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기간, 정부 일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한승수 지명자도 이날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국보위 활동 전력에 대한 논란에 적극적인 항변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국보위는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세력이 권력장악을 위해 활용한 사실상의 초헌법적 대통령 자문기구로, 지난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항쟁 당시 전국 비상계험하에서 설치됐다.
한 지명자는 국보위를 실질적으로 장악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위원장으로 있던 상임위 중 재무분과에 참여했었다.
이에 대해 한 지명자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한 후 경제가 어려웠는데, 외환을 담당하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국보위에) 안 갈 수도 있었지만 국가위기가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갔다"고 말했다.
한 지명자는 "또 국보위가 해제된 후 서울대로 돌아갔고, 5공 기간 동안 정부의 일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나라를 위해 활약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서운하게 생각한다"면서 "자세한 자료는 인사청문회 때 발표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보위 논란·철새 정치인 비판·IMF 책임론까지…
그러나 국보위 논란 외에도 '철새 정치인' 이미지와 'IMF 책임론'등 한승수 지명자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어 국회 인사청문과 비준 절차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 동안 당선인 측 내부에서 "지나치게 과거지향적이다", "구태적인 인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도 같은 맥락.
강원도 춘천 출생의 한 지명자는 연세대 정외과, 서울대, 영국 요크대, 게임브리지대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20여 년 동안 재직했다. 1987년 상공부 무역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관직에 진출한 한 지명자는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출마해 처음 뱃지를 달았다.
상공, 재경, 외교장관 등 3개 장관을 거치면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3선 국회의원, 유엔총회 의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유엔 기후변화특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2000년 16대 총선에선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이에 반발해 신생 민국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돼 '철새 정치인' 이미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인다. 또 김영삼 정부 말기에는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에 임명됐다가 IMF 금융위기를 초래한 한보철강 부도사태로 7개월 만에 물러났던 전력도 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결국 각종 영역을 넘나들었던 그의 화려한 이력을 선택했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일 중심의 정부를 만들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한 지명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이종사촌 형부라는 점은 '당의 화합' 측면에서, 그가 연세대 출신이라는 점은 '고려대 편중 논란' 측면에서 각각 이 당선인에게 매력적인 카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누구보다 글로벌 마인드 갖췄다"
한편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 24일 시내 모처에서 한 지명자와 1시간30분 동안 오찬을 겸한 일종의 '심층면접'을 진행한 끝에 한 지명자를 최종 낙점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누구보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저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부탁을 드렸다"면서 "(한 지명자는) 국제적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경제 살리기와 자원외교를 할 수 있는 적격자"라고 평가했다.
한 지명자도 "설마 제기 될까 생각했다"면서 "1시간30분 동안 점심을 하면서 국정철학에 대한 말씀을 듣고, 하시려는 뜻이 순수했기 때문에 일조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화답했다.
한 지명자는 "여러가지로 부족한 저를 총리로 지명한 당선인께 감사드린다"면서 "막중한 임무를 하루도 잊지 않고 국민을 위해 봉사해 선진화를 통해 글로벌 코리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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