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양건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명의의 서한을 통해 대남 포격을 비롯한 현 사태를 수습하자는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서한에 담긴 제안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며 거부했다.
통일부는 20일 오후 4시 50분경 북한이 판문점 남북 연락관 접촉을 통해 김양건 비서 명의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내왔다고 밝혔다. 서한에서 김 비서는 남한의 확성기 방송을 "선전포고"라고 간주하며 이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서는 이와 관련해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김 비서는 현재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말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의 이번 서한 전달은 포격 도발과 함께 이루어진 것으로, 최근 북한의 지뢰도발에 의한 상황 악화라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의 제안을 거부했다.
정부는 "북한의 포격 도발 등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간다는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후 3시 52분과 4시 12분 두 차례에 걸쳐 남한을 향해 포격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첫 포격 때는 14.5mm 고사포를 1발 발사했고, 두 번째 포격에서는 직사화기 76.2mm를 수 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날 대남 포격을 감행한 것은 남한군이 심리전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확성기 방송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북한은 김 비서의 서한과 더불어 이날 오후 5시경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을 통해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남한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11년 만에 재개됐다. 당시 군 당국은 지난 4일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로 남한군 2명이 부상을 입은 것과 관련,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14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를 통해 지뢰 폭발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후 북한군은 지난 17일 동부전선의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남한의 조치에 맞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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