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른바 '박근혜법'을 발의하겠다고 하자 7일 청와대가 발끈했다.
새정치연합이 이름붙인 '박근혜법'은 박 대통령이 야당 의원 시절이었던 1998년 12월 24일 공동 발의 형식으로 법안에 이름을 올렸던 국회법 개정안을 말한다. 정부의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것으로, 야당은 이 법안이 최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보다 더 강력한 효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 이 법안을 그대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자신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법안에 대해 과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 법안이 최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박 대통령의 '이중적 태도'를 드러내보이겠다는 정치적 목적도 엿보인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야당이 과거 안상수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법안을 상정하기로 하면서 법안의 이름을 박근혜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렇게 지칭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대통령 이름을 법안의 이름에 함부로 붙이는 것도 그렇지만, 당시에 대통령께서는 법을 발의한 게 아니고 (법안에) 공동 서명을 했다. 언론에서도 보도하실 때 신중하게 다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법을 발의한 게 아니"라는 반박은, 일반적인 입법 과정에 비춰봤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통 법안은 대표 발의자가 있지만, 그 법안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다른 의원들은 서명을 하게 된다. 이는 보통 '공동 발의'로 불린다. 박 대통령이 발의한 법안이라고 말해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사실 '공동 발의' 형식을 적극 활용했던 정치인이다. 일례로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유신헌법에 의해 피해받은 사람들을 구제하는 취지의 '긴급조치 피해자 보상법'에 서명했다. 대표발의자는 하태경 의원이었지만, 당시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공동발의한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박 대통령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를 사죄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설명도 새누리당 안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다른 의원들이 낸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는 것을 신중하게 판단해온 것으로도 유명했다. 박 대통령이 서명을 한 법안은, 곧 박 대통령이 해당 법안을 밀고 있다는 의미로 읽혔을 정도였다. 많은 의원들이 박 대통령을 공동발의자로 끌어오려 했던 것도 그때문이었다.
'박근혜법', 내용 뭐길래 청와대가 '발끈'하나?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시절 발의했던 국회법 개정안, '박근혜법'을 그대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이 지칭한 '박근혜법', 즉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 지난 5월 29일 여야가 합의처리했다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밀려 사실상 자동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과 그 취지가 같다.
전날 새누리당이 '표결 보이콧'으로 표류시킨 국회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는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박근혜법'에 대해 '안상수의원안'이라고 설명하며 "(1998년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의견 제시에 대해 정부가 정당한 이유 여부를 따져 따르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에 정부의 재량권은 과연 없을까? 해석은 엇갈린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세상 어느 누가 (정부가 국회가 요구한다고 해서 국회의 요구를) 검토도 안 하고 처리하냐, 더구나 나랏일 처리하는데"라며 현 국회법 개정안도 재량권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반박한 적이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