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콘크리트는 대형 크루즈와 해군 함정이 계류하기 위한 방파제의 뼈대, 즉 케이슨의 기초 자재가 된다.
삼성물산 1공구 1만5000t급 케이슨 1기의 크기는 너비 40.6m, 길이 25m, 높이 25.5m로 아파트 10층 규모에 달한다. 케이슨 안에 모래와 자갈을 넣으면 무게는 2만톤에 육박한다.
해군기지에 설치된 케이슨은 1공구 57기, 2공구 74기 등 131기에 이른다. 항만공사를 위해 막대한 양의 콘크리트가 투입되면서 도내 건설 현장 곳곳의 자재 부족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형 항만공사에다 공동주택 건설붐까지 일면서 항만을 통해 제주로 들어오는 시멘트 물동량은 2006년 48만9000t에서 2012년 96만1000t으로 6년 사이 두배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첫 100만톤을 넘어 106만3000t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벌써 60만9000t을 들여와 2008년 한해 물동량을 반년만에 갈아치웠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건설자재가 부족한데 해군기지에 물량이 대거 투입돼 소규모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업체들마다 자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골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제주에서는 대부분 산지에서 토석을 채취해 생산하는 '산림골재'를 통해 콘크리트 원료로 공급하고 있다.
도내 산림골재 채취량은 2007년 105만8000㎥에서 2014년 208만7000만㎥로 7년 사이 갑절 가까이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 도내 13개 채석장에서 채취한 물량만 133만6000㎥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9만9000㎥와 비교해 1년 사이 11%나 증가했다.
문제는 물량 확보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골재협회에 따르면 제주지역 수요 대비 골재 공급량 비중은 103.2%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110%는 돼야 수급이 안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골재 공급가격도 1년 사이 2배로 뛰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골재를 생산하는 석산개발은 환경파괴가 불가피해 개발면적을 마냥 늘릴 수도 없는 처지다.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는 육지부에서 골재를 들여오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바지선으로 해상운송에 나설 경우 염분으로 인한 불량골재 공급 가능성이 커 이마저 쉽지 않다.
세척작업으로 염분을 제거하더라도 운송비와 세척비용이 만만치 않아 결과적으로 자재 비용 상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불량자재로 인한 부실시공 가능성도 걱정거리다.
업체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제주도는 자재난 해소를 위해 서귀포시 안덕면에 추진중인 제주신화역사공원 공사 부지에서 나온 암반 55만㎥를 골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3년 2월 완공된 어승생 제2저수지 현장에서 발생한 암반 31만8000㎥에 대해서도 이미 매각 절차가 진행됐지만 파쇄후 건설자재로 활용하도록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내 채석장을 방문해 실태를 파악했지만 생산량 확보가 쉽지 않다"며 "신화역사공원과 어승생 제2저수지 물량을 활용하면 90만㎥ 공급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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