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지도부가 18일 노사정 대화 재개를 선언하려고 했으나, 일부 산별노조의 극심한 반발로 무산됐다. 노사정 복귀는 이달 26일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중집을 열어 노사정 대화 재개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다. 중집은 한국노총 임원과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이 모여서 노총 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전날 한국노총 지도부는 올해 4월8일 노사정 대화 결렬 선언 후 4개월여 만에 노사정 대화를 재개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연맹 등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 조합원 100여 명은 이날 오전부터 중집 개최가 예정된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을 점거했다.
노사정 대화 결렬의 주된 원인이었던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에 복귀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이들 사안을 노사정 의제에서 배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일반해고 지침이 만들어지면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가 도입된다.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산별노조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노사정 대화 재개를 결정했지만, 우리는 한국노총의 앞날을 위해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위원장실 앞을 가로막았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은 위원장실에 모여 장시간 논의를 거친 끝에 오후 3시30분께 노사정 복귀 논의를 보류키로 결정했다.
이날 중집에서는 이달 22일 전국노동자대회 준비 상황만 점검하고, 노사정 복귀는 26일 중집을 열어 논의키로 했다.
이날 노사정 복귀 무산으로 한국노총 지도부와 정부·여당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정부·여당은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을 노사정 의제에 포함하되 '대화와 합의로 추진한다' 정도의 선언 후 중장기 과제로 미뤄, 한국노총의 복귀 명분을 만들어 주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 지도부가 전날 정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지만, 산하 산별노조의 반발을 꺾지는 못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화 재개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이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을 노사정 의제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보다 명확하게 천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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