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현행법상 불법인 해킹 프로그램을 몰래 구입했으며, 해킹 프로그램의 타깃 자체가 국내 스마트폰 운영 체제와 특정 단말기, 특정 모바일 메신저라는 점에서 명백하게 '국내 민간인 사찰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 천주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5개 시민단체는 국회 정문 앞에서 합동 기자 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의 감시 목표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였던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시민단체들은 "국정원은 국내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다는 이유에서 '해킹팀'에 카카오톡 검열 기능을 요청했고, 국내에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그 정확한 기종명을 적시해 보완을 요구했다"면서 "또한 국내에서 널리 쓰이는 모바일 백신을 회피할 방법을 문의하는 등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를 사찰하려는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몰래 구입 자체, 국정원도 불법 인식 드러낸 것'
이미 국가정보원이 문제의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 자체가 실정법 위반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신명 경찰청장이 공개적으로 단언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보'만으로도 감청 설비를 구매, 운영할 수 있는 유일한 수사 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이탈리아 해킹 업체로부터, 그것도 '나나테크'라는 실체로 알려지지 않은 대행 업체를 통해 몰래 대금을 지불하고 문제의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
그 이유는 해킹 대상인 스마트폰에 악성 코드를 몰래 심는 식으로 한 번 속이는 과정을 거치는 프로그램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14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국가 안위에 명백하게 위험이 되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법에서 규정한 도·감청이 아닌, 해킹을 통한 내사와 수사는 불법"이라며 "(대테러방지법 등)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국정원은 '국외용'이라고 하지만 드러나는 여러 가지 정황은 그게 아니다. 카카오톡에 집중하는 모습, 삼성 핸드폰이 업그레이드돼 출시될 때마다 스파이웨어 업그레이드를 요청한 것, 언론사 기자를 사칭하고, 서울대 공과대 동창회 명단을 활용하려 했다는 점을 볼 때 국내에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박주민 변호사는 "국정원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공직선거법,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보하면 감청 장비를 보유할 수 있는데, 왜 나나테크라는 민간 회사로 우회해 이중삼중으로 어렵고 복잡하게 장비를 들여왔는지 그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면서 "(이들 사이에서) 오고간 메일을 보면 국정원도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해킹 해프로그램 구매와 교육 그리고 프로젝트가 집중된 시기가 국정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던 2012년이라는 점에서 국정원이 전방위로 여론 공작과 사찰을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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