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안중근기념사업회,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독립운동 단체 대표 및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운동 정신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전환의 움직임을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교육부 장관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대표가 마치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제도를 국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학생들이 편향된 역사관에 따른 교육으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사실에 입각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춘 국정 역사 교과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 역시 "역사를 한 가지로 가르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최근 들어 유난히 집권세력에 의해 독립운동과 친일의 역사가 전도되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며 "세간에는 무리수를 두는 배경에 최고 권력자의 아집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건국 67주년'을 언급한 데 대해 "주지하듯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대체하는 것은 뉴라이트의 오랜 숙원"이라며 "뉴라이트는 광복절로 상징되는 독립운동의 자리에 저들이 주장하는 건국의 주체인 이승만과 친일파를 집어넣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일파를 정부가 선양하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국정 교과서가 그러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들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명기한 현행 헌법 전문에 비추어 너무나 분명하다"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도 국정 교과서 저지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발족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회에서 회견을 마친 독립운동가 후손과 독립 운동 단체 대표자들과 면담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금은 국민을 통제할 때 아니라 통합할 때"라며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당장 중단하기를 정부 여당에 엄중하게 촉구한다"고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등 역사 교육 단체도 이날 오후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공청회가 열리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원문화관 대강당 앞에서 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 나라에 여러 개의 역사가 존재할 수 없으니 오로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역사만 인정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에서 파시스트적 망령이 엿보인다"며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정권' 교육과정"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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