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21일 "올해로 광복 70주년을 맞이했지만, 정부 홈페이지에서 친일파를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어린이들에게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며 여성부가 '평등어린이세상'(☞사이트 바로보기)의 '역사 속 평등 이야기' 코너에서 임영신·박경원·최승희 등을 '최초의 여성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등어린이세상'은 어린이들에게 성교육과 성폭력·성매매 예방 교육, 성 평등의식 교육 등을 위해 여성부가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다.
홍 의원은 "여성가족부는 '최초의 여성 장관'으로 친일파 임영신을 소개하며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아이젠하워상을 받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 명시했다"며 "그러나 임영신은 김활란과 함께 '조선임전보국단 부인대'를 결성, 일본의 태평양전쟁을 도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여성부는 임영신에 대해 "일본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관동대지진 때 일본인이 우리 민족을 대량학살한 현장 사진과 사망자 명단을 이승만에게 전하게 됐고, 그것이 계기가 돼 독립운동에 적극 나서게 됐다"고 적었다.
그는 또 "(여성부가)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박경원을 소개하고 있는데, 박경원은 일제의 만주국 승인을 기념하는 '황군위문 일만친선 연락비행' 중 사망한 인물로 친일 논란이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보훈처·공군사관학교는 박경원보다 1년 먼저 비행사 자격증을 딴 항일독립투사 권기옥을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로 소개하고 있음에도 친일 논란이 있는 박경원을 '비행사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 어린이들에게 많은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최승희에 대해서도 홍 의원은 "1943년 중국 일대에서 일본군 위문공연을 다니고, '국방기금' 명목으로 현재 가치 50억 원에 이르는 7만5000원을 일제에 헌납해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다"고 비판했다. 여성부는 그러나 최승희에 대해 '평등어린이세상'에서 "자신만의 춤을 창조하려는 노력으로 조선의 전통무용에 눈을 돌리게 됐고, 유럽·미국·중국·러시아 등 순회공연을 하며 세계적인 한국 예술가로 명성을 날리게 된다"며 "나라 잃은 슬픔에 잠겨 있던 우리 국민들은 최승희의 춤을 보면서 눈물과 기쁨으로 환호성을 질렀다"고 적고 있다.
<프레시안> 확인 결과, 이날 오후 현재 임영신과 박경원에 대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찾을 수 없는 상태이고 무용가 최승희에 대한 내용만 '한국을 빛낸 위인' 코너에 남아 있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런 지적이 있어서, 논란이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전문기관 재검증을 통해 내용을 재정비하고자 일단 (누리집에서) 내렸다"며 "(공공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 또는 민족문제연구소 등 민간 연구소에 검수를 의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여성부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12일부터 23일까지 '독립을 향한 여성 영웅들의 행진' 특별기획전을 주최해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부처 홈페이지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친일파를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소개하고 있던 것"이라며 "광복 70주년을 맞이했음에도 여전히 친일파가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접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홍 의원은 이 누리집에 '최초의 여성 대사'로 소개된 이인호 현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에 대해서도 이념 편향성과 함께 조부의 친일 전력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 이사장은 '친일파 청산은 소련의 지령'이라거나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을 반대한 분이기에 대한민국 공로자로 그를 거론하는게 옳지 않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뉴라이트 인사"라며 "그의 조부 이명세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자 705인>(2009)과 <친일인명사전> 명단에 올라있는 대표적인 친일파"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는 "조부가 친일파라고 본인까지 친일파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며 '뉴라이트' 부분에 대해선 "친일 논란과 이념 성향 논란은 성격이 달라서 한 번에 (동일하게) 조치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