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특수활동비 심사 제도 개선 문제를 두고 대립하는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1일 특수활동비 소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새 국면이 열릴지 주목된다.
정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에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소위를 구성하자고 요구해 온 야당의 손을 사실상 들어준 것과 같다.
정 의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특수활동비를 100% 투명하게 노출한다는 것은 현실적·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어떤 내용이 특수활동비에 있는지 소위를 구성해 담론으로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위를 만들어서 어떻게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지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나라 예산도 어렵고 하니까 예를 들면 한 10%를 줄인다든가 그건 서로가 합의가 되면 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이처럼 정 의장의 지지를 받게 된 새정치민주연합은 특수활동비 소위 촉구 목소리를 더욱 높여나갔다.
국회 예결특위 새정치연합 측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소위 구성에 동의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제) 여당만 동의하면 소위 구성은 가능하게 됐다"면서 "국민의 세금인 특수활동비의 규모가 얼마인지, 누가 어떻게 왜 쓰는지도 모른 채 결산(안이) 처리돼 온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지속할 것이냐"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으로 쓰는 특수활동비 문제가 아직 시작조차 진전이 안 되고 있다"면서 "영수증 없는 권력, 묻지 마 예산을 이번 국회에서 대강의 가닥을 잡겠다"고 밝혔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 "특수활동비도 결국 국민 세금으로, 최소한의 검증을 위해 제도 개선을 하자는 것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후 "여당이 자기 돈으로 특수활동비를 주는 것도 아닌데 최대한 투명화해 공개하자는 국민의 목소리에 이제 응답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소위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이 공개되면 '국가 안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표면적인 소위 구성 반대 이유이며, 이와 동시에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이미 비공개 진행이 원칙인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상당 부분을 심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기국회 대책회의에서 "정보위에서 (국정원의 1년 특수활동비) 4800억 원을 심사 없이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국가정보원법,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보위에서 상당 부분까지 심의한다"면서 "예산은 카테고리에 따라서 세부항목으로 나눠 가는데 4800억 원을 상당한 정도까지 용도 분리해서 심사한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 요구에 과거 노무현 정부 때를 문제 삼으며 벌이는 '물타기식' 대야 공세도 또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김대중 정부 때 4000억가량의 특수활동비가 노무현 정부를 지나며 두 배가 됐다"면서 "MB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특수활동비는 동결됐다. 정상적인 야당으로 돌아오라"고 비난했다.
여야가 이처럼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논의를 둘러싼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 이날로 시작되는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도 순탄치 않게 흘러갈 공산이 크다. 특수활동비 소위 구성 요구를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달 28일 본회의가 이미 무산된 바 있으며, 이후 30일과 31일에도 양당이 관련 논의를 이어갔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 관련 기사 : 결산 본회의 무산…'특수활동비' 공개 놓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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