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태를 알기 위해 사람들은 1~2년에 한 번 큰돈 들여 검진센터를 찾곤 한다. 만일 나의 가족력과 체질, 생활습관을 잘 아는 의사가 꾸준히 건강 상담을 해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검진이 있을까. 사람들은 가까이에서 건강을 살펴 주고 생활에서 건강을 챙기는 건강돌봄센터가 있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세운 것이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행복한마을)이다.
경기 안양시의 신도시 평촌 번화가에 터를 잡은 '행복한마을'(cafe.daum.net/happymedicoop)은 2012년 9월 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시작해 2013년 3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지역 주민 건강돌봄센터다. 의료복지협동조합이 대개 그렇듯이 행복한마을도 과천·군포·안양·의왕시 주민과 생활협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이 뜻을 모아 세운 곳이다. 행복한마을의 조합원은 현재 1000여 명으로 처음 500명으로 시작하여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조합원은 직원조합원과 소비자조합원으로 구성되었으며, 지난해 7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지역 주민들도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비조합원 이용률이 15퍼센트(%)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금 운영하는 한의원은 2013년 6월에 문을 열었고, 의왕시에서 개인 한의원을 운영하던 정홍상 씨가 그곳을 접고 원장으로 참여하여 진료를 맡았다. 행복한마을은 정홍상 원장과 함께 목요일 오전 복지관에서 취약계층 무료진료를 하며, 그 활동을 기반으로 2014년 12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 등 전문 인력 인건비를 지원받게 되어 지역사회 건강 돌봄 활동에 활력을 보탰다.
월 조합비 모아 취약계층 무료 진료
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개인의료사업을 하는 유사 의료생협과 구분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참여한 조합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건강을 함께 돌보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자 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지 못하는 영역이기도 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건강한 지역을 만들어가는 게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할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주치의사업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와 함께하는 사업으로 현재 장애인 15명이 신청했다. 개별 방문 진료를 하는 방식인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노인재가요양사업도 추진하려고 한다. 하반기에 장기요양사업을 하고 조합원활동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 요양원 운영도 꿈꾸고 있다.
주치의 제도에 가장 잘 맞는 한의원
행복한마을 한의원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개인 생활습관을 비롯해 건강에 대해 묻는 다양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무릎이 몹시 아프다고 해도 당장 통증을 가라앉히기보다 왜 그런 증세가 나타났는지 체질과 생활습관, 특별한 이유를 함께 살피는 것이 정홍상 원장의 진료 방침이다. 이렇게 한번 작성해 놓은 개인 건강진단표를 토대로 언제 내원하더라도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의료복지협동조합은 한의원이나 가정의학 의원을 개원한다. 주치의 제도를 가장 잘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의원은 과잉진료를 막고 약재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약을 함부로 권하지 않고, 가벼운 감기나 소화불량에는 보험약을 처방하며, 꼭 필요할 때만 탕약을 권하니, 맘 편히 한의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박정민 사무행정실장은 말한다.
정홍상 원장은 아픈 곳을 치료하기보다 건강할 때 미리 건강을 돌본다는 의료복지협동조합의 취지에 맞게 건강실천단 활동과 몸속의 독소를 빼는 해독생기법을 시행하고, 2주에 한 번 저녁 시간에 조합원들과 동의보감 공부모임을 꾸려 원리를 공부하도록 돕는다.
치료보다 예방을 우선하는 행복한마을답게 건강을 주제로 한 조합원활동도 눈에 띈다. 가장 호응이 좋은 것으로 '몸 펴기 모임'이다. 병원 설립 전부터 7명이 시작했던 모임이 이제는 지역별로 모임을 꾸려 전체 90여 명으로 커졌다.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30분가량 이어지는 진료상담과 억지로 약을 권하지 않고, 생활습관과 체질을 고려하여 병증을 진단하는 모습은 협동조합에 대한 호감으로까지 이어졌다.
"진료실만이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 조합원들을 만나고 함께 활동하는 것이 즐겁다."
개인병원을 닫고 협동조합에 참여한 정홍상 원장은 그때 용기를 내 협동조합을 선택한 것에 만족한다. 개인이 아닌 집단 운영체제에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발견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시골에 숙박하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입원해서 치료받을 수 있는 자연치유센터 같은 시설을 운영하고 싶다."
정홍상 원장의 꿈이다. 특히 난치병을 자연요법으로 다스리는 꿈을 꾸고 있다. 행복한마을은 앞으로 가정의학의원도 개설하기로 약속했다. 가능하다면 치과도 열 생각이다. 사람들은 가족의 주치의, 지역 주민들의 병원이 있는 마을에서 오래 살고 싶어 한다. 그 중심에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있다.
의료생활협동조합 VS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란?
지역주민과 의료인들이 함께 출자해 설립한 협동조합으로, 협동조합기본법에 의거해 보건복지부에서 인가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의료와 관련한 사회적협동조합은 다른 유형과 달리 설립 조건이 엄격하다. 출자금 1억 원에 조합원 500명 이상일 때 설립 가능하고, 조합원 기본 출자금은 5만 원 이상이다.
-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이유는?
의료생협은 출자금 3000만 원에 조합원 300명 이상이면 설립할 수 있고, 의료인이 아니어도 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영리를 목적으로 사무장이 의료인을 고용해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달고 병원을 설립하는 경우다. 행복한마을은 이러한 유사 의료생협과 다르게 공공 목적을 실현하려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다른 한편, 의료생협은 소비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면이 강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공공의료를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기부도 받을 수 있고, 자원봉사자도 모집할 수 있으며, 공익적 의료서비스를 개발해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도록 한다.
- 공공의료를 담당하려면 비조합원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능한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이용 조합원의 50% 미만인 한도 내에서 비조합원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병원들은 대개 비조합원 이용률이 40% 정도다. 단 조합원이 병원을 이용할 때 비급여 약재와 진료에 한하여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 유사 의료생협과 어떻게 구분하나?
현재 제대로 운영되는 의료생협들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대부분 전환했고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에 참여한다. 인터넷(www.hwsocoop.or.kr)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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