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두 번째 부인이자,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스코(重光初子) 씨가 30일 오후 2시 28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신 총괄회장이 지난 28일 밤, 신 전 부회장이 지난 29일 밤 귀국한 데 이어 모친인 시게미쓰 하스코 씨까지 방한한 셈. 일본에 있는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한국에 모인 셈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과 나머지 가족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나머지 가족이 모이는 회의가 한국에서 열리고, 그 자리에서 중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이런 해석대로라면,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결과를 점치기 힘든 국면이 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시게미쓰 하스코 씨는 김포공항에서 "왜 입국했느냐", "시게미쓰 히로유키(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일본 이름)와 시게미쓰 아키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 이름) 중 어느 쪽이냐" 등의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의 승부를 결정짓는 열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신 총괄회장의 마음이다. 30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한 신동주 전 부회장 인터뷰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 및 그의 측근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에 대해 몹시 화가 나 있다. 일본 롯데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임원들을 이들이 몰아냈다는 게 주요 이유다. 결국 신 총괄회장은 이들 두 사람에 대해 해임을 지시했으나, 이들은 무시하고 계속 출근했다. 그래서 신 총괄회장이 지난 27일 일본을 방문해 직접 해임을 통보했다는 것.
이런 내용대로라면, 신 총괄회장이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신 총괄회장에게 영향력이 큰 부인까지 방한했다. 그녀 역시 장남 편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더 유리해진다. 하지만 반대 가능성도 있다. 신동빈 회장에게 화가 난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달래주러 왔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유리하다.
나머지 열쇠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고준샤(光潤社)' 지분이다. 고준샤는 종업원이 3명에 불과한 비상장 업체라서, 지분 비율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는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가 똑같이 약 29%를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12% 지분율을 가진 우리 사주 조합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만약 신 총괄회장의 뜻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있다고 확인되면 달라질 수 있다. 이들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30% 지분의 소유자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스코 씨를 포함한 다른 가족이 가진 지분이 꽤 포함돼 있으리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시게미쓰 하스코 씨의 방한이 지닌 무게감은 상당히 커진다.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끼리 모이는 자리가 마련될 경우, 이 두 가지 열쇠에 대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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