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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무성-문재인 '9.28 합의', 호텔 밀실 야합"

친박계 "대통령 해외 나갔을 때 이런 일이..." 집단 반발

추석 다음날 나온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9.28 합의'가 여야 각 진영 내에서 반대에 부딪혔다.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가 반대하고 나섰고, 야권에서는 새정치연합 외부의 진보 세력들이 '나눠먹기', '밀실 야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들은 협상 내용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진짜 중요한 문제(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이번 합의는 별 의미가 없다'는 태도다.

앞서 김무성·문재인 대표는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안심번호'를 활용한 유사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의 경선을 여야가 동시에 치르되, 만약 한쪽 정당이 빠지게 될 경우 역선택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의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었다. (☞관련 기사 : 김무성·문재인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의견 접근")

새누리당에서는…친박 "문재인 손 들어 준 졸작 협상"

새누리당은 추석 연휴 기간 중인 29일 아침 이례적으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전날 양당 대표 회동의 경과와 배경을 공유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과, 구 친이계 출신이지만 '유승민 사태'를 거치며 친박계와 정치적 이해를 같이하게 된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참석했으나 먼저 자리를 떴다. 친박 핵심 의원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친박계가 회의를 보이콧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장 밖에서는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과, 친박 핵심인 조원진 의원 등이 '9.28 합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이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 대표와 친노계의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을 했다"고 김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협상 내용도 너무 미흡하고 부실하다"고 혹평했다. 특히 조 의원은 "대통령이 해외에 나갔는데 또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이게 한 번도 아니고…"라며 "(김 대표가) 너무 조급해 보인다"라고 박 대통령 방미 중 야당 대표와 만난 것 자체를 문제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윤상현 특보도 통신에 "야당의 '안심번호'가 반개혁적·반혁신적이라고 비판한 분이 이를 수용했다"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 상황 변화에 대해 김 대표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역시 친박계에 속하는 김태흠 의원도 "안심번호는 현재의 경선 룰보다 여론을 더 왜곡시킬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후임으로 합의추대됐지만, 오픈프라이머리 건을 놓고는 김무성 지도부와 등을 돌리기 시작한 원유철 원내대표는 아예 '9.28 합의'의 의미를 "(오픈프라이머리가 아닌)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규정했다. 원 원내대표는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은 완전국민경선 방식을 하려고 했는데 새정치연합에서 다른 결정을 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서 앞으로 국민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을 토대로 새누리당만의 새로운 상향식 공천 방식,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다음날인 30일 오후 정치제도 개선 관련 의원총회를 소집해놓은 상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박계가 이처럼 오픈프라이머리에 예민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지분 확보'라는 시각이 나온다. 구 친이계 출신인 정두언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구·경북(TK) 지역을 중심으로 한 친박 세력이 박 대통령의 전략공천을 받아 '월급쟁이 거수기' 노릇을 하고 싶은데, 김 대표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며 제동을 거니 못마땅한 것 같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홍문종 의원은 지난 23일 YTN 인터뷰에서 "야당은 '기소되면 안 된다', '전과가 있어도 안 된다', '당 대표들은 다 물러나라'고 국민들이 보기에 박수칠 안(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오픈프라이머리는 그것과 상관 없다"며 "문재인 대표가 (총선에) 나오는 곳에 김 대표가 한번 나가는 것은 어떨까, 그런 전략·전술은 우리가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 지금은 그런 전략·전술에 대해 같이 이야기할 때"라고 말했다. 김 대표 스스로 전략공천 대상이 되라는 얘기다.

홍 의원은 특히 김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이 '전략공천을 5%만 해도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그 분이 말씀하신 국민이 어떤 국민인지 잘 모르겠다"고 맞받으면서 "(청와대 비서관 등 '박근혜 키즈'라는) 그런 분들이 오는 것에 대해서도 당에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당 나름대로 여론수렴을 거쳐야 될 거 아니냐. 대통령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은 정치하러 오면 안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회동을 가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합의 사항을 언론에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서도 정의당 "전형적 나눠먹기", 녹색당 "호텔 밀실 논의"…새정치 비주류는?

새누리당 내부의 '9.28 합의' 반대는 이처럼 전략공천 등을 통한 친박계의 공천 지분 확보가 그 동력인 반면, 야권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칫 이번 합의가 비례대표 의석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강한 반발을 낳고 있다.

의석수 5석의 정의당은 "선거제도 근간에 대한 혁신적 변화는 뒤로 미룬 채, 국민 부담의 우려가 있는 오픈프라이머리가 논의의 핵심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하며 "양당 대표의 회동과 그 합의 내용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번 합의는 거대 양당 정치적 공학의 산물"이라면서 "가장 공정해야 할 선거 제도와 총선 룰에 대해, 거대 양당만이 필요한 내용을 주고받는 것은 전형적인 나눠먹기"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9.28 합의'에 대해 "당내 반발에 부딪힌 '김무성 오픈프라이머리'를 살려내기 위해 문재인 대표가 한 손 거든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원외 진보정당인 녹색당도 "(합의) 내용을 보면, 정작 중요한 '비례대표제 대폭 확대'같은 의제는 언급도 없었다"며 "비례대표 의석 수 문제에 대해서는 무슨 논의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이는) 밀실 논의" 라는 지적을 했다.

녹색당은 특히 원론적 입장에서 오픈프라이머리 제도에 대해 비판하면서 "(합의 내용은) 안심번호를 활용해서 '국민 공천'을 하겠다는 것이나, 새누리당·새정치연합 공천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면 될 일이지 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선관위가 자신들의 공천까지 관리해 줘야 하는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이들은 "선관위 추계에 따르면 오픈프라이머리 관리 비용이 368억 원"이라며 "자기 정당 공천도 관리할 능력이 없는 정당이라면 아예 문을 닫는 게 맞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29일 논평을 내어 "문 대표는 김 대표의 오랜 주장인 '국민공천제'를 수용하면서도,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인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비례대표-지역구 의석 수 문제'는 추후 논의하기로 한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연합도 겉으로 하는 말과 달리 거대 양당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수용할 생각이 없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며 "양 대표의 합의는 추석 연휴 기간을 겨냥한 졸속 이벤트이자 양당 모두 기득권 정당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 그룹은 '9.28 합의'의 골자인 안심번호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평가를 내놓지 않은 채 형세를 관망하고 있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가까운 노웅래 의원은 <뉴시스> 인터뷰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비례대표 의원 등을 가지고 여야가 첨예하게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지 않나"라며 "(이런 논쟁적 부분이 빠진) '반쪽 합의'기 때문에 결국 잘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혹평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이윤석 의원도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안심번호제 도입보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더 중요하다"며 "농촌 선거구 획정을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하는데 엉뚱한 합의만 해 아쉬운 결과"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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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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