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른바 '박근혜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1998년에 찬성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국회법 개정안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1998년 발의됐다 폐기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에 시행령 시정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박 대통령이 거부한 현 국회법 개정안보다 더 '센 법'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박 대통령이 이른바 '박근혜법'마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자신이 동의했던 법안을 자신이 거부하는 모습, 즉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박근혜 의원, 국회법 개정안에 시행령 시정 '의무' 명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5대 국회 당시 박근혜 의원은 국회가 시행령 등 행정입법을 시정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이름을 올렸다.
1998년 12월 14일 안상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했다. 각 부처 장관들에게 국회의 시정 요구에 따라야 할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당시 이 법안 개정 취지란에는 "국회가 행정 입법에 대한 통제를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는 행정 입법이 법률의 입법정신에 따라 적절히 규정됐는지를 확인하고 잘못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행정입법이 올바른 방향으로 시정되도록 관련 조문을 개정"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국회가 시행령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데 당시 박근혜 의원이 동의했던 셈이다.
박 대통령은 1999년 11월 29일에도 현 국회법 개정안과 거의 비슷한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한 바 있다. 변정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국회 상임위가 정기적으로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이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해서,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거나 적정하지 않은 경우 시정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행정입법의)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5월 14일 "정부가 신문법 시행령을 만들면서 한나라당이 독소조항이라며 반대해서 삭제된 부분을 버젓이 시행령에 넣어왔다"며 "이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어이없는 일이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박근혜법' 국회에 제출하면 거부 못하지 않겠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만약 오는 6일 열릴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에 실패한다면, 2015년 버전보다 더 강한 '1998년 박근혜 의원 버전'의 국회법 개정안, '박근혜법'을 그대로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은 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께서 당초에 의원 시절에 냈던 법안을 그대로 내겠다는 취지"라며 "그러면 (박 대통령이 자신이 냈던 법안을 거부하는) 자기모순, 자가당착은 안 하겠죠"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이른바 1998년과 1999년에 제출된 '박근혜법'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두 법안은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정부에 일체의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상민 의원은 "그 해명은 말장난에 불과하지만 좋다. 그래서 저희들이 박근혜 의원이 당시 냈던 그 법률안을 그대로 낼 테니까 그러면 그건 위헌성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는 못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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