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화성(華城)은 아름답습니다. 화서문에서 서장대로 오르는 나지막한 산길은 억새로 가득합니다. 가을의 억새는 연인에게는 사랑을 주고 벗들에게는 우정을 주지요. 화성의 억새는 사랑과 우정만이 아닌 역사의 복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군사시설물인 성곽에 심어진 억새는 불화살 재료이기에 단순히 조경용으로 심어진 것이 아니라 성곽 복원의 일환인 셈이죠. 이 억새길을 따라 화성 답사는 시작됩니다.
올가을, 화성학교(교장 김준혁. 화성전문가, 한신대 교수)가 제4강을 준비합니다.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의 작품이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의 화성을 돌아보며 그 깊고도 아름다운 뜻을 새기는 공부길이 10월 18일(일) 열립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수원으로 가을소풍을 다녀오세요. ‘화성박사’인 교장선생님을 따라 화성의 과거와 현재를 속속들이 감상하며 그 뜻을 음미하세요. ▶참가신청 바로가기
김준혁 교장선생님은 우리 역사상 최고의 개혁군주라고 평가받는 정조가 세운 ‘수원신도시’에서 평생을 살았습니다. 정조가 조선의 농업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고자 만든 대유평(大有坪)에서 초중고교를 다녔습니다. 훗날 정조를 공부하면서 정조가 대유평이란 이름을 지은 의미를 알고, 미리 알지 못했음을 한탄하기도 하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초등학교 교사이셨던 아버지가 아들을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함께 등교할 때 힘들게 페달을 밟으면서도 하루에 한 꼭지씩 역사 이야기를 해준 것이 가슴에 남아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기로 하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알 수 없는 인연으로 정조를 전공하였고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7년 화성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이후 수원시가 본격적인 화성 복원 사업을 추진할 때 수원시 학예연구사로 임용되어 화성의 복원과 컨텐츠 개발에 참여하였고, 이후 화성박물관 건립을 주도하여 학예팀장으로 재직하였습니다. 이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하다가 한신대학교에서 정조교양대학을 설립하면서 이 대학의 교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하늘이 자신에게 부여한 천명이 바로 정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늘 이야기하고 있고, 화성을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화성의 우수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조시대 개혁과 민본정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답사지인 화성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가을의 화성은 답사하기가 가장 좋습니다. 가을 하늘의 아름다움과 바람의 여유로움은 또 다른 화성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성 답사의 으뜸은 가을답사가 아닌가 합니다.
특히 이번 화성 답사는 영화 <사도>로 인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 <사도>에 화성이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화성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사도세자의 죽음이 너무도 깊이 관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세자의 억울함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정통성을 세워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여 조선의 개혁을 주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바로 화성입니다. 화성의 곳곳에는 ‘무인(武人) 사도세자’의 정신을 보여주기 위한 정조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화성은 사도세자의 또다른 고향이자 안식처이기도 하고 영화 <사도>는 또다른 화성이기도 합니다.
사도세지와 정조의 깊은 인연의 끈과, 영조와 사도세자의 깊은 반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문화유산 화성 답사는 꼭 한번 해볼 만하지요. 그래서 꼭 여러분을 화성으로 초대합니다. 그 인연의 끈을 이곳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번 화성 답사에선 무엇에 볼 것인가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리가 화성을 답사하면서 볼 것은 사도세자의 흔적이자 역사입니다. 그러한 사도세자의 흔적은 바로 화성의 무예입니다. 화성의 무예는 조선 최고의 군대라고 평가받는 장용영(壯勇營)의 무예입니다. 장용영은 정조의 친위 군영으로 알려져 있고, 정조의 명에 의해 장용영에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편찬하여 ‘무예24기’가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내용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정조의 명에 의해 창설된 장용영으로 박사논문을 썼기 때문에 장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예도보통지>와 ‘무예24기’의 탄생이 사실 정조시대만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정조의 생부(生父)인 사도세자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영화 <사도>를 통해 사도세자는 최근 정신병자가 아닌 무인(武人) 세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영조는 사도세자가 만든 무기와 그의 무예를 힐난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러한 장면은 사도세자가 엄청난 무인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사도세자의 아내인 혜경궁 홍씨도 사도세자가 뒤주에 들어갈 때 “그리도 힘이 세신 분이 어찌 그냥 들어가셨나” 하는 말을 합니다. 남편인 사도세자의 무예와 힘을 알고 있던 것이지요. 영조와 혜경궁이 증언하듯 사도세자는 무인이었습니다.
효종의 북벌론을 계승하고자 했던 사도세자는 1759년(영조32)에 18가지 무예를 정리하여 <무예신보(武藝新譜)>라는 무예서를 간행하였습니다. 이 무예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18기’입니다. ‘18기’를 중국의 쿵푸쯤으로 알고 계시다면 그것은 정말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18기’는 바로 사도세자가 조선의 국방을 위해 조선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무예를 정리하여 조선화한 특별한 무예입니다. 그러니 사도제자야 말로 진정함 무인이라 할 수 있고 오늘날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요.
영조가 사도세자에 대해 조정의 모든 관료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자는 태산(泰山)을 끼고 북해(北海)를 건널 사람이다.” 참으로 대단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대한 태산을 허리에 끼고 북해라고 하는 큰 바다를 건널 사람이라고 한 것이죠. 이는 바로 그의 광대하고도 무한한 도량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무인임을 간파한 것이죠.
사도세자는 어린 시절 이런 시를 썼습니다.
“호랑이가 깊은 산에서 울부짖으니 큰 바람이 분다.[虎嘯深山大風吹]”
참 대단하죠! 이것이 바로 진짜 사도세자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시입니다.
사도세자가 정리한 ‘18기 무예’에 정조가 마상무예 6기를 추가하여 ‘24기’ 무예를 창안한 것입니다. 이 무예가 현재 수원 화성행궁에서 매일 시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화성 학교에서 24기 무예 시연을 온전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 무예를 직접 익히고 논문을 썼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설명을 들으면서 무예를 본다면 전혀 다른 무예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수원 화성의 진정성 찾기]
화성이 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지 그 진정성을 찾아봅니다. 문화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진정성과 완전성입니다. 진정성이란 바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문화유산의 가치이고, 완전성이란 해당 문화유산이 얼마나 원형을 보전하고 있느냐입니다. 그런 면에서 수원 화성은 완전성에서 부족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전쟁 기간에 많은 시설물이 포탄에 의해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세계유산 등재 심의 시에 완전성 부분도 화성 축성의 모든 것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로 대부분 해소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화성 축성이 가지고 있는 세계사적 가치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성이고, 그 진성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수원 화성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화성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찾아볼 것이 바로 진정성입니다. 그 진정성은 한마디 설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화성 곳곳에 배어있기에 전체 답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원 화성의 진정성은 크게 4가지로 들 수 있습니다.
첫째, 화성은 18세기 만들어진 군사건축물의 모범입니다. 즉 18세기에 만들어진 전 세계 성곽 중에서 가장 잘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화성은 군사시설물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즉 아름답게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조가 화성 축성 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미려(美麗)함은 적에게 두려움을 준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0여 년 전 디자인과 도시 경관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같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힘이 있기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조의 생각이었습니다.
셋째, 화성은 한국전쟁 기간 중 상당수가 파괴되어 원형의 모습을 잃었지만 <화성성역의궤>라는 탁월한 기록이 존재하여 원형대로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화성 시설물 중 팔달문과 화서문, 그리고 방화수류정과 연무대 등 주요 건축물은 그대로 보존되었지만 한국전쟁으로 상당부분 파괴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1975년부터 79년까지 화성을 복원할 때 <화성성역의궤>라는 기록을 토대로 복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화성 축성의 전 과정을 기록한 이 책은 세계기록물의 보배 중 보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성성역의궤>는 <조선왕조의궤>와 더불어 2007년 7월 1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가 있었습니다.
넷째, 조선의 국왕 정조의 위민정신(爲民精神)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가지도자의 위민정신으로 성곽이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화성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바로 수원 화성의 축성이 백성을 위한 것이었고, 축성 과정에서 오늘날 상상도 할 수 없는 위민정책들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위민정신은 화성 곳곳의 돌덩어리 하나, 대들보 하나하나에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함께 걷고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겠죠!
[화성의 사라진 시설물 흔적 찾기]
수원 화성에서 사라진 여러 서설물의 흔적을 찾아봅니다. 화성은 100곳의 시설물이 있었습니다. 화성 안에 여러 곳의 연못도 있었고, 다양한 관청 건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상가와 시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지금은 옛 건물과 전혀 다른 건물들이 들어서있지만 그래도 역사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한양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상가를 형성하여 한양의 육의전보다 더 규모가 컸다던 화성의 시전은 지금 팔부자거리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옛 건물들은 남아있지 않지만 그 거리와 골목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정조가 화성을 축성할 때 전체적인 조망을 하고 진두지휘를 했던 작은 언덕도 반은 남아 있습니다. 아무도 그곳에서 정조가 축성 지휘를 했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반쯤 남아있는 아주 작은 흙산은 볼 때마나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화성에는 장용영의 중영(中營)이 있었습니다. 그 건물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일제 강점기 군청이 되었다가 해방 이후 다시 수원군청으로, 그리고 이제는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죠. 정조시대 백성을 위한 건물로 만들어진 다양한 시설물들이 지금은 그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지만 그 흔적들을 찾는 작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러한 곳을 열심히 찾아봅니다.
[올가을, 화성학교의 의미]
이렇듯 이번 화성 답사는 바로 화성행궁과 화성 전체를 둘러 볼 것입니다. 그리고 화성 내에 중요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 곳들을 모두 찾아가 볼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답사는 단 한 번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 답사는 그래서 정조와 화성, 그리고 당시의 사람들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이 될 것입니다.
이번 화성학교는 하루 내내 화성 위를 걸을 것입니다. 아울러 화성 내의 문화공간을 만나러 가려 합니다. 화성 내의 작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존재하고 인사동보다 더 아름답고 정겨운 문화공간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시민들의 손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번 2015년 가을의 화성학교에 오셔서 화성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화성을 깊이 있게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화성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올가을, 억새물결과 함께 하는 화성! 그 모습이 어떨지 기대됩니다.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화성학교 제4강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08:40 수원 화성행궁 정문 앞 모임. 수원 답사 현장에서 모입니다. 정시에 시작합니다.
-서울 강남역 5번 7번 출구/나라빌딩 앞 정거장/직행 3000번/수원 팔달문 정류장 하차/1시간 20분 소요
-서울 잠실역 6번 출구/직행 1007번/화성행궁, 여민각 정류장 하차/1시간 10분 소요
-수원역(지하철 1호선)에서 20여분 소요
*수원역 4번 출구(북측광장) 일반시내버스 11, 13, 13-3, 36, 39번 환승/화성행궁, 수원성지 정류장 하차
*수원역 건너편(지하도 이동)/일반시내버스 60, 660, 700-2, 7, 7-2번 환승/화성 행궁 정류장 하차
08:40-09:00 제4강 여는 모임
09:00-11:00 화성행궁, 화령전 답사
11:00-11:30 무예24기 시연 관람
11:30-12:00 화성유수부 이아, 무고(武庫), 강무당(講武堂)터, 정조의 축성 지휘터 답사
12:00-13:00 점심식사 겸 뒤풀이
13:00-16:00 성곽 답사. 성신사, 서남암문 및 화양루, 서장대, 서북공심돈, 화서문, 장안문, 화홍문, 방화수류정, 동장대, 창룡문, 봉돈, 동남각루, 남수문, 팔달문
16:00-17:00 화성 생태교통마을 및 공방거리 답사. 제4강 마무리모임
<방과 후 화성천변 통닭거리(<다큐멘터리3일> 방영골목)에서 희망자에 한해 뒤풀이가 있습니다. 비용은 참가자 N분의 1.>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 모자, 선글라스, 스틱, 식수, 윈드재킷, 우의, 따뜻한 여벌옷, 충분한 간식(초콜릿, 과일류 등), 자외선차단제,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화성학교 제4강 참가비는 5만원입니다.(강의비, 관람료, 1회 식사 겸 뒤풀이, 운영비 등 포함).
▷참가신청과 문의는 홈페이지 www.huschool.com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십시오. 전화 문의(050-5609-5609)는 월∼금요일 09:00∼18:00시를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공휴일 제외).
▷참가신청 하신 후 참가비를 완납하시면 참가접수가 완료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회원 아니신 분은 회원 가입을 먼저 해주십시오(▶회원가입 바로가기). ▶참가신청 바로가기
▷화성학교 카페 http://cafe.naver.com/hwaseongschool 에도 꼭 놀러오세요. 화성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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