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한국노총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계기로, 파업 등을 준비 중인 일부 노동조합들에 대한 '귀족노조' 낙인찍기 여론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조개편안과 상관없는 개별 사안으로 파업을 준비 중인 노조까지 한데 엮어 반(反) 노조 정서 키우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노총이 47일간 천막 농성을 접고 노사정위를 복귀하면서 지난 28일부터 노사정 회의가 재개됐다"면서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개혁 방향이 옳다면 바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한진중공업,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노조를 콕 집어 거론했다. 조선업종 공동 파업 불참 결정을 내린 한진중공업 노조는 추켜세우고, 현대차 노조와 한국타이어 노조의 쟁의 행위 결정은 비난하는 전형적인 '갈라치기' 화법을 활용해서다.
김 대표는 "한진중공업은 9월 9일로 예정된 조선업종 노조 연대의 공동 파업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동안 강성 노조였던 한진중공업이 파업 불참을 선언한 것은 조선업체 전체 불황이 파업으로 해결될 수 없고 결국 파업은 실익없는 공멸이란 것을 지난 번 경험을 통해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말한 '지난 번 경험'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대규모 희망버스 행렬로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2010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의 파업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정리해고로 시작됐던 이른바 '한진중공업 사태'는 2011년 11월 노사가 '정리해고자 1년 내 재취업'에 합의하며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2012년 3월 지회와는 별도로 기업노조인 한진중공업 노조가 설립되며 '노-노 갈라치기' 등을 통한 노조(금속노조 소속 지회) 탄압이 이루어졌단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지회 소속의 해고자들이 애초 합의와는 달리 복귀가 계속 지연되던 중, 복귀 결정을 기다리던 해고자가 재작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 관련 기사 : '정리 해고' 한진중공업 노동자 또 자살)
이번 9월 9일 공동 파업에 불참을 결정한 쪽은 2010년 파업 후 설립된 기업노조인 한진중 노조다. 김외욱 한진중 노조위원장은 29일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은 불가능하다는 임원진의 최근 결정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대해서는 "평균 임금 9700만 원을 받는 귀족노조의 대명사"라고 말한 후 현대차 지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임금피크제는 막으면서 이 불황에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정년 65세로의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타이어 노조도 전면 파업을 결의하면서 노조 설립 53년 만에 첫 파업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노동시장의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동개혁 중인데 귀족노조 특권노조 기득권 노조들이 언제까지 이것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배불리기에만 몰두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정부-여당의 노동시장 구조개편안 추진과 현대차와 한국타이어 노사 분규를 한데 엮어 발언을 했지만, 사실 두 곳 모두는 임금피크제 확대와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의 구조 개편안과는 상관없는 개별 사업장의 사안을 두고 노사 줄다리기 중이다.
특히 한국타이어의 경우, 정기 상여금은 통상 임금에 포함된다는 201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도 사측이 정기상여금 중 일부만을 통상 임금화하겠다고 하고 있어 노사 갈등이 쉽게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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