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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더러운 여자…", '세 모자 사건'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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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더러운 여자…", '세 모자 사건'의 진실은?

SNS 통해 일파만파…경찰 "성폭행 증거 못 찾아"

"나는 더러운 여자이지만 엄마입니다."

지난달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이 글은 현재(2일) 조회수 99만을 넘을 정도로 누리꾼의 관심을 받고 있다. '목사인 시아버지와 남편으로부터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아왔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말이 '비인간적인 취급'이지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 글에 따르면, A씨는 20년 전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고 강제로 결혼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결혼 후 남편은 낯선 남자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것. A씨는 결혼 생활 20년 동안 성매매한 사람이 대략 1000명 정도 된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씨는 시아버지가 집에 있는 날은 가족 간 혼음을 강요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를 거절하면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고 시아버지와 성관계를 한 뒤에는 남편과 또다시 성관계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A씨는 자신의 두 아들도 이런 상황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남편이 두 아들에게 흥분제를 먹여 자신과 성관계를 맺게 한 후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자신을 협박했다"면서 "정신적 충격으로 첫째 아들(17)은 정신병원에, 둘째 아들(13)은 치료는 고사하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한 "남편은 어린 아들들마저도 성매매로 내몰았다. 손님이 없을 때는 교육이란 명목으로 남편이 직접 성폭행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내용은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를 타고 일파만파 퍼졌다.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라 '설마 그랬을까' 하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이후 '유튜브'에 A씨와 두 아들이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채 "우리가 저의 친아빠에게 성폭행 당한 것이 맞습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A씨의 큰아들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병원에서 잠시 나왔다며 "지난 10년 동안 지옥 같은 인생을 살아야 했다. 우리를 믿어주고 제발 도와달라"며 "수사 기관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은 국민 여러분뿐"이라고 덧붙였다.

▲ A씨가 게시판에 올린 글

경찰 "성폭행했다는 증거 나오지 않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누리꾼이 나서서 진상조사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경찰청, 언론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이들 세모자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2014년 8월께, 이 사실 관련 A씨의 고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제보를 받고 그해 9월에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도 처음 사건 내용을 접했을 때만 해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관련 내용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으리라 예상했다. 관련 내용에서 지목된 시아버지는 이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신도를 성폭행해 경찰에 입건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기자와 누리꾼이 이 사건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당시 우리도 심각한 사건이라고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하지만 하나하나 확인하는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입증할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뒷받침해줄 증거 수집을 위해 A씨 남편의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했으나 A씨와 아이들을 성폭행한 것을 촬영한 동영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 가족이 여행을 다니며 촬영한 동영상만 확인됐다는 것. 경찰은 A씨 주변 사람들도 수사했으나 A씨 남편이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 성폭행 건도 혈액 검사를 했지만 마약류 등은 검출되지 않았고, 진술 전문가에게 아들 진술 관련 의견도 받았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반면, A씨 남편은 거짓말 탐지기도 통과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진술만 있고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경찰은 이 사건을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남편도 A씨 고소

그러자 이번에는 A씨가 직접 나섰다. 진실을 밝혀 달라며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남편의 지인을 고소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담당한 경기경찰청은 지난달 26일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려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전과 똑같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지난 6월 A씨가 자신의 친부모, 친오빠, 친오빠의 부인을 고소한 건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결과는 불투명하다. 되레 A씨 남편과 A씨 시아버지 교회는 A씨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 역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와, 그 피해자의 억울함이 풀리길 바라는 누리꾼은 있다. 하지만 정작 그 피해자의 주장을 확인해 줄 만한 힘을 가진 경찰은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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