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외국인 장관'도 가능하다"

이명박 "우리 같으면 위험하지만 외국인은 비밀 잘 지킨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한나라당을 통해 21일 국회에 제출할 정부조직개편안 중 외국인의 공무원 임용을 제한한 국가공무원법의 개정안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국정원, 국방부, 방위사업청, 국세청 등의 국가안보, 기밀 등과 관련된 부서를 제외하고 공무원 사회의 문호를 외국인에게 개방하겠다는 것. 특히 '외국인 장관'까지 허용한다는 게 인수위의 방침이지만, 이른바 '선진국'에서도 장·차관급의 고위 공직에 외국인을 임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명박 "우리 같으면 위험하지만, 외국인은 비밀 잘 지킨다"

인수위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국가 공무원법과 관련해 외국인의 공무원 임용이 필요하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뜻에 따라 관련 규정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 18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박상천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법을 바꿔서 공무원도 외국인이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국가기밀 유출 우려 등에 대해 이 당선인은 "우리 같으면 위험하지만, 외국인들은 규범을 잘 지킨다"며 "떠나도 비밀을 지켜 준다"고 했었다.

이 대변인은 "이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26조 3항을 개정해 국가안보와 보안, 기밀과 관련된 부서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글로벌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인수위는 장·차관의 외국인 임용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이후 기자와 만나 "핵심적인 인재들을 영입하려는 것이니 만큼, 장·차관 자리를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예를 들어 엘든이나 라이백을 영입한다면 장·차관 말고 어떤 자리를 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를 지원하고 있는 인수위 산하 국가경쟁력강화 특위 데이비드 엘든 공동위원장과 '국제 금융계 거물'로 잘 알려진 윌리엄 라이백 고문을 직접적인 '영입의 대상'으로 거론한 것.

이 대변인은 "장·차관이 외국인이라면 아무래도 소통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인수위가 브리핑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법 개정 내용 등도 영어로 번역해 공개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한 마디로 공무원 사회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까지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기밀유지와 관련해선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그럼 모두가 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는 시대에 공무원 사회만 제 자리 걸음을 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