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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쿠팡은 '정품 제조업체'를 어떻게 파산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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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쿠팡은 '정품 제조업체'를 어떻게 파산시켰나

쿠팡 "정품인지 어떻게 일일이 확인하고 파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잇따라 '갑질'과 '횡포'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위메프의 '채용갑질'에 이어 이번에는 '소셜커머스계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쿠팡이 특허를 받은 제품의 짝퉁을 팔아 정품을 생산해온 중소업체를 파산시켰다는 '상생 파괴 갑질' 혐의로 국정감사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현재 파산한 중소업체 (주)스윙고는 쿠팡을 상표권·특허권 위반죄로 고소했고, 쿠팡은 공갈미수 혐의로 맞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일종의 진실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소속으로 이 사건을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6일 "쿠팡이 스윙고가 납품하지 않는 짝퉁 제품(등산용 힙색)을 저가에 팔아 스윙고의 기존 거래선이 모두 끊어져 파산하게 됐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이 사건이 진실게임을 벗어난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오히려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큰 잘못도 없는데, 스윙고의 파산에 책임질 이유도 없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받느라고 시달렸다는 것이다.


▲지난 9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은상 위메프 대표이사(왼쪽부터) 박대준 쿠팡 이사,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이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품 판매업체가 아닌 업체로 납품선 바꾸고도 정품 확인 안해


쿠팡은 해명 자료를 통해, (주)리빙스토리라는 판매업체와 정식계약을 맺어 스윙고 제품을 판매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 측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명품 정도가 아니라면, 어떻게 일일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확인하고 판매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쿠팡을 비롯한 대형유통업체들의 공통된 '갑질 의식'이 드러나고 있다. 소비자는 스윙고라는 업체를 믿고 쿠팡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고의는 아닐지 몰라도 짝퉁 제품을 팔게 돼 정품을 만드는 업체의 판로가 막혀 파산하게 됐다면 이에 대해 보상 책임이 없느냐는 점이다.


쿠팡 측은 바로 이 점에서 스윙고 사건에서도 '상생 의식'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쿠팡은 2013년 4월 초부터 2014년 4월 13일까지 스윙고 제품의 정식 판매업체인 '세놈'으로부터 납품을 받아 1만9900원에 스윙고 힙색을 판매했다. 그러다 동일한 제품을 1만 2900원에 7000원 낮게 판매하는 '리빙스토리'라는 업체로부터 납품을 받아 판매를 했다. 정식 판매업체가 아닌 리빙스토리로 납품선을 바꾸면서도 진품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쿠팡 측의 귀책사유로 보인다.

스윙고의 등산용 힙색은 중소기업의 특허제품(특허등록 제954496호·2010년 4월 15일 등록)으로 블랙야크·빈폴 등 유명 아웃도어와 패션 브랜드에 공급되던 제품이다. 그러나 쿠팡에서 1만원 대 헐값에 팔리자 곧바로 기존 거래선들이 항의하며 떨어져 나갔다. 이것이 스윙고 측이 파산 원인을 쿠팡이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정황이다.

쿠팡도 리빙스토리에서 납품받은 제품에 대해 짝퉁 시비가 제기되자, 신속하게 판매를 중단하기는 했다. 지난해 4월 21일 오전 7시부터 23일 오후 4시까지 불과 2일 9시간 동안 47개 판매 후 주문 취소 처리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리빙스토리가 납품한 스윙고 힙색에 대해 짝퉁 여부를 가려달라고 스윙고 측에 요청했으나, 스윙고 측은 "직접 납품한 적이 없으니 짝퉁이다"라는 주장만 반복했을 뿐, 상품을 실제로 보지도 않았으며 짝퉁이라는 증거도 전혀 없는 상태라는 것이 쿠팡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스윙고의 김정수 대표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쿠팡의 구매담담 팀장이 과실에 대한 보상으로 '5만 개 판매를 보장'한다는 제안을 했다"면서 "이런 약속이 상부에도 보고됐으며, 이런 조건으로 더 이상 법적으로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내용도 쿠팡의 법무팀에 확인해주는 이메일까지 주고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영표 의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녹취 일부를 직접 들려주며 사실 관계를 따져묻자 박대준 쿠팡 정책실장은 "(녹취 내용을) 처음 듣는다. 확인해보겠다"고만 답변했다. 박 정책실장은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37) 대표 대신 증인으로 나온 임원이다.

김정수 스윙고 대표는 이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쿠팡 측 증인이 위증했다는 것을 증명할 자료도 다 갖고 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라는 변호사의 만류로 공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이번 산자위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농구를 하다 다쳐 나갈 수 없다"면서 국감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소셜커머스 3사 대표 중 쿠팡 대표를 제외한 위메프와 티몬 대표는 모두 국감 현장에 참석해 직접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한 것과 대조적이며, 김범석 대표가 증인 출석을 "고의로 기피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홍 의원은 오는 10월 6일 열리는 산자위 종합 국감 때까지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고 쿠팡에 요청한 상태이다. 하지만 쿠팡이 제대로 된 상생정신으로 후속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쿠팡은 이미 협력업체와 업무제휴 협약서를 체결하면서 "정하는 기간 쿠팡의 경쟁사와 동일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조항을 강요해 배타조건부 거래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등 '갑질'로 논란을 일으켜 왔다. 비영업용 차량으로 물건을 배송하면서 물류업계와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현행 운수사업법은 비영업용 차량으로 돈을 받고 물건을 배송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한다.

'스윙고 사건'에서 쿠팡이 정식 판매업체가 아닌 판매선으로 바꾸면서 짝퉁을 판매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쿠팡은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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