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부터 26일 열린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 도중 발생한 폭행 사건 논란이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관련 기사 : 록 페스티벌에서 장기하는 왜 폭행을 당했나?)
용역 업체와 누리꾼 사이 책임 공방이 거센 가운데, 당시 용역 업체 직원에게 맞아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장동현(23) 씨는 이번 사태에 대해 페스티벌 주최 측인 CJ E&M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호 폭행'을 주장한 용역 업체 직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26일 저녁 7시 20분경 영국 헤비메탈 밴드 모터헤드(Motörhead)의 공연 도중 발생했다.
"용역 직원이 관객 욕설... 관객만 일방적으로 위협 당해"
모터헤드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리더 장기하 씨가 관객석에 들어섰다. 장동현 씨와 인근에 있던 관객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를 확인한 팬들이 장 씨를 들어 올려 헹가래를 하려 했다.
그러자, 앞에서 이를 지켜보던 용역 업체 '강한 친구들'의 직원이 장기하 씨가 유명 아티스트인지도 모른 채 관객(장기하)의 목덜미를 팔로 감싸 억지로 끌어내리려 했다.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원의 강경한 태도에 흥분한 관객과 직원 간 말다툼이 일어났다. 장동현 씨는 "직원이 자신이 저지당한다는 생각에 흥분한 것 같다"며 "갑자기 관객들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하고, 주먹을 쥐는 등 위협적으로 행동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안전을 추구한다 한들, 관객(장기하)에게 강제로 다가가 목을 걸어 끌어내리는 게 어찌 용납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양측 충돌을 막기 위해 장동현 씨는 용역 업체 직원의 뒤로 가 팔로 감싸 안았다. 그러자 직원은 뒤통수로 장 씨의 얼굴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장 씨는 안와골절(눈이 위치한 두개골 내 빈 공간에 발생한 골절상) 추정 진단을 받았다.
장 씨는 "안구가 아파 쓰러진 상황에서도 직원이 나를 계속 끌고 가려 했다"며 "안전요원이 두려워 관객 틈에서 쉬다가 공연이 모두 끝나고 관객 틈에 섞여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장 씨는 "자비로 치료를 받은 후, CJ E&M 고객 센터에 항의해 내 문제를 알릴 수 있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장 씨는 현재 고향인 대구의 한 병원에서 최종 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30일 최종 소견을 받은 후 수술일자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도 갈비뼈에 금이 가도록 맞았다"며 상호 폭행이었음을 주장한 용역 업체 직원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장 씨는 "부상으로 인해 누워 있다 7시 50분경 그 직원을 찍은 사진이 있다"며 "멀쩡히 서서 관객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갈비뼈에 부상을 입었다면 숨도 쉬기 힘들었을 텐데 그렇게 서 있는 게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안전요원의 과잉 대응으로 인해 오히려 현장이 더 위험해졌다"며 "관객들은 오히려 용역 직원으로 인해 위험해진 상황을 안정시키려다 욕을 먹고 폭행을 당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CJ E&M이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장 씨는 이와 같은 사태의 근본 원인은 CJ E&M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역 업체 직원에게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며 "이 용역 업체가 안산 외 다른 페스티벌에서도 경호 업무를 진행하는데, 유독 안산에서만 관객과 마찰이 컸다. CJ E&M 측이 강한 통제를 주문한 게 아니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CJ E&M이 록 페스티벌 관객의 자유로우면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대형 페스티벌을 이끌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씨는 지난 2008년 부산 록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여러 페스티벌을 다닌 열혈 록 마니아다. 그는 "이번 일이 있었지만 내년에도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에 참여할 것"이라며 "CJ E&M이 이번 사태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 씨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CJ E&M 관계자는 "현재 사태를 파악 중이다.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 씨와 최대한 빨리 만나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종전보다 더 강한 통제 가이드라인을 용역 업체에 내렸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2014년 (세월호 사태로 인해) 한 해를 건너뛴 경험이 있는데다, 판교의 대형 사고(2014년 10월 17일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 광장에서 열린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축제 도중 환풍구 사고로 인해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가 있어 관객 안전 기준을 조금 높게 잡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언제나 관객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페스티벌 관객은 음주 등으로 인해 평소보다 흥분한 상태인데, 만일 안전 조치가 없었다가 큰 사고가 나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이 지나치게 관객을 통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폴로18 등의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자유롭게 서클 핏(대규모로 관객이 편을 나눠 몸을 부딪치며 노는 행위) 등을 행했다"며 "현장의 상황은 해당 요원이 자기 경험에 따라 즉흥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아티스트에게도 지나친 통제를 가했다'는 지적에는 "아티스트가 사전에 무대 행위를 밝힌 경우에는 대부분 다 허용했다. 트웬티 원 파일럿츠(Twenty One Pilots)의 공연 때는 위험해보이는 행동이 있었어도 사전에 말한 부분이 있어 제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인터넷에서는 오케이 고(OK GO)의 보컬 데미안 클라시가 공연 도중 흥에 겨워 관객석 안으로 뛰어 들어가 노래를 부르려 했으나, 용역 업체 직원이 이를 제지하는 영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용역 업체가 관객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에게도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는 이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