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일 오후 민주평통 행사 참석 일정을 돌연 취소하면서 눈길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던 행사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당초 이날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17기 민주평통 출범식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오전 10시경 행사를 5시간 앞두고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기자들이 '대통령과 비공식적으로 얘기할 기회였는데 굳이 안 간 이유가 뭐냐'고 묻자 "예전에도 대통령과 같이 행사를 갔는데, 가 보니까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한 시간 가만히 앉아 있다 와야 하는데, 지금 그럴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는 그의 말은 여러 해석을 낳았다.
김 대표는 이날 민주평통 행사 참석을 취소하고 서울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을 격려 방문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여전히 주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지만, 나흘째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는 긴장감이 다소 떨어져 있는 상태다. 굳이 대통령 행사 참석을 취소하면서 병원을 방문할 만큼 메르스 사태가 여론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김 대표의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는 말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사실상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겹쳐진다. 유 원내대표에게 물러날 것을 종용한 장본인이 바로 박 대통령이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유승민 겨냥 "배신의 정치") 반면 비박계는 유 원내대표 사퇴 불가론을 펴고 있다. 김 대표의 지지 기반이 되는 의원들 상당수도 유 원내대표에게 동정적이다. (☞관련 기사 : 이재오 "친박계 '과유불급'…사퇴론은 사당화")
청와대·친박과 비박계 사이에 '낀' 형국이 된 김 대표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과 조용히 대화할 기회도 없는 행사에 가서 악수를 나누거나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찍히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대표가 직접 대통령과 소통하고 싶다는 얘기를 청와대에 한 적 있나?'라는 취지로 묻자 "답변하지 않겠다"고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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