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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극적 반전, 국내 정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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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극적 반전, 국내 정치용?

[한반도 브리핑]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더 불안해진 한반도

8월 25일 오전 2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남북 공동 보도문을 발표하며 북한이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 있는 자세가 북한과 회담에서 승리를 가져왔다는 식의 말도 나돌았다. 반면에 이번 회담에 참석한 북한의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조선중앙TV에서 "(남한이)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가지고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들"이라고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남북합의, 긴장완화인가? 국내정치용인가?

이번 모든 회담이 그렇듯이 이번 회담 합의도 쌍방의 입장이 반영된 윈윈(win-win) 회담의 성격이었다. 쟁점이 됐던 사과에 대해 표현한 것은 보도문 2항이다. 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한다"고 되어 있다.

▲ 남북 고위급접촉 공동 보도문 발표에 합의한 이후 접촉 장소였던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는 김관진(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 ⓒ통일부

이 구절에서 주어는 '북측'이다. 그리고 '북측'이 꾸미는 것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것이다. 즉 부상을 시킨 주어가 '북측'이 아니다. 이 합의문에 따르면 어떤 원인에 의해 남측 군인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북측이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다. 문맥상으로 볼 때 지뢰도발로 남측 군인들의 부상을 입힌 주체가 '북측'은 아니다. 이 점에 대해서 국내의 보수세력들은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사과도 아니고 '유감 표명'을 한 것에 대해서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여론도 있다. 또 북한이 14.5mm 고사총과 76.2 mm 직사포를 발사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반면에 '북측'이라는 주체를 사용함으로써 주어가 없는 유체이탈 화법을 피했다는 것은 남한이 거둔 성과임이 분명하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관진 실장의 발표보다 3분 먼저 공동 보도문을 발표했다.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왜 아무런 도발도 하지 않은 북한 당국이 남한과 회담을 해서 유감을 표명했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이런 점을 해소하기 위해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TV에 출연해 '근거 없는 사건'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남북 합의를 이끌고 난 후 남과 북은 모두 아전인수 격으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합의문을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합의문 해석은 모두 양측의 국민들을 향한 것이다. 어떤 협상이든 합의 이후에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를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합의문 자체의 성격과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합의문은 분명 어느 일방이 유리하게 된 것이 아니라 쌍방의 이해를 조절한 최대공약수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남한 정부는 유감의 주체를 명시하였고, 북한은 유감 표명과 확성기방송 중단을 교환했다. 그렇기 때문에 윈윈(win-win)하는 협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가?

하지만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북한은 지난 8월 4일 지뢰 도발 이후 발생한 모든 사건을 부정하고 있다. 남한 정부는 모두 북한 소행이라고 밝혔지만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목함지뢰 폭발과 관련한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했고 남쪽 야산에 떨어진 14.5mm 고사총 탄피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 떨어진 76.2mm 직사포탄의 궤적 추적을 하지 못했고, 낙탄지점과 탄피를 발견하지 못했다.

정황으로 볼 때 이 세 가지 도발은 북한의 소행이 명백하다.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 추진철책 통문에서 터진 목함지뢰는 북한제이다. 지형상 폭우에 유실된 목함지뢰가 남측 철책 아래에 매설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14.5mm 고사총 한 발과 그 직후 발사된 76.2mm 직사포 3발은 북한이 '근거 없는 사건'이라고 말하지만 북한이 한 의도적 행위임이 분명하다. 상황의 흐름은 이러하다.

목함지뢰 사건(8.4)→ 확성기 방송 재개(8.10) → 북한 14.5mm 고사총 발사(8.20) → 북한 76.2 mm 직사포 발사(8.20) → 북한 김양건 대화제기(8.20) → 북한 48시간 이내 확성기 중단 요구(8.20) → 남한 155mm 자주포 29발 발사(8.20) → 북한 준전시상태 선포(8.20) → 박근혜 대통령 3군단 방문(8.21) → 북한 김양건 회담제의(8.21) → 한국 회담 역제의 및 수용(8.22) → 2+2 회담 시작 (8.22) → 합의(8.25)

이 흐름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8월 20일 두 차례의 포격 이후 남한의 대응사격이 있기도 전에 이미 김양건 대남비서의 대화제기가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북한은 남한의 대응이 없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48시간이라는 시한을 정하고 남한을 압박했다. 만약 두 차례의 포격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한다면, 남한이 대응사격을 하기도 전에 김양건 비서의 제안을 통해 사태해결을 위한 대화를 제시했던 상황이 뒤따를 수 없다.

▲ 북한이 운용중인 고사포(위)와 자주포 ⓒ연합뉴스

결국 북한이 8월 20일 두 차례의 포격으로 노리고자 하는 것은 확성기 방송의 중단이다. 확성기 방송에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 대한 비난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헌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하는 ‘주체사상 체계확립 10대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 원칙이 북한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이른바 최고 존엄을 몸 바쳐 사수해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확성기 방송 자체가 가지는 황색 바람의 확산보다는 최고 존엄 모독에 목숨을 걸고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모험주의와 남한의 맞대응

확성기 방송 중단을 위해 북한이 선택한 것이 고사총 1발과 직사포 3발의 발사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포격 도발 이후 곧바로 김양건의 대화제기가 뒤따른 것이 이를 증명한다. 북한의 목적이 확성기 방송 중단이었기 때문에 북한은 확전을 원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사총은 연속발사를 할 수 있는 기관총인데 딱 한 발만 남측 지역 야산에 발사하였다. 이를 통해 남한의 군대를 긴장시킨 후 3발의 직사포를 쏘았다. 직사포는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 떨어졌다. 남한의 시설이나 인명피해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북한이 초저강도 도발을 감행하면서 대화제안을 병행한 것은 긴장 수위를 조절하면서 협상을 통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세를 보더라도 북한의 긴장 고조 전술이 확전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북한이 포격도발을 한 8월 20일 밤 유엔사는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 유엔사는 연평도 포격 때는 대응을 묻는 한국 군부에 대해 이렇다할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작전통제권에 따른 교전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군대의 자위권에 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DMZ 관리는 유엔사의 권한이기 때문에 유엔사는 신속히 북한과 대화를 제의했다.

미국은 현 긴장상태를 방치하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때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유엔이 제재에 착수하고,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의 위협이 관리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서 임계점에 도달한다면 오바마 정부 임기말에 북한과 골치 아픈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9월 3일 전승절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해소를 강하게 주문할 것이다. 이같은 국제정세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다른 한편 북한은 이같은 국제정세가 자신들의 긴장 고조 후 상황관리라는 화전양면전술 구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군사적 수단을 사용해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은 군사적 모험주의다. 군사적 위협과 긴장조성이 상시화될 수 있는 새로운 남북대결구조가 마련됐다. 물론 남북은 군사적 긴장을 이후의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면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한반도의 위기발생 가능성이 손쉬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평화의 길

북한은 협상을 유도하기 위해 군사적 수단 사용과 준전시상태 선포를 손바닥 뒤집 듯, 아무렇지 않게 쉽게 해버린다. 이러한 북한에 대해 그 의도를 파악하기 보다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자세로 전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남한의 대응이다. 이번 고위급접촉이 합의됐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가 더 불안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합의 이후 합의문을 편리하게 해석하면서 쌍방의 국민을 상대로 명분쌓기에 급급해 하는 남북당국의 태도도 불안정의 한 이유가 된다. 남북 양쪽 여론을 호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에 담긴 대화와 협상의 정신을 바탕으로 당국과 민간을 비롯한 다양한 남북대화와 교류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로 전환,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가야 한다. 이것이 평화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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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고려대학교, 경남대 북한대학원, 동국대 대학원, 평화연구소, 한국사회연구소에서 학술 및 연구 활동을 벌였고 1998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정책실장을 지냈습니다. 2003년부터 청와대 NSC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에서 근무했습니다. 현재 (사)한반도 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 코리아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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