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김포공항을 통해 서울로 복귀한 이희호 이사장은 "이번 방북은 박근혜 대통령의 배려로 가능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으로 편안하고 뜻있는 여정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민간 신분인 저는 어떠한 공식 임무도 부여받지 않았다"면서 남북 당국 간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은 본인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나 6.15 정신을 기리고 일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당초 김 제1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친서를 보내 이 이사장을 초청한 만큼, 양측 간 면담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번 방북 수행단장인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은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의 친서도 없었느냐는 질문에 평화센터 관계자는 "오늘은 이 여사님이 말씀하신 것이 전부"라면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방북단은 김 제1위원장뿐만 아니라 북한의 고위 인사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남 담당 비서이자 이번 방북을 주관했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도 방북 기간 중 만찬이나 오찬 등의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에서는 대신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내보냈다. 맹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이 이사장의 입국을 영접했고 방북 기간 중 만찬에 참석했으며 이날 출국 때도 이 이사장을 배웅했다.
김 제1위원장과 면담도, 그의 친서도 없었다면 사실상 이번 방북은 인도적 지원과 묘향산 관광이 결합된 개인적인 방북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지난해 직접 이 이사장에게 친서를 보내 초청을 하는 형식을 취했음에도 아무런 접촉도 없었다면, "이번 방북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이 이사장의 뜻도 당분간 관철되기 어려워 보인다.
김 제1위원장과 북한이 이 이사장의 방북에 이렇듯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우선 남한 정부가 이 이사장의 손에 들려 보낼 메시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메시지가 없는 상황에서 김 제1위원장이나 김양건 통전부장이 굳이 이 이사장을 대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번 방북단에 6.15 남북공동선언을 만들었던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당시 주요 인사들이 모두 빠져있다는 점도 북한 지도부를 움직이지 않게 만든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만한 이른바 '메신저'가 없다고 판단, 별다른 입장 전달을 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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