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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 후 공천이 전략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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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 취임 후 공천이 전략적 판단"

[인터뷰] 이재오 "내년 2월에 바로 대운하 첫 삽"

'새 정부의 2인자'로까지 불리는 이명박 당선자의 핵심 측근 이재오 의원은 3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공천은 2월 정부 출범 직후가 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개인적인 견해"라는 전제를 붙였지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시점은 당선자 이미지가 올라가고, 새 정부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한반도 운하도 삽질하기 시작하는 취임 후가 맞다"고 단언했다.

이로써 이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으로 진화되는 듯 했던 한나라당 내 공천권-공천시기 논란이 다시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공개 회동 이후 박 전 대표 측은 "공천 시기를 (정부 출범 이후로) 늦출 필요가 없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주장한 반면, 임태희 비서실장,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 등 이 당선자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인사들은 "그런 합의는 없었다"면서 '1월 말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2월 말~3월 초 공천' 계획을 제시했다.

"과반의석 위한 전략적 공천 시점은 정부 출범 직후"

양측의 발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날 이재오 의원이 "공천은 정부 출범 이후가 맞다"고 못을 박은 셈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표가 '이 당선자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공천시기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시기를) 늦추지 않는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비공개 회동의 일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공천 시기와 관련해 박 전 대표 측을 설득할 방안이 있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가 '(공천을 늦추는 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느냐'고 했다던데, 국민이 우리 이야기를 더 납득하겠는가, 아니면 공천 빨리하자는 것을 납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과 여론의 향배에 따르면 된다"면서 "당내에서 공연히 투쟁하듯 인위적으로 (공천 시기를 둘러싼 논쟁을) 할 필요도 없다. 분란만 난다"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의 주장대로 공천이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지면 이명박 '대통령'의 장악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법 개편안, 차기 총리 및 각료 인사청문절차를 밟아야 하는 1월 말~2월 초에는 그나마 의원들 '눈치'를 보겠지만 그 이후에는 거칠 게 없어지기 때무이다.

"내년 2월에 대운하 첫 삽 뜬다"

한편 인수위 내 대운하 태스크포스(TF)의 상임고문으로 위촉된 이 의원은 "내년 2월에 영산강 운하부터 하고 경부 운하도 곧바로 삽을 뜬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의견수렴이라는 것이 '운하를 한다 만다'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좀 보완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다"고 단언하면서 "총선 공천도 운하를 시작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6년 15대 국회에서 이명박 당선자를 다시 만나 대운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거다!' 싶어서 '나는 국회의원을 할 테니까 형님은 대통령을 하시오'"라고 했다"고 대운하에 대한 '신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이명박 외에 대안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회의해 본 일도 없다"면서 "그것이 이 시대의 애국이라는 나의 믿음이었지, '주군과 가신'의 관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당선자를 '형님'으로 칭할 정도로 친근감을 표하면서도 그는 '토의종군'의 연장선에서 "이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만들어가는 게 내 할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6·3 한일회담 반대부터 이번 대선까지 43년 간 나의 투쟁은 끝났다"며 국가발전전략연구회 등 한나라당 내 모임을 해체하기도 했다.

자신의 정치적 진로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다. 그러나 '7월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정치라고 하는 것이 어느 시점에 어떤 역할 하는 게 나라를 위한 길인가의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고 부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 의원은 '왕년의 운동권' 답게 "역사라는 것이 변화발전 하는 것인데 '좌파'라는 이름으로 지난 10년 동안 정권을 송두리 채 무시하는 것은 안 된다"면서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 일각의 '좌파 적출론'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 당선 이후 재계에 대한 밀착도에 비해 노동계나 진보진영에 대한 메시지는 전혀 없지 않냐'는 질문에 "대책 없이 머리에 붉은 띠 매는 것은 줄여야 한다"고 '실용적 면모'를 강조하기도 했다.

세밑인 31일 국회 의원회관은 한산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실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의원실 조차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의원의 사무실에는 기자, 지역주민, 한나라당 외곽인사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의원이 실세는 실세였다.

다음은 3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이 의원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운하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수렴할 수 없다"
▲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 ⓒ프레시안

프레시안 : 대선 과정에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 있다면?

이재오 : 도곡동 땅 문제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발표가 나왔을 때였다. 그리고 (당내 경선) 제일 마지막 날 서울지하철 전역에 네거티브 유인물이 수십만 장 뿌려졌을 때였다.

광운대 동영상이 나왔을 때는 "아, 부동표는 떨어져 나가고 우리 지지표는 결집하겠구나. 당선은 됐다"고 확신했다.

프레시안: 본선에선 별 고비가 없었다는 이야기인가?

이재오: 그렇지. 당 경선에서 고비가 많았지만 본선에서야 뭐….

프레시안: 오늘 한나라당은 BBK특검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재오: 개정안이 통과되든 현행 법안으로 가든 특검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프레시안 : 인수위에 '한반도 대운하 TF' 고문으로 참여하게 됐다. 합류하게 된 경과가 어떻게 되나?

이재오 : 그것은 내가 모른다. 내가 경선이나 본선 때 계속 한반도 대운하 위원회의 고문을 지내는 등 운하는 적극적으로 했으니까 당선자도 "이재오 최고가 고문 하지" 뭐 이렇게 생각한 것 아니겠나.

프레시안 : 인수위의 장석효 대운하 TF팀장은 내년 2월부터 공사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그렇게 보면 되나?

이재오 : 내년 2월부터 영산강 운하는 삽을 뜰 것이다. 제일 쉬우니까.

프레시안 : 경부운하는 어떤가?

이재오 : 경부운하는 준비를 해야 하니까…. 반대 여론도 수렴해 가면서, 공사해 가면서 수렴해 가야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다른 정책사안의 경우 수렴하면서 조정이 가능할 텐데 운하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닌가?

이재오 : '한다'는 것은 이미 결정된 사실이다. 운하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수렴 할 수 없다. 기술적인 문제라든지 그런 것들이 있지 않나. 예를 들어 문화재 문제나, 강을 복원해 나가면서 강안을 어떻게 항구도시로 만드느냐 하는 등 운하를 만드는 데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수렴하는 것이지, (운하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을 어떻게 수렴하나.

프레시안 : 총선 이전부터 시작하는 것인가?

이재오 : 총선 이전부터 운하는 시작되는 것이다.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바로 시작한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는 선거기간 동안 노무현 정부와 모든 면에서 반대해 왔다. 그런데 선거 이후에는 생각보다는 계승 쪽에도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 실용적 정책이라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한 것을 다 뒤엎는 게 아니다. 합리적이고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이어가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은 고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어갈 만한 것은 뭐가 있나?

이재오 : 내가 볼 때는 정치적으로 권위의 폭을 줄이고, 새로운 권위가 있지 않나. 통치에 의한 권위가 아니라 실리에 의한 권위, 강압적 권위가 아니라 자연발생적 권위로 회복해야 한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도 시도는 했지 않나?

이재오 : 노무현 대통령은 일을 잘못하니까 실패했지만, 대통령의 통치적 권위를 없앤 것은 잘한 것이다. 자유롭게 대화하거나 이런 점도 있고….

"이경숙 문제제기는 '사전 스크린' 차원"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당선자가 '친기업'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다. 반면 노동계나 서민층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쪽에 대한 메시지는 아직 없다.

이재오 :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당선된 것이 아닌가. 바로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것이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투자를 많이 하려면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업의 투자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실업자를 흡수하는 것이고, 그래야 또 바닥경제가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게 초점이다. 그런 점에서 대책 없는 강경파업, 국가경제를 위한 파업이 아니라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한 강경 파업은 조절을 잘 해야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결국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았던 세력을 품에 안는 메시지는 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말로 들린다.

이재오 : 함께 품고 가야 하는데 대책 없이 머리에 붉은 띠 매는 것은 줄여야 한단 말이다.

프레시안 : 일부 언론이나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했던 한 축은 "10년 간 퍼져나간 좌파색을 싹 갈아엎자"는 이야기를 한다. 당 내 한 의원은 '좌파 적출수술'까지 언급했다. 좌파의 기준이 뭔가?

이재오 : 노무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고 폐기한다는 것이어야지 '좌파'라는 이름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정권을 송두리 채 무시한다는 건 안 된다고 본다. 역사라는 게 변화발전 하는 것인데….

프레시안 : 그렇다면 계승이든, 배제든 '실용'이라는 기조로 접근한다고 보면 되겠나?

이재오 : 그렇다.

프레시안 : 오늘로 인수위가 가동된 지 열흘이 됐다. 지금까지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오 : 잘 하고 있지 않나. 당선자의 의지도 확실히 관철되고…. 두 가지다. 우선 인수위가 권력기관화 되지 말라는 것이다. 일만 인수하라는 거다. 실무만 인수해서 잘못된 것, 고칠 것만 검토하라는 얘기다. 정부조직, 사업, 정책 등 실무적으로만 인수해야 한다.

두번 째는 인수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부패하지 말라는 것이다. 검은 돈은 단돈 만 원이라도 주고받지 말라, 이 두 가지는 지키라는 것이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 인수위의 두 가지 과제가 아니겠나.

프레시안 : 이경숙 위원장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었는데, 서로 잘 풀렸는가?

이재오 : 개인적으로는 친하다. (이경숙 위원장의 국보위 활동 경력을) 내가 지적을 안 하고 언론이 먼저 지적한다면 우리가 그런 것도 검토하지 않은 것처럼 되지 않나. 그런 차원에서 반대했던 것이다.

프레시안 : 내부 스크린 차원이었다는 것인가?

이재오 : 그렇다. 내부에서 우리도 이런 것을 다 검증했다는 이야기지. 그리고 당선자는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보다 지금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 국민들에게도 이해가 되지 않겠나. 숨기는 것처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 역사의 어두운 면인데, 광주항쟁에서 전두환 정권이 한 일들이 있는데, (이 위원장이) 국보위원을 한 것을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는 없지 않나.

"국민들이 공천 언제 하는 게 맞다고 하겠나"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공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재오 : 공천의 '공'자도 꺼내지 말아 달라. (웃음)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당선자의 회동 이후에도 공천 시기에 대한 박 전 대표 진영과 당선자 쪽 측근들의 이야기가 서로 다르다. 어떻게 된 것인가?

이재오 : 이건 내 개인 생각이다. 누구를 공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공천전략도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들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줘야겠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시점은 당선자의 취임 직후라는 것이다. 당선자 이미지 올라가고, 새 정부 프로그램 돌아가고, 한반도 운하도 삽질하기 시작하고 이래야 분위기가 올라간다.

아무 것도 없이 공천 받았다고 자기가 지방에 명함 돌리고 다닌다고 표가 오겠나? 전략적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천을 먼저 하면 누구한테 유리하고, 또 언제하면 불리하다는 이런 차원에서 보면 안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런데 강재섭 대표도 박근혜 전 대표처럼 빨리 공천을 하자는 입장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다수 의석 확보 자체도 중요하지만 차기 대통령에게 힘을 싣기 위해서라도 '이명박의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도 있는 것 같던데...

이재오 : 지금 한나라당이 여당이 됐는데 그 사람들도 모두 '이명박의 사람'이 돼야 한다. 우리가 지금 편 가르기 할 때인가.

프레시안 : 어디나 주류, 비주류라는 게 있지 않나

이재오 : 야당 때는 그게 맞다. 당권을 두고도 다투고, 대선후보가 누가 될 것인가를 두고도 다투니까 그런 논리가 맞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여당이다. 여당은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것을 뒷받침해야 한다. 여당 안에 누구파, 누구파 하는 건 경선 때까지의 이야기다. 이제 당에서 대통령이 나온 이상 이제 이명박파, 박근혜파 이야기는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뭔가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하는 사람들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한나라당 전체가 '이명박의 사람들'로 채워져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이재오 :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중심이 된 여당이다. 집권여당으로 체질을 개선해야지, 집권했는데 당권 누가 갖느냐, 대선후보 누가 되느냐 하는 야당식 계파싸움은 안 된다. 이제 대통령을 중심으로 5년 간 어떻게 정부를 잘 이끌어갈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기가 무슨 문제인가?

프레시안 : 박 전 대표 쪽에 대한 설득이 가능하겠나?

이재오 : 설득이 되나마나, 박 전 대표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느냐"고 했다던데, 국민이 우리 이야기를 더 납득하겠는가, 아니면 공천 빨리 하자는 것을 납득하겠나? 자연스럽게 가지 않겠나?

프레시안 : 당 내에서 별도로 논의할 필요 없고, 국민과 여론이 (어느 시점이 맞는지에 대한 ) 선택을 기다리면 된다?

이재오 : 그렇다. 그것을 놓고 투쟁 하듯이 인위적으로 할 수는 없다. 그러면 또 그것 갖고 당 내에서 분란이 난다.

"경선 때 박근혜 지지했다고 불이익가는 것 없다"

프레시안 : 공천 문제를 두고 이른바 '박근혜 계' 인사들의 마음에 골이 생기는 일은 없을까?

이재오 : 그런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당과 정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지 않나. 경선에서 박근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이렇게 하면 되겠느냐. 공천은 이명박을 지지했거나, 박근혜를 지지했거나가 아니라 합당한 기준과 절차에 의해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그 합당한 기준은 뭔가?

이재오 : 그건 당 지도부의 할 일이다. 내가 말 할 수는 없다. 난 평 국회의원 아닌가. 더 이상 나한테 묻지 말아 달라. 지금 말 한마디 잘못하면 또 싸움난다.(웃음)

프레시안 : 당청관계도 마찬가지인데, 박희태 의원도 "노무현 정부의 당청분리 너무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과거 대통령이 총재를 맡으면서 당 대표를 지명하는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는 것인데, 어떻게 보나?

이재오 : 연구해 봅시다. 연구해 봐야 한다. 우리가 야당만 10년을 했으니까…. 여당이 당청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포함해서 집권여당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체제가 바람직한지 연구해 봐야 한다.

프레시안 : 청와대에 정무수석 두는 것이 좋겠다는 것으로 모아지는 분위기인데, 이견은 없나?

이재오 : 청와대 안에 정무수석을 두는 게 좋은지, (김영삼 정부 시절처럼) 내각에 정무장관을 두는 게 좋을지는 연구를 해 봐야 한다.

프레시안 :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주체세력 사이에 청와대, 당, 정부 등 각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만들지 역할분담이 좀 됐나.

이재오 : 이야기해보지 않았다. 지금은 당이 모두 다 주체세력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개인적 문제이기도 하고.

프레시안 : 그걸 다 개인의 선택으로 맡겨 둘 순 없는 것 아닌가? 교통정리가 필요하지 않나?

이재오 : 자연스럽게 교통정리 할 때가 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대운하'를 애국으로 알고 살았지만 나는 '가신'아냐"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최근 "43년 간의 나의 투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예를 들면 권노갑 전 의원이 DJ정권 출범할 때 "나는 영원히 DJ의 비서실장으로 남겠다"는 이야기와는 맥락이 좀 다른 것으로 들렸다. '정치인 이재오'의 향후 전망은 뭔가?

이재오 : 그분은 가신으로 출발했고, 난 가신은 아니지 않나.

프레시안 : 이명박 당선자가 현대그룹에서 '파트너십을 가진 CEO'였던 것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가.

이재오 : 나는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켜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12년을 산 사람이다. 어떤 대안도 생각해 본 일이 없고, 비교조차 안 해봤다. 1996년 15대 국회에서 이명박 당선자를 다시 만나서 대운하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내 머리에 스쳐가는 영감이 있었다. 나는 민주화 운동에 청춘을 바치면서 군사 독재만 무너뜨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독재가 무너진 뒤 어떻게 국가를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지식과 사고가 없었다는 말이다.

운하 이야기를 듣고는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당선자에게 "나는 국회의원을 할 테니까 형님은 대통령을 하시오"라고 했다. 국가에 대한 집행력을 가져야 운하가 이뤄지는 것이니까…. 그게 1996년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이명박 외에 대안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회의해 본 일도 없다.

운하를 실현하는 것이 애국이고,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 애국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에 반독재 운동을 하는 것이 이 시대 가장 큰 애국이라고 생각했듯이 이명박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게 가장 큰 애국이라는 일념 하나로 12년을 살아 왔다.

그래서 시장 출마도 포기하고, 최고위원까지 던졌다. 단 한사람이라도 나 때문에 이명박을 안 찍거나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내가 물러나겠다고 하면서 던진 것이다. 그게 이 시대의 애국이라는 것이 나의 믿음이었다. 주군과 가신이라는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는 목적달성했다. 그 이후의 전망은 어떻게 가져가겠다는 말인가?

이재오 : 정치인 이재오로서 해 나가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나의 길 아니겠나.

프레시안 : 좀 더 구체적으로 독립적인 '정치인 이재오'로서의 비전은 뭔가?

이재오 : 그거야 세월이 흘러가 봐야 알지 않겠나. 5년이다. 5년은 짧고도 긴 세월이다. 이제 한 투쟁의 역사는 끝난 것이고, 이제 남은 것은 나눔의 역사고 섬김의 역사다. 권력, 명예나 부도 더 많이 나누는 세상, 정치인과 공무원이 이 나라의 주인인 것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만들어가는 게 내 할 일이다.

프레시안 : 7월 당권도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봐도 되나?

이재오 : 그런 것은 뭐…. (웃음) 정치라고 하는 것이 어느 시점에 어떤 역할 하는 게 나라를 위한 길인가의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일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고, 취임하고 총선을 하고 이렇게 바뀌어 가변서 그 시점에서 내 역할이 뭔가는 또 생기는 것인데, 다만 내가 앞장서 투쟁하고 싸우는 역사는 끝났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바쁘신 중에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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