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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액션 키드에서 천만 감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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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액션 키드에서 천만 감독으로

류승완식 액션, 드디어 대중과 통했다

영화인들이 "하늘이 내린다"고 하는 천만 영화에 저마다 남다른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베테랑>의 1000만 명 돌파는 특히 류승완이라는 '액션 장르 작가'가 드디어 제대로 통했다는 의미가 크다.

액션에 매료돼 액션 영화 감독의 꿈을 안고 자란 충무로 대표 '액션 키드' 류승완 감독에게는 그동안 그가 영화인들로 받은 인정이나 대중의 사랑에 비해 천만의 운이 유독 따르지 않았다.

첫 장편영화부터 따지면 16년차 감독인 류 감독이 그동안 기록한 최고점은 <베를린>(2012년)의 716만 명이었다. 대단히 좋은 성적이었지만, 한주 차이로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명을 훌쩍 넘었기에 상대평가로는 쓴웃음을 삼켜야 했다.

평단과 언론, '영화 좀 볼 줄 아는' 관객 사이에서 호평이 쏟아진 <부당거래>는 276만 명, 무협 판타지를 현대극과 접목한 호기로운 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205만 명을 모아 '대박'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초기작들의 성적은 더 초라했다.

동생 류승범과 함께 찍은 단편을 모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데뷔한 류 감독은 장르적 색채를 버리지 않은 상업 영화들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한국형 액션'을 구축해 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전도연과 이혜영이라는 두 여장부를 투견장으로 끌어들인 <피도 눈물도 없이>(2001년)는 22만 명(서울 기준), 복서들의 승부의 세계를 그린 <주먹이 운다>(2004년)는 172만 명, 류 감독의 영원한 짝 정두홍 무술감독과 직접 출연한 <짝패>(2006년)는 119만 명을 모았다.

그에 이어 '허당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 <다찌마와 리>(2007년)는 62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이 영화의 흥행 참패로 류 감독과 그의 아내 류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피눈물을 흘리며 회사에서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다.

류 감독의 초기작들은 류승완만의, 한국적인 액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의미 있는 디딤돌이었지만, 대중과 소통하지 못했다는 점은 장르 영화더라도 결국 상업 영화를 하는 감독으로서는 쓰라린 아픔이 됐다.

그런 점에서 <베테랑>은 액션 키드로서 류승완의 스타일을 가감 없이 살리면서도 대중에게 시원하게 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부당거래>는 류 감독이 직접 쓴 작품이 아닌, 누아르 색채가 강한 영화이며 <베를린>은 유럽을 무대로 한 한국형 첩보 블록버스터였다.

반면 <베테랑>은 류 감독의 색깔이 분명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영화다. '무채색'이었던 <부당거래>의 형사가 아닌, 다혈질의 '빨간색' 서민 형사가 등장해 주먹을 휘두르며 한판 대결을 벌인다.

명동 도심에서 화끈한 차량 추격신이 펼쳐지고 오토바이가 공중으로 솟구치지만, 결국 형사와 재벌 3세의 대결은 1대 1의 맨주먹 싸움으로 마무리된다.

어렸을 때부터 버스터 키턴의 무성 영화, TV 시리즈 <톰과 제리>, 청룽(成龍) 영화의 슬랩스틱에 열광했던 그는 <베테랑>에 헛발질 액션도 거리낌 없이 집어넣었다.

영화 속 액션 전반의 몸놀림은 가볍고 간결하다. 블록버스터였던 <베를린>과 비교하면 화려함은 훨씬 덜하나 그래서 더 류승완답다.

류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스스로 <베테랑>에 대해 "경력이 많이 쌓인 복서일수록 스텝이 가볍다"며 "제게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일종의 공부와 수련인데 나에게도 뭔가 쌓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액션 키드'는 이 영화로 영화계 안팎에서 '액션 마스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성공한 전작들과 비교해도 <베테랑>은 감독이 '방방' 뛰며 만든, 훨씬 류승완다운 즐거움을 주는 영화"라며 "그 영화로 관객과 호흡을 함께했다는 점에서 류 감독이 확실히 한 단계 성장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베테랑>의 성공은 경제적으로도 한때 문을 닫을 뻔했던 류 감독의 제작사에 숨통을 '뻥' 트이게 했다는 의미도 있다.

60억 원에 약간 못 미치는 제작비가 들어간 <베테랑>은 27일까지 760억 원을 벌어들였다. 극장과 매출을 반으로 나누고 배급사에 배급 수수료를 지불하고 투자금을 돌려주고도 제작사에는 상당한 액수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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