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을 빚어온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에 군 관사 건립에 따른 행정대집행 비용을 납부하라고 공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대집행 이후 무려 7개월만이다.
그러잖아도 해군기지 반대 활동으로 수억원의 벌금을 떠안은 강정 주민들을 더욱 옥죄게 됐다.
26일 강정마을회와 해군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해군 관계자들이 직접 강정마을회를 방문해 행정대집행 비용을 납부하라는 공문서를 전달했다. 문서에는 국방부장관의 직인이 선명하게 찍혔다.
납부 금액은 총 8970만원. 일비 5274만원, 숙박비 440만원, 식비 385만원, 항공료 2530만원, 차량 임차비 341만원 등이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당장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31일 마을 임시총회를 열어 주민들과 의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강정마을 주민들은 4억원의 벌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을의 기초자산이자 필수 공간인 마을회관까지 팔아야 하는 처지에 내몰려왔다. 지난 1월28일과 2월26일 두 차례나 마을회관 매각 건을 논의하려 했지만 성원 미달로 안건을 상정하지 못했다.
향약 제12조 3항에 따라 1, 2차 총회에서 정족수가 미달될 경우 3차 총회에선 정족수에 상관없이 회의를 소집할 수 있고, 안건도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강정마을 주민들은 6월30일 임시총회에서 마을재산 매각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안건 처리를 보류한 바 있다.
홍기룡 군사기지범대위 집행위원장은 "해군기지 군 관사는 마을주민들이 간곡히 (건립 보류를)요청했는데도 국방부가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런데 행정대집행 비용까지 마을주민들에게 떠넘긴다는 것은 국방부가 강정 주민들과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해군기지 반대 싸움을 부추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해군 관계자는 "행정대집행 전 수차례 계고장을 보냈었고, 행정대집행 비용은 강정마을회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공문서를 전달했다"고 원칙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앞서 해군은 2014년 10월14일부터 강정마을 9407㎡ 부지에 72세대 규모의 군 관사 건립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이 반발해 10월25일부터 출입구를 막으면서 3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됐다.
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단은 공사 강행을 위해 5차례에 걸쳐 자진철거를 위한 계고장을 전달했으나 강정마을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국방부는 지난 1월31일 오전 7시30분 용역을 동원해 해군기지 군 관사 앞에 설치된 반대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의 간이 천막과 버스, 난로 등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당시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7.5m 높이의 망루를 설치해 15시간에 걸쳐 완강히 저항했다.
이후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행정대집행 현장을 찾아 망루 꼭대기에서 농성을 벌이던 9명을 설득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이날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총 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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