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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인수위', 안팎으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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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인수위', 안팎으로 '빨간불'

'의욕'은 '욕심'으로, '추진력'은 '오만'으로…

"정책을 내 놓으면 월권이라 하고, 새 정부 들어서 하겠다고 하면 대책이 없다고 하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4일 오후 정례 브리핑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이다. 추진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각종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킨 영어 공교육 강화, 지분형 아파트 추진 등 인수위를 향해 쏟아지고 있는 비판여론에 대한 '서운함'이 그대로 묻어있다.

대선 이후 40여 일 동안 쉴새 없이 달려 온 인수위의 활동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지만, 이명박 정부의 연착륙에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두 번의 정부가 출범할 당시와 비교해도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이명박 인수위'에 대한 지지율은 그 단적인 징후다.

때리는 사람 없어도 지지율은 빠지고…

이달 초 여론조사 기관들이 발표한 인수위에 대한 지지율은 70%대였다. 특히 <조선일보>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당선인 측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은 60%대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사진공동취재단

통상 인수위 활동 막바지, 즉 새정부 출범 직전에 지지율이 정점을 이루는 것과는 다른 경향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과 대척점에 서 있는 정치세력들은 대선 이후 아직까지 전열 재정비를 위한 자중지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요 언론도 아직까지는 '허니문' 기간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때리는 사람도 없는데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격이다. 인수위의 혼선은 두가지 형태로 지적된다.

첫째는 선심성 정책이다. 통신료 인하, 지분형 아파트 정책이 대표적이다. 당장 떡을 손에 쥐어줄 것처럼 홍보했지만 업체의 호응을 계산하지 않았다. 민간 자율을 표방한 이명박 인수위와는 어울리지도 않는 정책이었다. 결국 '천천히' 가기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식 성과주의'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풀려 놓은 게 오히려 민심 이탈의 지렛대가 된 셈이다.

둘째는 계몽성 정책이다. 영어 몰입 교육이 대표적이고 한반도 대운하도 그 범주다. 이런 정책을 강도높게 펼쳐야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을 넘어설 수 있는데 따라줘야 할 국민들이 더디다는 식이었다.

이 당선인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했다. '20세기 국민'이 '21세기 대통령'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던 노무현 집권 세력과 마찬가지의 인식이다.

이처럼 인수위가 좌판을 너무 크게 벌여 놓은 게 처음에는 '의욕'이었으나 이젠 '욕심'으로 비쳐진다. 밀어붙이기 방식도 처음에는 '추진력'이었으나 이젠 '오만'이 됐다. '우리가 하면 무조건 옳다'는 신념에 가까운 확신이 이 당선인과 인수위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같은 인식은 여론과 싸우는 듯한 행태로 나타났다. 여론을 듣고 설득하기보단 굴복시키려 하는 태도는 대운하가 왜 위험천만한지를 합리적으로 반박하는 교수들을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몰아붙이는 독선적 언어로 발현됐다.

인수위-한나라 균열(?)

'유기적 당청관계의 부재'를 노무현 정부의 주요한 실패요인으로 꼽았던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 역시 '정무적 공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당선인은 정무기능의 강화를 위해 청와대 정무수석을 부활시켰다. 기존 정무장관의 역할이 확대된 '특임장관'도 신설하는 등 당과 한 몸처럼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군'인 한나라당마저 최근 인수위 비판에 날을 세웠다. 4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너무 오버하면 반발한다. 인수위는 우리 한나라당이 망망대해에서 잡아온 여러 고기를 부두에서 인수받아 공판장까지 넘겨주는 그런 일을 해야 한다(강재섭 대표)", "짧은 기간에 너무나 많은 것을 하려고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전재희 최고위원)"는 지적이 쏟아졌다.
▲ "영어과목 외에도 영어로 수업하는 과목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목표를 세운다"는 내용이 명시된 한나라당의 대선 공약집. ⓒ프레시안

한나라당의 이같은 비판은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숨 고르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수위가 국민적 비판여론이 높은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한 부메랑을 당이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영어 공교육 방안, 유류세-통신비 인하 등은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이었다는 점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많지는 않다.

특히 한나라당은 '영어 몰입교육'의 경우 공약집을 통해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 영어과목 이외에도 영어로 수업하는 과목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목표를 세운다"는 점을 명시하기까지 했었다.

결국 총선을 코앞에 둔 인수위 활동이라는 특수성 탓에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 인수위와 인수위의 과욕이 당의 '준비부실'로 비쳐지는 게 답답한 한나라당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엇박자는 '당청일체'를 강조한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정무적 측면에서도 "노무현 정부와 다른 게 뭐냐"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속도위반? 정상적 쾌속항진…뭐가 문제냐"

이런 상황은 취임식을 불과 20여 일 앞둔 이명박 당선인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인수위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인식했더라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수위가 과속을 했다가 이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비판적 지적이 있는데, 정확히 말씀드리면 과속이 아니라 정상적인 쾌속항진을 해서 예정보다 빠른 시간에 저희들의 할 일을 마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인수위가 빚었던 각종 정책혼선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여러 검토할 아이템을 놓고 불량품이 나오고나 문제점이 생기면 들어내거나 보완조정하면 된다"면서 "최종 상품은 새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인수위 지지율에 대해서는 "문제없다"는 분위기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특별히 낮은 지지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인수위는 과도기구일 뿐이고 행정부와는 다르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연착륙을 낙관하기 힘든 지표들이 속속 쏟아지고 있다.

"경제만은 살리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 유가 인상 등 세계 경제환경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역수지 적자 폭이 증가하고, 증시가 폭락하는 등 '위기'의 신호가 끊이지 않는다. '친(親)기업 일변도'라는 일방통행을 거듭해 온 '이명박식 경제회복'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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