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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노래, 휴식 금지'…공공기관 비정규직 사용법!

野 을지로위, 196개 정부·공공기관 용역 계약서 전수조사 발표

"시위 및 중상모략 주동 등 선동행위 금지." (경찰청 인천지방경찰청 종합시설관리 과업지시서)

"갑에 배치할 미화원의 자격은 사상이 건전하고 품행이 단정해야" (관세청 경남양산세관 도급계약서)

"작업도중 잡담, 콧노래 등의 고성을 삼가야 하며 사무실 의자 및 소파 등에 앉아서 쉬지 못하도록 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청소용역 과업지시서)

"당 원의 주요보직자 등의 출퇴근 시에는 (경비 용역 노동자는) 환영과 전송의 예절을 갖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경비 과업 지시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196개 정부·공공 기관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용역 계약서를 전수조사해 7일 발표한 내용 중 일부다.

지난해 중앙대에서 발견돼 사회적 논란이 됐던 '콧노래, 소파 휴식 금지' 과업 지시서가 공공 기관에서도 다시 발견됐다. (☞ 관련 기사 : 중앙대, '콧노래·잡담 금지'…"불법 투성이 계약서")

또 쟁의권 등의 노동 3권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거나 계약서상 '갑'에게 '환영과 전송의 예절'을 갖추게끔 하는 전근대적 계약 내용까지 발견된다.

을지로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부당한 용역 계약서의 사례들을 제시하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전 상임위에 걸쳐 정부·공공기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침' 내놔도 공공기관들은 '나몰라라'?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은 청소·경비 등 용역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사회 문제가 되자 2012년 이후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산하 기관 대상 지침이다.

올해 1월에도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고용노동부가 합동으로 새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금주 중에 고용노동부 또한 지침 준수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지침은 용역 계약서 있어서는 안 될 노동 3권 제약 규정이나, 과도한 복무 규정을 예시와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용역 노동자에게 정부가 제시하는 '시중 노임 단가'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용역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할 것 또한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논란이 된 '콧노래·휴식 금지' 복무 규정은 '불법 파견 소지'가 있으므로 용역계약서에 담기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돼 있기도 하다.

시중 노임단가 적용 기관 고작 6%

그럼에도 을지로위가 196개 기관의 용역 계약서를 검토한 결과, 정부의 이 같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는 기관들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을지로위원회는 시중 노임단가를 적용하는 기관은 고작 6%(11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중 노임단가는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발표하는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 보고서'의 단순노무종사원 노임을 기본급으로 적용하여 산정된다.

올해 시중노임단가는 6만4150원으로 정부 계산에 따르면 시급은 8019원이다.

'불법 파견'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원청 업체(용역 계약서상 '갑')의 용역 노동자에 대한 인사 개입과 고용불안 야기 가능 조항이 용역 계약서에 없어, 용역 노동자가 보호되고 있는 기관은 19%(38개) 수준이라고 을지로위는 분석했다.

81%에 이르는 공공 기관이 실제 사용자가 아닌 원청 업체에 의한 해고, 징계, 인사이동 등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용역 계약서에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대전지방경찰청 용역계약서 과업지시서에는 "종업원 중 부적격자가 있을 경우 교체 통보 시 을은 이를 수용하여야 하며 부적격 사요는 비공개에 이의제기는 금지"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동자 파업·태업이 음주 도박과 같은 행위?

을지로위는 또 노동 3권 보호 기관은 43%에 불과하다고도 밝혔다.

나머지 기관들은 용역 노동자의 시위 등의 쟁의 행위를 용역 계약서를 통해 사실상 원천 차단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을지로위는 부당 조항 예시로 '중상모략'을 금지한 인천지방경찰청의 과업지시서와 함께 "미화원은 파업 또는 태업, 음주 도박 등을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의 과업 지시서도 제시했다.

근로기준법, 노조법 등으로 보장되는 파업권을 무시하고, 파업을 음주나 도박 행위와 동급으로 놓고 있는 과업 지시서다.

고용승계 지침 있는 기관 66%…野 "전 기관 지침 준수토록 하겠다"

'고용승계' 지침을 따르고 있는 곳은 66%(129개)라고 을지로위는 밝혔다.

다른 기관들은 "수탁업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여야 한다"와 같은 고용 승계 조항이나 문구를 용역 계약서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을지로위의 우원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작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해서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이 (용역 계약을) 고친 결과 (해당 기관의) 평균 임금이 25만 원가량 올랐다"면서 "이번 국감을 통해 전 기관이 지침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관련 기사 : "노동부 '부처 아님'? 전교조 불법 지적하기 앞서…")

그러면서 "정부의 가짜 노동 개혁과는 달리, 공공기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와 갑·을 관계 불공정 거래 문제를 해소하는 국정감사장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한편, '환영과 전송의 예절을 갖춘다'는 조항이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즉시 문제가 된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2013년 시설 관리를 용역화하며 다른 곳의 용역 계약서를 참고로 삼다 보니 문제가 된 조항이 들어오게 된 것 같다"면서 "이런 조항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저희 잘못이다. 즉시 해당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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