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단독 과반수 의석이 무너진다고 분석한 내부 문건을 <프레시안>이 29일 입수했다. 이 문건에서 새누리당은 스스로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과대 대표'되는 현행 선거법의 최대 수혜자"라고 인정했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지난달 5월 작성한 <19대 총선에 적용해본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보면, 새누리당은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수 의석은 무너진다"고 분석했다.
여의도연구원은 또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새누리당이 선진당과 보수연합을 결성한다고 해도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진보당의 진보연합과 의석 점유율 면에서 초박빙 구도가 형성되고 과반수 의석은 불확실해진다"고 적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 때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은 서울과 경기에서 12~13석(4.23%)을 더 얻고, 호남에서 2~3석(0.84%)을 더 얻지만, 영남에서만 23석(7.73%)을 잃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영남에서 15석(4.93%)을 더 얻지만, 수도권에서 19석(6.39%)을 잃는다. 반면, 옛 통합진보당은 서울에서 1.42%, 경기에서 1.98%, 영남에서 1.96%씩 의석이 증가한다.
이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지적하며 여의도연구원은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얻는 의석수는 상징적인 수준인데, 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은 영남에서 실질적으로 대폭 의석을 늘린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수도권에서 상당수 의석을 잃고, 그 대신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약진한다"고 분석했다.
여의도연구원은 "새누리당은 현재 지역구 비례대표 병렬식 선거제도, 소선거구제 하에서 '과대 대표'되는 정도가 가장 큰 정당으로 현행 선거법의 '최대 수혜자' 정당임이 확인됐다"고 결론 내렸다.
여의도연구원은 또 "새누리당은 선거제도가 비례성을 강화할수록 의석 점유율이 낮아졌고 비례성이 강화될수록 의석점유율이 증가하는 (옛) 통합진보당과 의석 점유율 면에서 제로섬 관계에 있었다. 독일식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통합진보당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뒤집어 보면, 현행 선거법의 최대 피해자는 의석수를 5석밖에 확보하지 못한 정의당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하고, 현행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조정하라고 권고했다. 여기에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는 지난 26일 제5차 혁신안을 발표하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내부 문건을 통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불가'라는 내부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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