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수도권 규제완화 논란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2일 "어느 한 쪽을 철저히 규제해서 다른 곳이 발전하는 것보다는 다른 쪽에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며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초청 간담회에서 "나는 원칙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기 불편할 시도지사들 앞에서 '시장경제' 강의
최근 인수위가 수도권 공장종량제 폐지 등 수도권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이 당선인은 "인수위에 대한 보도가 많은데 (있는) 그대로 보도되는 것은 아니다"고 일단 선을 그으면서도 현행 규제 시스템에 대해선 "비합리적이다"며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 당선인은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언론에선 또 수도권 규제를 푼다고 하겠지만 나는 경제원칙, 시장경제의 원칙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 "지방도 할 수 있는 곳을 풀어주면 잘 될 수 있는데, 될 수 있는 곳은 묶고 안 되는 곳을 풀어 놨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공단을 만들어 주면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지방이 있는데 그런 곳은 묶여 있다"면서 "또 필요 없는 곳은 선투자해서 넓게 (공단을)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에 반발하는 일부 시도를 의식한 이 당선인은 "오늘 회의를 하지 않아도 대충 짐작은 한다"면서 "16개 시도의 입장이 서로 다르게 때문에 내부에서 성명도 내고 하는데 그런 것들보다는 서로 이해하는 입장, 국가발전의 관점에서 대화를 해 보면 길이 열린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서울시장 시절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 초기에 (시도지사들과) 만나서 화기애애하게 출발했지만 출발이 너무 좋아서 효과를 못 본 것 같다"면서 "내가 시장을 할 때도 중앙정부가 시도지사와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대화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결국 지방분권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되는가 하는 게 국정이 잘 되는 것"이라면서 "제도적으로 고칠 것이 많은데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풀자. 임기 5년 중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효과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오늘은 답변을 즉석에서 드리는 것보다는 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시면 메모를 해 놨다가 챙기도록 하겠다"면서 "며칠 뒤에 회신을 할테니 문제가 있으면 또 이야기를 해 달라"고 덧붙였다.
경기도를 제외한 다수 광역지자체들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고 공공기관 통폐합,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인해 이들 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방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이 당선인을 향해 할 말도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 당선인의 발언 이후 회의는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서울시청에 '금의환향'…"나는 시도지사 출신 첫 대통령"
한편 서울시장 출신인 이 당선인은 시장 퇴임 이후 이날 처음으로 서울시청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일종의 '금의환향'인 셈.
이 당선인이 오세훈 서울시장,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김진선 강원지사의 안내를 받으며 시청에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서울시 관계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고, 이 당선인은 방명록에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도시다 되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이날 인사말에서 "당선인은 직전에 서울시장을 하셨고, 시도지사협의회장도 하겼기 때문에 어느 대통령보다 시도와 시방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서 "시도지사들로서는 또 다른 기대가 크고 특별한 감회와 자부심을 갖는다"고 치켜세웠다.
이 당선인도 "시도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된 첫 케이스"라면서 "워낙 현안이 많아서 이에 대해선 국민들이 인식이 좀 부족하지만 굉장히 의미있고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광태 광주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를 제외하고 오세훈 서울시장, 허남식 부산시장, 김범일 대구시장, 안상수 인천시장, 박성효 대전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김진선 강원지사, 정우택 충북지사, 이완구 충남지사, 김완주 전북지사, 박준영 전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김태호 경남지사, 김태환 제주지사 등 14명의 시도 지사들이 참석했다.
한나라당과 인수위에서는 이경숙 위원장, 김형오 부위원장, 임태희 비서실장, 주호영 대변인, 박재완 정부혁신·공공개혁 TF팀장, 박형준 기획조정분과위원,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 등이 이 당선인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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