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바뀌는 게 여론이라더니 정말 그런 걸까요? 한때 20%대로 떨어져 레임덕이 벌써 온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반등했습니다. '한국갤럽'의 8월 25~27일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49%로 나왔고, '리얼미터'의 8월 24~28일 조사에서도 49.2%가 나왔습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한쪽에선 이런 추세라면 60%에 닿을지도 모른다고 호들갑을 떨고 다른 쪽에선 여론조사 신빙성을 문제 삼는 '관성적인' 의심을 내밉니다. 제3의 시각도 있습니다. 이상할 것 없는, 그리고 대수롭지 않은 조사결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등락 추이를 읽는 가늠자가 하나 있습니다. 2012년 대선 때의 득표율 51.6%입니다. 이 득표율을 기준 삼아 49%의 국정수행 지지도 수치를 분석하면 그 성질이 또렷이 드러납니다. 한 마디로 '본전치기'입니다. '지지할 만한 사람들의 지지를 모두 끌어냈다'는 말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돌아보면 실제로 그랬습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대선 때의 득표율을 천장 삼아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습니다. 취임 초기의 허니문 기간을 지나 정권의 면면과 속살이 모두 드러난 후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습니다.
'앉았다 일어났다'라는 표현이 내포하듯이 국정수행 지지도 등락은 시종일관 외부요인이 아닌 내부요인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지지율 하락의 계기가 됐던 세월호 참사 때의 위기대응 논란도, 정윤회 문건 파동도, 메르스 사태도, 유승민 찍어내기 파동도 모두 정치적 도전의 결과가 아니라 자충수나 내부 분열에 기인한 것이었고, 지지율 상승의 발판이 됐던 해외순방이나 이번 8.25 남북합의는 '자뻑'이나 자가발전에 의지한 것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등락 원인이 내부에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지지도가 빠지는 게 박 대통령 하기 나름이듯 지지도가 오르는 것도 박 대통령 하기 나름이라는 점입니다. 야당의 정치적 도전에 의해 커다란 정치적 전선이 형성되고 이 전선 속에서 박 대통령과 야당의 밀고당기기가 이뤄진다면 지지도 추이는 고차방정식 수준에서 풀어야 하지만 작금 나타나고 있는 국정수행 지지도는 그런 게 아닙니다. 하락도, 상승도 박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지지도 추이는 단순합니다.
이런 단순성은 박 대통령의 '하기나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층 또한 단순하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51%의 국민이 그 때 지지했던 이유를 준거 삼아 박 대통령의 면면을 평가해 실망과 신뢰의 시소를 타는 것입니다.
동인이 이렇고 추이가 이렇다면 지지율 관리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51%의 국민에게 끊임없이 박 대통령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환기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것은 외교안보로 한정됐습니다. 헌데 외교안보는 이벤트의 성격이 강해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일각에선 8.25 남북합의에 이어 중국 전승절 참석과 미국 방문 등 굵직한 외교행보가 이어지기 때문에 국정수행 지지도 50%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던데 그래봤자 일시적입니다. 중요한 건 피부를 오래 자극할 수 있는 항구적 의제와 지속가능한 성과입니다.
아마도 그건 경제활성화 담론 속의 4대개혁 구호일 겁니다. 박 대통령은 이것이 울타리 안 지지층에게 오래도록 자신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어필하는 소재라 간주할 것이며, 나아가 성공하기만 하면 국정수행 지지도를 울타리 밖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탄성 높은 디딤판이라 여길 겁니다.
시선을 고정해야 할 건 바로 이것입니다. 49%라는 일시적 수치가 아니라 외교안보 이벤트 이후 본격 추진될 4대개혁의 향방입니다. 이 향방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향방을 규정할 것입니다.
향방은 모릅니다.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성공한다면'이란 단서조항에 묶여있습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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