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센 걸까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찍어낸 데 이어 김무성 대표마저 무릎 꿇리려 하니까 그의 힘은 정말 센 거라고 믿어야 하는 걸까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박 대통령의 힘은 무척 셉니다. 세다 못해 서슬이 퍼럴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묻습니다. 박 대통령은 정말 센 걸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치적 갈등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면 박 대통령의 힘은 단연 '금강불괴(金剛不壞)'급이지만, 갈등의 양상에 초점을 맞추면 그 금강불괴급 정치 완력에 미세균열이 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승민의 경우와 김무성의 경우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에 의해 '찍혔다'는 점이 강조되느라,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는 공통점입니다. 바로 '대들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청와대의 만류와 반대를 무릅쓰고 '대들었다'는 점입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반대 입장을 전했는데도 국회법 개정을 밀어붙였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현기환 정무수석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데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밀어붙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뭘 몰라서, 분위기 파악 못해서 대든 게 아니라 알면서도,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들었습니다.
다음은 표출이었습니다. 막후에서의 갈등은 조정되지 못한 채 공개적으로 표출됐습니다. 유승민의 경우 청와대가 언론 플레이를 통해 '막후'를 까발렸고, 김무성의 경우 아예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실을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청와대가 정치적 갈등의 당사자로 공개 링 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링 위에서의 주먹질을 마다치 않음으로써 양자의 갈등은 공방으로 레벨업 됐습니다.
마지막은 친정이었습니다. 비서진의 위력으로는 유승민과 김무성을 제압하지 못하니까 박 대통령이 직접 링 위에 올라 판 정리에 나섰습니다. 김무성의 경우는 아직 진행형이니까 지켜볼 일이고, 유승민의 경우는 '배신의 정치'라고 쏘아붙이며 퇴장을 강요했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단계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벌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승민과 김무성의 경우 바람보다 먼저 눕는 게 아니라, 바람에 아니 밀리려고 대들었고 버텼습니다. 그 바람의 발원지가 최고 권력자였는데도 정치적 도전을 마다치 않았습니다. 그 맞은편에 있던 박 대통령은 총력을 다 했습니다. 막후에서의 조용한 진압이 먹히지 않고, 비서진을 통한 대리 제어가 먹히지 않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험한 꼴을 연출해야 했습니다. 국민 모두가 지켜보는 링 위에 올라 '맞짱'을 떠야만 했습니다.
동서양 공히 전해오는 경구가 있습니다.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권력, 힘을 앞세워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권력이 가장 약한 권력이라는 경구입니다. 승복과 동의에 기반하지 않고 억압과 통제에 의지하는 권력은 억압과 통제의 힘이 느슨해진 지점에서 쓰라린 반전의 결말을 맞게 된다는 경구입니다.
박 대통령이 행사하는 권력 또한 약한 권력입니다. 정치적 반대 세력도 아닌 자기편의 승복과 동의조차 끌어내지 못하는 권력, 그래서 막후도 아니고 광장에서 자기 세력과 드잡이를 해야 하는 권력이기에 약하디약한 권력입니다.
이렇게 규정하고 보면 공천룰에 대한 청와대의 비타협적 태도를 달리 읽게 됩니다. 그건 자기 고백의 몸부림입니다. 국정이 아니라 당무에 해당하는 공천룰에 대해 청와대가 앞뒤 가리지 않고 논란과 공방의 당사자로 뛰어드는 모습, 어떻게 해서든 전략공천의 길을 열려는 모습은 불안감의 표출입니다. 전략공천을 통해 친위 세력을 정치적 호위부대로 편제해야만 이후가 편안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의 표출입니다.
박근혜 권력은 참 약한 권력입니다. 나약하고 취약한 권력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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