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현상'을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다뤄야 할까?"
지난 6월 16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미국 언론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출마 선언 직후부터 막말과 기행으로 눈길을 끌었던 트럼프의 인기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반짝 인기로 끝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이코노미스트>의 여론 조사에서는 28%의 지지율을 보이며 14%로 2위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크게 따돌리자 트럼프 기사 비중을 놓고 미국 언론이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것이다. '지지율 1위'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등장 직후부터 그의 인기를 두고 "유명 연예인이 정치에 뛰어든 것으로 보는게 맞다",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유권자들의 변화된 표심을 반영하고 있다", "어릿광대의 놀음에 불과하다" 등 극과극으로 해석이 갈렸다.
다만 대체로 미국 언론은 출마를 선언한 직후부터 트럼프가 얻은 적지 않은 지지도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 조사를 보면 이제 트럼프 관련 기사는 주요 신문의 1면에 하루 평균 22차례나 등장한다.
또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공화당 대선 관련 기사에서 트럼프 관련 내용이 무려 46%에 달한다. '구글(google.com)'을 통해 공화당 대선 후보를 검색한 사람의 60% 이상이 트럼프를 검색했다. 부시 전 지사의 경우 공화당 대선 관련 기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불과했고, 구글 대선 후보 검색에서도 9%에 머물렀다. 그러자 <워싱턴포스트>의 국내면 에디터 캐머런 바는 "트럼프 현상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를 바라보는 미국 언론의 시작은 여전히 갈리고 있다.
미국내 내로라하는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이미 이달 초 "트럼프 관련 기사는 연예 면에 싣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설사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1∼2위를 차지하더라도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단순한 구경거리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보수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 '21세기 폭스' 최고 경영자는 지난 주 트위터에 트럼프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아울러 그가 소유한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주로 비판적 기사를 싣고 있다.
하지만 역시 머독이 소유한 보수 진영의 대표적 방송인 폭스뉴스는 트럼프 관련 보도에 우호적이어서 대조적이다.
아울러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취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이민자를 모독한 발언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캐머런 바 국내면 에디터는 "우리는 선거 결과를 예단하지 않는다"면서 "최근의 여론 조사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존재를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돌풍'과 같은 현상이 정치권에서 처음 있는 일도 아니라고 지적하고 "가능한 한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다양한 현상을 취재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 내 대표적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의 정치 담당 에디터 캐서런 밀러는 "정치에서는 항상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라면서도 "다만 트럼프가 공화당 지지 진영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평했다.
반면에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주저된다"는 입장에 가깝다. 다만 이 신문 역시 트럼프가 이제는 단순한 구경거리에서 뉴스거리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1980년대 한때 유명했던 타블로이드 잡지 <스파이>의 창립자인 커트 앤더슨은 "트럼프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그는 항상 미디어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혈안이 돼 왔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화법은 항상 자기 자랑을 일삼는 동시에 남들이 자신을 얼간이라고 부르면 자신도 남을 얼간이라고 불러 보복하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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