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사건 기술간담회가 무산됐습니다. 여야가 추천한 2명씩의 민간 전문가와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 2명 등 모두 6명이 국정원을 방문해 파일 삭제와 복구 관련 설명을 듣기로 했던 날이 어제였지만 무산됐습니다. 국정원이 방문 전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자 야당이 기술간담회를 거부한 겁니다.
이후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기술간담회가 늦어질 경우 국회 정보위원들끼리 먼저 현장검증을 한 후 전문가 기술간담회를 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명확한 자료나 설명 없는 '보여주기식' 현장검증은 의미가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익히 예상했던 결말이고 익히 보아왔던 공방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가려야 할 건 가려야겠죠? 도대체 어느 쪽 주장이 옳은 걸까요?
눈여겨 봐야 할 사례가 있습니다. 미군 오산기지 생물식별검사실에서 어제 한미 합동 현장조사가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사고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한미 합동실무단 소속 우리 측 장교가 실험실을 둘러보고 미군 측의 설명을 들은 건데요.
'할 말은 하는 <조선일보>'가 이 현장조사를 준엄하게 비판했습니다. '기자수첩'을 통해 이렇게 날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미군 측은 이미 실험실 방역을 완벽하게 끝낸 상태다. 더구나 현장조사는 이날 딱 하루뿐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의문이 생기면 추가로 현장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 하루짜리 현장 방문 '쇼'로는 우리 국민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힘들다는 걸 한미 당국 모두 알아야 한다."
토를 달 여지가 전혀 없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지적입니다. 정말 해야 할 말을 제대로 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이 날선 비판이 준거입니다. 국정원 현장 기술간담회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의 시비를 가릴 곧은 자입니다. <조선>이 내민 이 잣대를 국정원 현장 기술간담회에 그대로 갖다 대도 됩니다.
양상과 성격이 거의 똑같지 않습니까? 미군기지 현장조사나 국정원 현장 기술간담회나 사고 또는 사건이 공개된 지 한참 지나서야 이뤄지게 된 점, 현장조사는 달랑 한 번으로 제한된 점, 이런 뒷북·겉핥기 조사가 기밀·안보 논리를 타고 밀어붙여진 점 등에서 판박이입니다.
<조선>의 잣대에 따르면 국정원이나 그 기관을 비호하는 새누리당이나 모두 욕먹어도 쌉니다. 국민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는커녕 '쇼'나 벌이는 문제 집단이니까요.
부디 <조선>의 준엄한 꾸짖음이 오산 찍고 내곡동까지, 탄저균 배달사고를 넘어 국정원 해킹사건까지 확장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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