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이 31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발에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일방 상정됐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한·중 FTA 비준동의안, 한·터키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따른 비준동의안 2건, 한·베트남 FTA, 한·뉴질랜드 FTA 비준동의안 등이다.
새누리당은 끝내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한 상정 의안 결정'이란 관례를 깨고 국회법 59조 2항의 '자동 상정' 조항을 근거로 자당 외통위 소속 의원들을 소집했다.
국회법 59조에 따르면 FTA 비준동의안과 같은 '법률안 의외 의안'은 상임위에 회부된 날로부터 20일 동안의 숙려 기간을 거친 후, 이로부터 30일이 지나면 위원회에 자동 상정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국회법은 "위원장이 간사와 합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며 양당 간 협의를 독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날 이루어진 '단독 상정'은 당·정·청이 지난달 16일 정책조정협의회를 열고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통과에 힘을 모으기로 한 지 보름만이다. 청와대의 '신속 처리' 하명에 따라 새누리당이 거대 무역협정 비준동의안들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도 국회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한·중 FTA 비준이 하루만 늦어져도 40억 원 손해라고 볼 수 있다. 즉 하루라도 빨리 비준되면 하루에 40억 원의 수출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발효되면 그 후 1년 동안 관세 철폐 또는 인하에 따라 수출이 13억5000만 달러, 수입이 13억4000만 달러 정도 증가될 것으로 계산한 결과다.
외통위 외에도 FTA와 관련이 있는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이 함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비준동의안들을 심사하자고 요구해 온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비준안 상정에 항의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 외통위 간사인 심재권 의원만 "여당 단독으로 상임위를 개최해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을 의사진행 발언 형식으로 밝힌 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심 의원은 이날 "우리당은 한·중 FTA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한·중 FTA에 무엇을 담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어떻게 보완할지를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상임위가 의견을 모으는 것이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야당의 입장도 재차 설명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정부가 통상 관계 업무를 산자위로 넘기면서, 외통위는 FTA의 실질적 내용이 아닌 비준 동의 절차만 담당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FTA 비준동의안은 "경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포괄적이고 범위가 넓은" 의안이라는 점도 재차 지적했다.
야당의 이러한 특위 구성 요구에도 새누리당은 '국회법상 비준안 외통위 상정에 문제가 없다'며 비준동의안 심사를 계속 강행할 모양새다.
새누리당 측 외통위 간사인 심윤조 의원은 국회법 59조 2항에 따라 "27일 개최됐던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도 (비준동의안들을) 단독으로 상정할 수 있었지만 여야 간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합의에 의한 상정을 추진했었다"면서 그러나 "야당은 특위 구성을 주장하면서 외통위 상정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얼마 전 호주와 캐나다 FTA 비준 절차에서도 특위를 구성하지 않고 외통위 토론을 마친 후에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여러 상임위가 함께 관여한 바 있다"면서 "얼마든지 여·야·정 협의체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도 나서 "문제가 있을수록 해당 상임위에 상정해서 충분히 토의해야 한다"면서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이런 식(특위 구성 요구)으로 접근하는 것은 국회가 가진 고유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는 이 같은 양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 형식을 빌린 공방 이후, 정부로부터 비준안 보고를 받은 후 대체 토론 없이 일단 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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