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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권한 강화와 대부(大部)제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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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권한 강화와 대부(大部)제가 핵심

[분석]'이명박 정부' 조직개편안을 뜯어보니

16일 확정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의 기조는 대부(大部)·대국(大局) 원칙이다.

기능만큼이나 상징성이 큰 통일부와 여성부가 살아남아 15부 2처(현행 18부 4처)로 간다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결국 두 부처도 없어지고 13부 2처로 확정됐다. 이명박 당선인의 의중대로라는 평가다.

통일부의 경우 인수위 출범 이후 존속 의견이 만만찮았고 막판까지 전망이 엇갈렸지만 결국 폐지 쪽으로 가닥 잡혔다. 하지만 일각에서 통일부는 오는 28일 개의되는 임시국회에서 정부 조직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협상용 카드'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번 개편안의 하이라이트는 ▲기획재정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 ▲지식경제부: 산업자원부와 정통부에 과기부 일부 기능을 통합 ▲외교통일부: 외교통상부와 통일부의 통합 ▲농수산식품부: 농림부와 해수부에 식품산업 관련 기능을 통합 ▲문화관광홍보부: 문광부에 정통부 일부기능과 국정홍보처 기능을 통합 등 공룡부처의 탄생과 ▲특임장관(2인): 일상적인 국정에는 관여 않고 투자 유치, 해외자원개발 등 핵심 국책과제를 수행의 신설이다.

또한 장관급 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위원회로 확대개편,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의 통합으로 대통령실이 신설되는 청와대 개편방안도 눈에 띈다.

인수위의 이같은 정부조직개편방안은 한마디로 대통령 권한 강화로 귀결된다.
▲ 16일 발표된 청와대 조직 개편방안ⓒ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부(大部)제 시대 도래

기획재정부나 외교통일부 같은 '공룡부처' 외에 여타 조직에도 대부제 개념이 도입됐다.

이미 예고됐듯이 교육부와 과기부의 일부 기능이 결합된 인재과학부가 신설됐고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국가청소년위 및 기획예산처의 양극화 민생대책본부는 보건복지여성부로 탈바꿈했다.

건설교통부 및 해양수산부의 해양개발, 항만건설, 해운물류가 통합돼 국토해양부가 신설됐고 중앙인사위의 기능과 국가비상기획위원회 기능이 행자부로 통합돼 행정안전부로 재편됐다.

이같은 방안에 대해 인수위 측은 "선진국은 편제를 광역화하고 부처 수를 줄이는 추세"라면서 "정부와 시장, 국가와 자치단체가 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작은 정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노무현 정부의 기조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현 청와대는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의 '작은 정부론'에 맞서 "우리는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한다"면서 "규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선진국에 비하면 인구 대비 공무원 숫자도 작다"고 일축했었다.

부처 축소로 인해 공무원 숫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앙행정기관이 현행 56개에서 43개로 13개 줄어듦에 따라 장관급공무원 숫자도 현재 40명에서 29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정확한 숫자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상당수는 보직을 잃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공직사회의 줄대기, 밥그릇 챙기기 현상이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인수위 측이 일반 공무원들의 신분을 보장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4급 이하 공무원들도 자리를 보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밖에 국정홍보처 등에 소속된 별정직 공무원들의 신분도 논란거리로 떠오를 수 있다.

정부 조직 축소에 대해 일반 여론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장단점이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한 행정학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위원회가 난립하고 부처 간 업무가 겹치는 비효율적 측면이 분명히 눈에 띄었다"면서 "대부처 시스템 도입은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부여할 수 있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통폐합을 위한 통폐합에 급급한 모습도 일부 보인다"면서 "앞으로 제도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가 문제가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돈이 되게 움직여랴"

이번 개편안에는 '기업하기 좋은 정부'라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기조가 그대로 투영됐다. 하지만 공룡부처인 기획재정부의 탄생과 금융위원회로의 금융정책, 감독 기능 통합을 두고선 "관치경제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에는 기존 재경부의 세제·국고 기능에 대통령비서실, 국무총리실,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로 분산되어있던 정책기획조정 기능이 모두 흡수되고 기획예산처의 예산운용·성과관리 기능도 통합된다.

기획, 예산, 재정 기능이 모두 한 곳에 집중되는 셈이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기능이 그대로 통합됐던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재정경제원의 부활이라고 할만하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인수위 측은 "과거 재경원은 경제정책의 양대 축인 재정수단과 금융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었으나 이번에 신설되는 기획재정부는 금융기능을 금융위원회로, 소비자정책 및 국세심판, 양극화 민생대책 기능 등은 각각 다른 부처로 이관하게 된다"면서 "과거 경제기획원하고 비교해봐도 그리 큰 조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정책, 국세심판, 양극화민생대책은 어차피 기존 재경부에서도 주요 기능이 아니었다. 또한 신설 금융위원회 역시 권한 집중 우려가 적지 않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확대판인 금융위원회는 재경부로부터 금융정책기능과 금융정보분석원을 이관받게 된다. 인수위 측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본적 역할분담은 유지된다"면서도 "금융위원회는 감독규정과 지침을 운영하면서 감독집행을 맡는 금융감독원을 감시감독하고 적절히 견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금감위와 금감원 관계가 유지된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까닭에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에 누가 임명되는지가 관가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살아남았지만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 관련 규제 기능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잡혔다. 또한 현재 총리실 산하의 규제개혁위원회는 청와대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산하의 규제개혁추진단으로 재편된다. '규제'에 대한 차기 정부의 생래적 거부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투자유치 등을 전담하게 될 특임장관 역시 '친기업'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만기친람(萬機親覽)'

정부개편안에 따르면 청와대 기능은 외형적으로는 분명히 축소됐다.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은 대통령실로 통합되고 경호실은 경호처로 축소된다.

청와대 내 정책실, 안보정책실도 모두 없어지고 수석비서관의 숫자도 줄어든다. 하지만 이러한 개편방향이 인수위의 주장대로 청와대 권한 약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국무조정실과 비서실의 통폐합 및 각종 위원회 폐지로 인해 총리실의 권한이 대폭 줄어든다. 이에 대해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미 "총리의 역할은 대통령 보좌가 아니냐"고 못을 박은 바 있다.

대신 청와대 내에는 정무수석이 부활하고 인사수석 기능의 이관으로 인해 민정수석의 기능이 강화된다. 또한 차기 정부는 청와대 내에 대통령특보를 상당수 임명키로 했다. 현 정부의 특보는 '명예직' 개념이었지만 차기정부의 그것의 개념은 달라보인다.

또한 한반도대운하TF 등을 거느리고 있는 인수위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도 청와대로 이관될 방침이다.

이밖에 국가인권위, 방송위원회 등 독립위원회도 대통령 소속으로 편재될뿐더러 내각 소속 특임장관도 대통령의 손발 노릇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대통령 직할 체제 강화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 80명이 모은 아이디어보다 당선인 한 사람의 생각이 더 낫다"는 감탄인지 아부인지 모를 인수위 측의 이야기가 보수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판국에 이같은 편재로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권력의 견제와 균형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겠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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