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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바람으로 채소 따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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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바람으로 채소 따 먹어요"

[살림이야기] 도시텃밭·② 발코니텃밭

"남의 눈 신경 안 쓰고 잠옷 바람으로도 문만 열면 아무 때나 채소를 수확할 수 있잖아요. 정말 편하죠. 싱싱한 채 소를 손쉽게 길러 먹으니 건강에도 좋고. 무엇보다 발코니텃밭은 추운 겨울에 진가를 발휘해요. 겨울에 어디에서 이렇게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겠어요?"

경기 파주에 있는 아파트 12층에 사는 김명희 씨(블로그 '도시농부 동화나라 테두리텃밭')는 발코니텃밭을 가꾼다.

발코니텃밭 작물은 아기처럼 돌봐야

김명희 씨는 여타 농사와 달리 발코니텃밭은 봄이 아니라, 가을에 시작하는 게 적합하다고 말한다. 따뜻한 날에 실내 발코니에서는 작물이 웃자라거나 벌레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 발코니 농사를 시작한 것도 2010년 10월이다. 발코니텃밭부터 시작해서 작물 기르는 재미가 붙으면 노지텃밭으로까지 확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김명희 씨는 노지텃밭을 하다가 겨울에도 채소를 길러 먹고 싶어서 발코니텃밭을 한 경우다.

아토피가 심한 아들 때문에 먹을거리를 고민하던 차에 2008년 집 앞 공터에서 농사를 시작했고, 겨울에도 직접 기른 싱싱한 푸른 채소를 먹고 싶어 집 안으로 대파, 상추, 치커리 등 몇몇 작물을 들였다.


노지텃밭에도 잔뼈가 굵은 김명희 씨는 "농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발코니텃밭이 진입장벽은 낮아도 작물 기르기가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노지에서는 땅 살리기만 잘해도 작물이 땅의 힘만으로 잘 자라는데, 발코니텃밭은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김명희 씨는 최근 자신의 텃밭 경험을 담은 책 <심는대로 잘 자라는 텃밭>(라온북 펴냄)을 냈다. ⓒ살림이야기(김세진)

그도 몇 번의 실패를 거쳤다. 진딧물이 번지거나,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혹은 제때 주지 않아 작물이 상해서 포기한 적도 있었다. 발코니에서는 통풍이 잘 안 되면 진딧물이 오고, 물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시드는데, 몇 번 반복해 시들어도 진딧물이 생긴다. 특히 잎채소와 고추 등에는 진딧물이 잘 생긴다.


김명희 씨는 인터넷에서 '고추 원산지', '상추 원산지' 등을 검색해 그것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상추는 유럽 지중해 연안과 서아시아가 원산지인데, 그곳은 여름철에는 고온건조하고 겨울철은 습하고 따스하다. 한국의 여름은 고온다습해 잎채소가 녹아내리기 때문에 오히려 가을과 겨울의 선선한 기후가 좋다. 그래서 무엇보다 발코니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한 창문을 열어 통풍이 되게 하는 게 핵심이다. 고추나 파프리카 등은 방충망이 없어서 더 통풍이 잘되는 에어컨 실외기 위에서 봄부터 키운다.

또 발코니에서 작물을 기를 때는 작물이 자라는 속도보다 햇빛의 양이 적어 작물이 웃자라기 쉽다. 발코니텃밭을 하는 사람 중에는 LED 조명을 쐬어 주는 경우도 많다. 특히 요즘같이 따스한 봄이면 씨앗을 파종해서 모종을 기를 때 LED 조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봄엔 열매채소, 가을엔 잎채소

김명희 씨는 경험으로 발코니에 작물을 심을 때 봄에는 열매채소를, 가을에는 잎채소를 심는 게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추 등의 잎채소를 봄에 모종으로 심으면 4월 말에 수확해서 6월 중순까지 먹을 수 있다. 7월 장마가 와서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잎채소가 다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장마가 오면 바람도 불지 않아 진딧물이나 총채벌레, 응애 등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그 전에 두어 달 정도 먹는 게 적합하다.

봄에는 앉은뱅이 방울토마토 같은 열매채소를 심는 게 좋은데 특히 토마토는 특수한 향 때에 벌레가 덜 꼬인다. 쪽파나 대파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자리를 차지하고 금방 물러 버리지만 발코니에 심어 놓으면 싱싱하게 보관도 되고 새순도 돋아난다. 미나리는 여러해살이이고 병충해도 별로 없으면서 생명력이 강해 좋다. 뿌리까지 있는 미나리를 사다가 줄기나 잎을 먹고 남은 뿌리를 흙에 심는다. 달래도 뿌리만 화분에 심어주면 쉽게 키울 수 있다. 씨생강이나 알타리, 적환무도 잘 자라는 편이다. 김명희 씨는 처음 발코니텃밭을 시작한다면 20일 이내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심으라고 권한다.

대표적인 것은 새싹채소다. 구하기 쉽고, 간편하게 심어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다. 일주일에서 10일을 키우면 금세 먹을 수 있어 재미 붙이기에 그만이다. 단 새싹채소용 씨앗이나 직접 수확한 자가 채종 씨앗으로만 키우는 것이 좋다. 일반 씨앗은 살균제나 농약 성분으로 코팅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줌액비·달걀껍데기 비료

김명희 씨는 발코니 작물에도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손잡이 달린 우유병에 아들이 모은 오줌을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묵힌 다음 5~10배의 물로 희석해서 뿌려 주고 있다. 단, 작물이 뿌리를 내릴 동안에는 물 외에 아무것도 주면 안 된다. 모종으로 심은 것도 보름 이상 자리를 잡은 후에 뿌려 준다. 오줌은 작물의 키를 크게 한다.

달걀껍데기나 생선뼈 등을 가루 내어 칼슘도 공급한다. 이 칼슘액비는 웃자람을 막고 튼튼하게 해 주며, 특히 꽃눈이 많이 생기게 해 열매가 잘 달리게 한다. 달걀껍질은 씻어서 하얀 막을 벗겨서 말리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김명희 씨는 가끔 김밥 가게에 가서 달걀껍데기를 모아 달라고 해서 얻어 온다. 많은 양처럼 보여도 씻어서 말려서 분쇄하면 그 양이 확 줄어드는데, 이렇게 분쇄한 달걀
껍데기에 10배의 식초를 넣고 흔들어서 보관한다. 일주일 후에 깔때기에 거르고 200~500배 농도로 희석해서 쓴다. 어린 작물은 500배의 옅은 농도로, 튼튼하게 자란 작물은 200배 농도로 희석한다. 10일에 한 번 오줌액비를 주면 10일 뒤에는 달걀껍데기 비료를 준다.

쫄면·비빔밥·부침개에 넣어 뚝딱

김명희 씨는 사시사철 텃밭에서 기른 작물로 뚝딱 밥상을 차려낸다. 부침개를 만들거나 채소를 듬뿍 얹어 쫄면과 비빔밥, 겉절이 등을 만들어 먹는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먹는 습관을 들인 초등학생 딸은 편식하지 않고, 중학생인 아들은 아토피가 없어졌다. 김명희 씨는 하루 10분 정도만 시간을 내면 누구나 발코니텃밭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 김명희 씨는 철제 선반에 나무 받침을 올려 화분을 놨다. 땅과 떨어지게 화분을 둬야 물이 잘 빠지고, 땅의 차가운 기운이 작물로 바로 올라가지 않아 좋다. 발코니에서 치커리며 상추 등을 따는데 5분도 안 걸렸다. 면을 삶고 직접 담근 고추장을 넣고 채소를 잔뜩 올려 쫄면을 만들었는데,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살림이야기(김세진)

김명희 씨가 말하는 발코니텃밭 비법

① 영하 5℃ 정도로 온도가 내려가기 전까지 는 늘 창문을 열어 둔다.

발코니텃밭의 성패 여부는 창문을 얼마나 열어 두느냐에 달렸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밤에도 창을 열어 바깥과 비슷한 환경을 만든다. 늦가을부터는 해가 넘어갈 때 닫고, 아침에 연다. 겨울에도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살을 에는 추위가 아니면, 낮에 거의 창문을 열어 놓는다. 만약 봄가을에 창문을 열지 않으면 금세 15℃가 넘는데, 이렇게 며칠만 지나면 작물이 웃자라 약해지고 진딧물이 생긴다.

② 화분은 깊이 15cm 이상인 것을 선택하라.

뿌리가 발달하면 작물이 건강하다. 뿌리는 밑으로 뻗어 내려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입구가 넓으면서 깊이가 얕은 화분보다 다소 입구가 좁아도 깊은 화분이 좋다. 스티로폼 아이스박스는 깊고 보온에도 좋다. 황토 화분도 좋다. 황토 화분은 통풍에 좋아 과습을 막아 주어 겨울철 화분으로 적합하다.

③ 수돗물은 물통에 미리 받아 놓았다가 사용해야 수돗물의 불소 성분이 빠진다.

물은 한 번에 흠뻑 주는 게 좋다. 작물마다 물을 주는 양과 시기가 다른데, 화분의 겉흙이 말라 있거나, 나무젓가락을 흙에 꽂았을 때 젓가락에 흙이 묻어 나오지 않을 때 물을 주면 된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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