람들은 베이징 사람들보다도 더욱 체면을 중시하고 꽌시를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계약서보다는 정과 의리가 더욱 효과적인 지역이 둥베이라는 것이다. "베이징에 가서 꽌시를 자랑하지 말고, 상하이 가서 돈 자랑하지 말며, 광둥 가서는 장사 잘한다는 자랑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직도 중국에 회자된다.

베이징은 중앙 정부가 있는 곳이니 누구든 꽌시를 가지고 있을 터이고, 상하이는 금융 도시이니 돈이 넘치는 지역이다. 광둥 사람들은 옛날부터 장사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니 함부로 나서서 자랑하지 말라는 경구(警句)다. 중국인들조차도 중국이 각 지역마다 다양하고도 독특한 특색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차이 나'니까 'China'

이렇듯 중국의 각 지역 간 차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누구의 말처럼 지역 간이나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영문 이름도 'China'인가 보다. 이렇게 차이 나는 사람들이 서로 동질성을 갖기란 좀체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표준어 정책을 사용하면서 보통화 보급에 힘쓰고는 있으나, 각 지방의 고유 사투리는 여전히 그 지역의 주요한 소통 수단이 되고 있으며, 해당 지역의 고유 문화를 지속 재생산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혹자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전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다지만, 중국에서는 그 위세를 떨치지 못한다. 이쯤 되면 중국을 통째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중국을 하나로 이해'하고 '한마디로 설명'하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이 중국에 진출한 지 벌써 20여 년이다. 그동안 좌충우돌 수많은 경험을 했다. 해당 지역의 환경이나 문화, 해당 지역 사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진출했었다. 책상에 앉아서 판단한 중국이었으니 실패 사례도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전철을 뒤풀이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공해서 해외로 수출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중국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쉼 없이 변화하는 중국,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내수 시장을 공략하려면 시장의 성격을 정확히 알아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시장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제품 중심', '소비자 중심'의 시장에서 '가치 중심'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화장품 회사는 화장품이라는 '제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파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환영받는다. 장난감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즐거움을 파는 사람이어야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이제는 서비스와 가치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미지와 분위기,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이들의 욕구를 맞춰주는 가치의 생산이 중요하다. 이러한 가치의 생산은 중국인의 행위 방식, 중국인의 욕구를 모르고는 절대로 해낼 수 없다. 해당 지역의 특성을 모르고는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 각 지역의 '지역마다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중국을 통째로 이해하려는 수준에서 이제는 중국의 다양한 지역, 다양한 특성을 잡아내는데 주력해야 한다. '차이나'라는 이름처럼 중국의 각 지역, 중국의 각 민족, 중국의 각 세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제대로 알아야만 중국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칼럼의 문제의식이다. 필자는 앞으로 개혁 개방이 시작된 지점에서 출발하여 중국을 두루두루 살펴가며 독자들에게 중국 각 지역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 작정이다. 기대하시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