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노회찬 의원을 비롯해 지역 위원장, 민주노총 간부 등 평등파 주요 인사 50여 명이 13일 저녁 비공개 회동을 갖고 진보신당 창당을 논의했다. 이들은 조직적 탈당과 신당 설립 자체에 대한 이견은 없었지만 구체적 로드맵은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묘한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심상정-노회찬, 너무 재는 것 아니냐?"
신당파의 기류는 크게 △ 조기 창당을 통해 4월 총선 적극 대응 △총선 일정에 얽매이지 않는 광범위한 창당 작업 진행 △ 4월 총선 이전의 법적 창당과 이후의 실제적 창당으로 이원화 등으로 나뉜다.
민노당 탈당은 대체적인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창당 시기와 방법을 둘러싸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게 정체현상의 원인이다.
우선 노회찬-심상정 등 인지도를 가진 현역 의원들과 지역에서 민노당 간판으로 총선을 준비해 온 지역위원장들의 이해관계가 어긋난다. 노, 심 의원은 설령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해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무명의 총선출마자들은 당의 외피가 절실하다.
이로 인해 평등파 모임인 '전진'의 주요 관계자는 14일 "심상정, 노회찬 두 의원이 너무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제는 더 숙고할 시간도 남지 않았다. 두 사람도 20일까지는 계획을 확정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심상정 의원의 경우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은 무소속 출마라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비례대표 의석도 확보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나를 포함해 여러 사람들이 지역구에 출마해 뒷받침을 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주파 패권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사건에 의해 출신 지역위원회에서 쫓겨나다시피한 이 관계자는 "원 지역으로 돌아가서 이번 총선에서부터 그쪽과 신경전을 펼치며 정면충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탈당 결의를 한 서울의 한 지역위원장도 "두 사람이 너무 재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조직적 행동을 예고했으면 공개적 논의와 전망을 보여줘야 할 것인데 소중한 시기에 아무 메시지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 지역위원장은 "동네를 다녀보면 분명하다"면서 "우리 이야기를 이해해서인지, 아니면 당 이미지가 너무 떨어져서 인지 모르겠는데 주민들이 다 잘했다고 격려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지역의 요구는 총선용 급조정당에 대한 우려를 낳는 것도 사실이다. 알맹이 없이 외피만 만들어 놓을 경우 '평등파 정당', '반민노당' 정도로 왜소화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신생정당이 불과 1개월여 만에 인지도를 높여 총선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챙길 수 있느냐는 점에서도 전망은 회의적이다.
이에 따라 평등파 진영은 오는 24일 진보신당 창당에 관한 토론회를 열어 진로를 모색키로 했으나 이견이 쉽게 조율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천영세 대행은 14일 오전 당사에서 민주노총 등 배타적 지지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향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김창현 전 사무총장 등 자주파 인사들은 "대중조직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었다.
민주노동당은 내주 중앙위원회를 열어 수습방안을 확정하고 총선 방침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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