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정윤회 비선' 논란을 담은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경정)에 대한 재판에서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과 10년을 구형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이들이 문건을 유출한 행위가 중대한 범죄임을 강조하기 위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내용 전부를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 전 비서관과 박 전 행정관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하며 "대통령 기록물 반출로 국가적 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점을 좌시할 수 없다"고 단죄했다. 검찰은 이들이 유출한 '정윤회 문건'은 청와대 공식 문건으로 판단하고 있고, 이에 따라 두 사람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선고공판은 내달 15일로 예정돼 있다.
그런데 이날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정윤회 문건'을 유출한 행위의 범죄성에 대해 "공무상 비밀임이 명확한 문건을 유출했다"며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내용 전부를 허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문건에 대해 "범죄 첩보를 담은 공무상 비밀 문건"이라며 "문건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된 정식 동향 자료로서,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시중의 '찌라시' 따위를 모아서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또 "정윤회 씨 측근이 '정 씨를 만나려면 7억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 발언은 조 전 비서관이 정보를 수집했고, 박 전 행정관 역시 청와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정보원에게서 정보를 모아 정윤회 문건을 작성했다"고 했다. 이 역시 문건의 진실성을 강조해, 이같은 문건을 유출한 것이 중대한 범죄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감찰자료나 범죄 첩보는 (자료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기소 비율이 매우 낮지만, 이는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지 문건 내용이 허위이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검찰의 이같은 논고 내용은 지난 1월 5일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당시 '정윤회 문건은 박 경정이 풍문을 과장해 짜깁기한 것'이라고 밝혔던 내용과 상충돼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세계일보> 보도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고소인 조사, 정 씨와 나머지 고소인 간 통신자료 분석, 모임장소로 지목된 중식당 예약장부 등 확인, 박관천·조응천·박동열 등 관련자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한 결과 문건의 내용이 허위임이 밝혀졌다"고 했었다.
반면 피고인들은 무죄를 주장하며 적극 항변했다. 조 전 비서관은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런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고, 그의 변호인은 "박지만 관리 업무는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며 "검찰이 정권 보호를 위해 피고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박 경정의 변호인 역시 "공소사실을 아무리 살펴봐도 유죄라는 해석은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 경정 측은 "'정윤회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국민이 알아야 하는 것"이라며 "문건 내용이 진실이라는 이유로 처벌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검찰이 박 경정의 형량을 조 전 비서관보다 높게 구형한 이유는, 박 경정의 경우 유흥주점 업주에게서 '업소 단속 경찰관을 좌천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도 함께 적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경정에게 징역형 외에 추징금 9340만 원도 병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건에 대해 검찰은 "뇌물 수수액이 1억원이 이상 되지만 (박 경정은) 범행을 부인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정윤회 문건' 내용 일부를 박 경정에게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에 대해서도 전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전 청장의 혐의는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유흥업소 업주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것(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이다. 박 전 청장은 해당 금품에 대해 '세무사로서 세무 상담을 해주고 받은 정당한 수수료'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박 전 청장의 세무법인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11일에는 그를 소환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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