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의 일부를 20~30대의 생활 안정과 출산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출산율을 높여야 국민연금의 장기 지속 가능성도 확보된다는 것이다.
'평등사회 전환포럼'은 2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뒤집자 연금제도, 행복한 청춘, 걱정 없는 노후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송기호 변호사의 사회로 열린 이 토론회에서 조원희 국민대학교 교수(경제학과)는 "대한민국 경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모든 것을 파괴하는 블랙홀은 인구 절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년이 죽으면 노인도 죽는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원인으로 '기금 고갈'을 꼽는 것과는 달리, 조 교수는 연금 안정화를 위협하는 진정한 요인은 '인구 절벽'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연금의 본질은 세대 간 연대에 있는데, 후세대를 낳지도 기르지도 않는 것 자체가 세대 간 연대를 파괴하기 때문"이라면서 "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잘 낳아서 잘 기르는 연쇄 고리가 끊어지면 연금도 끝장난다"고 말했다.
합계 출산율이 1.42라고 가정하고 계산했을 때, 한국 인구는 이대로 가면 오는 2100년에는 2700만 명으로 반 토막 가까이 난다. 노인은 많아지고 노인을 사회적으로 부양할 청년 세대는 부족해진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조 교수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조건은 앞으로 20년 이내에 출산율을 합계 출산율 기준으로 현재 1.2에서 1.8 정도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구체적으로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한 '예비 노년층'들이 매년 쌓이는 국민연금 적립금의 10%를 '사회투자기금'으로 조성하는 데 동의하자고 제안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470조 원인 적립금의 10%를 사회투자기금으로 돌리면 47조 원가량이 된다.
이렇게 조성된 사회투자기금을 앞으로 20년 동안 20~30대가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공공 임대주택, 어린이집, 학교 시설 등 사회적 인프라의 재원에 '무이자'로 빌려주자는 것이다.
조 교수는 "국민연금 적립금을 20~30대의 생활 안정과 출산 관련 인프라에 무이자로 투자해서 출산율이 늘어난다면, 연금 재정이 안정되므로 그 이자에 상응하는 이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가 늘어나야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년 세대를 위한 연금 기금의 일부를 청년 세대를 위해 쓰고, 청년 세대는 다시 노년 세대를 사회적으로 부양하는 선순환 제도를 정착하자는 것이다.
노인 빈곤 문제는 '청년과 사회적 연대'로 해결해야
현 세대 청년 문제를 국민연금 기금 활용으로 해결한다면, 현 세대 노인 빈곤 문제가 남는다. 조 교수는 "한국 청년들이 취직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문제는 노후 대책인 연금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면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인 문제와 청년 문제를 '사회적 연대'로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 세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최대 20만 원인 기초연금을 앞으로 10년 이내에 40만 원까지 끌어올리자고 제안했다. 지급 대상 또한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자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국민연금의 실제 지급 수준, 연금 사각지대를 생각할 때 해법은 기초연금 강화밖에 답이 없다"면서 "현재의 노인 빈곤 참상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의 20%(40만 원)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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