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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철수 요구' 모두 거부 입장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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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 '안철수 요구' 모두 거부 입장 밝혀

페이스북에 답글 올려…"어쩌자는 것인지 이해 안 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안철수 의원 등 당내 반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는 14일 오후 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전 대표께 드리는 답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요구한 중앙위원회의 무기한 연기와 재신임 투표 취소 모두 거부했다. 문 대표는 "중앙위 개최를 무기 연기하자는 제안은 답이 아니"라면서 "당무위원회에서 혁신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중앙위원회 개최가 의결됐고, 이미 중앙위가 소집됐는데 어떻게 가능하겠냐? 당대표에게 그럴 권한이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또 재신임 철회 요청에 대해선 "저에 대한 대표직 사퇴 요구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우리 당을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데,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면서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더 강한 어조로 거부했다. 문 대표는 "재신임을 묻는 방법도 더 나은 방안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중진의원 모임에 말씀드렸다. 그러지 않다면, 제가 제시한 방법에 따라 추석 전에 재신임 절차를 끝내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했다.

다음은 문 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안철수 전 대표께 드리는 답글>

1. 중앙위원회 무기 연기 요청에 대해

‘우리 당의 위기가 변화된 환경과 낡은 시스템의 충돌 때문’이라는 생각과, ‘당에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타성이 뿌리박혀 있다’는 진단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 타성이 매번 혁신을 발목잡고 낡은 시스템을 고수해왔습니다. 혁신에 대한 거부나 저항도 그래서 생깁니다. 지금 우리 당을 흔들고 있는 혁신에 대한 진통은 그것과 얼마나 다른 것일까요?

혁신위의 혁신안은 갑자기 솟아난 것이 아닙니다. 손학규 대표 시절 정치혁신위원회(위원장 천정배 의원)의 혁신안, 대선 패배 후 문희상 비대위원장 때 정치혁신위원회(위원장 정해구 교수)의 혁신안,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때 새정치비전위원회(위원장 백승헌 변호사)의 혁신안이 지금 혁신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혁신안들은 모두 실천되지 못하고 사장됐습니다. 안 전 대표께서 말씀하신 ‘기득권의 타성’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처음으로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여 실천하려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번 혁신을 말하고도 한 번도 실천하지 못한 것을 한탄해왔습니다. 이제는 말만 말고 실천하자는 것이 우리의 거듭된 다짐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했던 분들이라면 지금의 혁신이 실천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누구는 기득권, 누구는 새정치라는 식으로 가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 정치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원론에 동의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 기득권 문화에 붙잡혀 있습니다. 변화의 갈망을 가로막는 기득권 문화는 너무나 뿌리 깊고 강고해서 한 두사람의 노력으로 깨트리기가 어렵습니다. 새정치의 상징인 안 전 대표님도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했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여러 번의 혁신 논의가 실천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새정치의 기운이 도도한 물결이 되어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이 기득권 문화를 밀어낼 때 비로소 새정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당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가 ‘문‧안‧박’이니 ‘희망 스크럼’이니 하면서 함께 하자는 제안을 오래전부터 해온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안 전 대표께 혁신위원장을 제안한 이유도 같습니다. 저와 박원순 시장, 안 전 대표 등 국민들로부터 새로운 정치의 기대를 받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앞장서야 제대로 혁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훈수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팔을 걷어부치고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당을 바꾸는 일, 함께 해주십시오.

우선은 힘을 모아 중앙위에서 혁신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저는 혁신안을 재신임과 연계한 것이 아닙니다. 지도부가 혁신위를 출범시키고 혁신의 전권을 주었으니, 혁신위가 실패할 경우 지도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사리를 말한 것입니다. 특히 대표인 저는 책임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임지겠다는 겁니다. 제가 원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재신임을 묻는 방법은 따로 밝혔습니다. 문제는 혁신위가 실패할 경우 저와 지도부가 책임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입니다. 혁신위를 통한 혁신조차 실패한 우리 당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습니까? 혁신안이 미흡한 부분은 앞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습니다. 혁신위나 당대표에 대한 불만 때문에 혁신을 거부한다면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입니다. 혁신안이 중앙위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안 전 대표님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혁신의 본질이 따로 있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낡은 진보의 청산이나 인재영입 같은 더 근본적인 혁신 과제는 혁신위의 몫이 아닙니다. 혁신위에 기대지 말고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입니다. 이번 중앙위 이후에, 그리고 혁신위 이후에, 우리가 함께 해나갑시다. ‘지역별 전당원 혁신토론회’도 그 때 할 수 있습니다.

중앙위 개최를 무기 연기하자는 제안은 답이 아닙니다. 당무위원회에서 혁신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중앙위원회 개최가 의결됐고, 이미 중앙위가 소집됐는데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당대표에게 그럴 권한이 있지도 않습니다. 중진의원 모임도 중앙위 연기 요청을 철회했습니다. 안 전 대표께서도 중앙위 무기 연기 요구를 거둬주시고 중앙위가 잘 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 재신임 투표 취소 요청에 대해

재신임 투표를 취소하라는 요청은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저에 대한 대표직 사퇴 요구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우리 당을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데,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입니까?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재신임을 묻는 방법도 더 나은 방안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중진의원 모임에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지 않다면, 제가 제시한 방법에 따라 추석 전에 재신임 절차를 끝내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저의 재신임 투표 제안은 결과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있어서 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당의 주 지지기반이며 당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남 민심이 좋지 않다는 말을 귀 따갑게 들어왔는데, 어떻게 결과를 낙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신임하지 않는 여론이 국민이나 당원들 사이에 높다면, 우리 당이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선택과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으로서도 집착을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 혁신안이 통과되고 제가 재신임 받게 된다면, 저는 다음 3가지를 우선적으로 해나가겠습니다.
첫째, 당의 단합과 통합을 위한 노력입니다.
둘째, 민생과 정책 행보입니다.
셋째, 인재 영입입니다.
안 전 대표님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의 분란을 끝내려고 한 저의 제안이 또 다시 분란거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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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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