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봉황리는 매우 외딴 곳에 존재하지만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마을을 기준으로 앞쪽을 보면 저수지가 햇볕을 삼키며 도도히 흐르고 있고, 뒤에는 아름다운 산을 품은 채 25가구 30여 명이 각자 작은 텃밭을 일구며 옹기종기 살고 있다. 말 그대로 풍수지리설에서 얘기하고 있는 배산임수적 지리요소를 갖춘 가장 이상적인 곳 중 하나이다.
가구 수가 적고 정 많은 사람이 많아 각 집안에서 맛있는 것이 생기면 이웃집과 나눠 먹는 인정 깊은 마을이기도 하다. 이 마을에 사는 장동찬 씨(축산단지 반대대책위원회)도 서울에서 국어교사 생활을 하다가 귀촌하여 5년째 이곳에 집을 짓고 소박한 농사를 지으며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장동찬 씨는 최근에 흉흉한 소문을 들었다.
강진군에서 대규모 기업형 축사단지를 추진하는데 이 마을이 선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강진군은 귀농·귀촌 활성화 및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민간 가구를 유치하고 그 가구마다 1000마리 이상 되는 닭 등 가축을 키울 수 있도록 기반시설, 도로, 현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시설들이 유치되면 물 맑고 조용했던 마을이 각종 오·폐수와 악취 등으로 오염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수지 오염 문제로 주위 마을에서도 크게 걱정을 하고 있다. 이 마을은 사람이 별로 살지 않고, 주위에 저수지가 있다는 이유로 작년에도(2014년) 대규모 돼지농장이 추진된 적이 있었으나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강진군에서는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민가에서 5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축사를 신청할 경우 허가하도록 한 조례 때문에 마을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장동찬 씨처럼 도시의 삶을 끝내고 조용한 여생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마을이 기업형 축사로 인한 식수 오염과 악취를 일으킨다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여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곳 강진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육식으로 인해 우리나라 곳곳에는 엄청난 기업형 축사 등이 세워지고 있다. 이 시설 등에 각종 오·폐수 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미 방지시설이 감당하기에는 그 양이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행한 4대강 수계현황지도에서 섬진강 서남해 지역(강진군 근처)을 보면 9만5000명의 인구 중 소와 돼지를 합쳐 9만 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폐수방류량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타 닭, 오리 등은 1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위의 지도 중 점 등으로 표시된 지역이 바로 축사가 있는 곳이다. 사실상 산지 지역을 제외하고는 빈틈을 찾을 수가 없다. 이런 실태는 다른 지역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수질전문가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육식에 의한 식습관으로 인해 기업형 축사 시설 등이 급증하고 있다. 계속 이런 증가 추세가 지속한다면 아무리 오·폐수 방지 시설을 설치를 강화한다고 해도 가축들의 분뇨로 인한 수질 및 토양오염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강진군 사례처럼 새로운 대규모 축사시설 짓기 위해 하천과 강이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은 향후 여러 가지 분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바꾸지 않는 한 이른 시일 내에 환경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도 "대규모 공장식 축산 지역 등을 가보면 가축들이 공산품처럼 키워지고 있다. 각종 병균으로 인해 약물 등이 과도하게 주입하고 있으며 축사 분뇨처리가 엄격히 관리되지 않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그리고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그냥 매몰 처분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 등도 향후 국회에서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지역을 조금만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각종 소고기, 삼겹살 식당 그리고 늘어나고 있는 치맥 열풍 뒤에 우리가 사는 국토와 강은 빠르게 오염되어 가고 있다. 우리가 무분별하게 즐기고 있는 육식으로 인해, 수도권에서 400km 넘게 떨어져 있는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봉황리에 사는 주민들은 이 지역이 또 다른 전쟁터로 변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육식 산업시대에 사람의 먹거리를 위해 동물들과 자연은 얼마나 희생되어야 할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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