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배(이하 김): 네, 이슈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것이 여의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있는데요. 오늘은 야당으로 한 번 가보겠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상민 의원을 전화로 연결합니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계시기도 하죠. 여보세요.
이상민(이하 이): 네, 안녕하세요.
김: 네, 안녕하세요.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결국.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의원님.
이: 저는 대통령이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헌법상 보장된 권한이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근거로 내세운 걸 보면 위헌성을 말하고 있거든요. 무엇을 근거로 위헌성을 얘기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만약에 국회의 법률보다 하위규범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을 법의 취지나 내용에 따르지 않겠다면, 상위법인 법이나 법률의 취지에 어긋나겠다는 거죠. 그게 말이 됩니까? 법치행정국가에서요.
김: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회법 개정안 관련 조항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을 보면 이렇습니다. 요구를 요청으로 한 글자 바꾼 걸 언급했죠. ‘처리하여 보고한다’라는 걸 ‘검토하여 처리한다’, ‘처리하여 보고한다’라고 바꾸지 않았다는 걸 강조해서 말을 했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보세요?
이: 아니, 저희도 국정감사를 할 때 국회에서 시정요구를 하거든요, 정부쪽에. 정부가 그에 대해 정부가 보고를 합니다. 어떤 시정요구 사항에 대해서 정부는 이런 조치를 했고, 거기에 따른 것도 있고 미진한 것도 많고요. 그런 걸 해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국회가 개정한 법률에 근거해서 그를 집행하거나 집행하기 위해서나 위임을 받아서 했다면 그에 따라야죠. 지금도 하고 있는 일입니다. 대통령께서 국회의원도 4선인가, 5선 하셨는데요. 그때 대통령께서 뭐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정부쪽에 잘못된 점이 있으면 ‘고쳐라, 시정해라’고 요구해오지 않았습니까? 그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김: 사실 이 문제는 거부권 행사 전에도 논란이 됐고, 많이 이야기를 했으니까 오늘은 짧게만 여쭤보고 가름하죠. 자, 이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될 때, 새누리당 의원의 상당수가 여기에 찬성표를 던졌죠. 찬성이 211표가 나온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어제 새누리당 의총에 따르면 재의표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자동 폐기하기로 당론으로 결정했습니다. 자, 그러면 이게 5월29일에 표결과는 이율배반적인, 상반되는 행위라고 봐야하는 것 아닙니까?
이: 당연히 그렇죠. 집권여당이, 시정잡배도 아니고… 헌법에 주어진 절차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헌법에 근거해서, 법률에 근거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헌법 53조 4항에 따라서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있을 땐 재의에 부치도록 되어있습니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으로 의결하면 법률로서 확정되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고요. 당연히 공당으로서, 더구나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면 당당하게 재의에 부쳐서 참여해야죠. 그 표결에 참여해서 자신들의 지난번 표결을 번복해서 부결을 시키던지, 아니면 가결을 시키던지 그건 그 다음 얘기지만… 재의에 부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게 있을 수 있습니까. 제가 볼 땐 공당으로서 , 심하게 말하면, 헌법이나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넋이 나가있는 듯한 입장이라고 생각됩니다.
김: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떠나서 표결에 참여하더라도. 의원의 한 표는 소신에 따른 한 표 아닙니까? 그러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전의 표결에 준해서 표결을 해야되는 것 아닙니까?
이: 당연히 그래야 되지 않겠습니까. 시정잡배도 앞에서 한 얘기, 뒤에서 한 얘기가 일관되어야죠. 바뀔 때면 무언가 합리적인 이유를 대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 그런데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하냐면요. 그때 자기는 법안 내용을 잘 모르고 찬성표를 던졌다고 하거든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의원들도 있나보더라고요.
이: 하, 아니 그러면 국회의원으로서 처음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표결을 했단 이야깁니까? 그거는 너무 비굴한 태도입니다. 국회의원이 일정 유권자로부터 선출되어서 국민을 대표해서 의정활동을 하게 되어있죠. 그러면 그 의원은 법률 내용도 모르고 묻지마 투표를 했다면, 그 전 표결도 다 그렇게 해왔단 것 아니겠습니까? 자신이 한 정치적 행위, 표결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죠. 그렇게 비겁하게, 비굴하게 할 일이 아닙니다.
김: 자, 7월1일에 본회의가 예정되어 있지 않습니까?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를 재의에 부칠 예정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헌법 53조 4항에 따라서요. 관련 국회법에 의장의 요구가 있을 때는 재의를 부치도록 되어있습니다.
김: 그러면 어제 새누리당 의총 결정에 따르면 7월1일에 재의에 부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재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순간 이건 쉽게 말하면 재의결이 안 되는 거고요. 결국 거기서 끝나는 것 아닙니까?
이: 의장은 재의에 부쳤는데, 새누리당 의원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본 회의에 안 들어오면 의결정족수가 안 돼서 회의가 성립이 안 되는 거죠. 계류 중에 있는 안건으로 돼버리는 겁니다. 말하자면 헌법 53조 4항을 무력화시키고 국회의원들이 헌법상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반헌법적 행동이 되는 거죠.
김:19대 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그 상태로 가다가 폐기되는 겁니까?
이: 만약에 의결정족수가 안 되면 결국 그 안건을 처리할 수 없게 되죠. 저희 당으로서는 의석이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재의에 부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은 없는 셈입니다.
김: 그러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지도부 입장에 대해 물어봐야겠네요. 원내지도부가 어제 재의절차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메르스 관련 법안 처리를 제외한 모든 국회일정을 보이콧한다고 입장을 정하지 않았습니까?
이: 네, 그래서 어제 메르스 관련 법안은 통과시켰고요. 그 다음 모든 국회의 기능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김: 자, 여기서요. 제가 여쭤보고 싶은 건, 정의화 국회의장이 7월1일 본회의에서 일단 재의에 부치는 걸 시도를 하면, 재의 시도가 이뤄졌던 것으로 봐서 국회일정에 다시 응할 수도 있습니까?
이: 아니, 그건 아니죠. 지금 새누리당이 분명 헌법에 따라 의장이 재의에 부치면, 가결하든 부결하든 각자 나와서 표결에 참여해야 하는데, 비굴하게 대통령 눈빛에 굴복해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않는, 그럼으로써 표결을 방해하는 사태에 대해서 묵과할 수 없죠.
김: 그러면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의 입장은 요식적인 행위가 아니라, 실제로 표결이라는 행위까지 이뤄져야 국회 일정에 응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
이: 당연히 그렇지 않겠습니까? 새누리당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법안과 아닌 걸 선별해서 정족수를 채우고 어떤 건 안 채워선 안 되죠.
김: 논리만 갖고 따져보죠. 19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국회일정을 보이콧하셔야 하는데요.
이: 저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원들이 부끄러운 줄 알면 정정당당하게 표결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새누리당은 걱정하는 게, 재의에 부치는 투표는 무기명 투표거든요, 새누리당에서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일 겁니다. 그래선 안 되죠. 집권여당, 정권을 잡은 다수당이 표결에 정정당당히 참여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표결을 방해하는 횡포를 부려서야 되겠습니까.
김: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어떻게 보시는지 한번 여쭤보고 싶은데요. 새누리당의 유승민 대표가 오늘 공개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 아유, 참… 모르겠어요, 그 입장이 되면 그보다 더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유권자들로부터 선출된 국회의원은 대통령과 동적인 관계에 있거든요. 대통령을 견제하며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게 국회의 구성원입니다. 대통령이 이유 없는 화를 내고, 거기에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도, 그런 굽신거리는 태도를 보이면 안 되죠. 국회의원이 권력에 대해 당당하게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데, 그 입장 관철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죠.
김: 유승민 원내대표가 일단은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는 걸로 되어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노선이나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할 수 있는 힘은 거의 소진되었다고 봐야하는 걸까요?
이: 저는 새누리당 내의 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국회의원을 평생 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는 동안에 국민들을 향해서 분명한 공적 언동을 하지 않습니까. 그거에 대해서 본인이 권한과 책임을 가져야죠.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고 얘기를 해야죠. 대통령이 얘기하면 끽소리도 못하고 깨갱하는, 굽신거리는 태도를 보이는 건 옳지 않습니다.
김: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야당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공격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한마디로 ‘경제입법, 민생입법을 제대로 안하고 있다’며 강력한 발언했는데요. 이건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이: 공부 못하는 학생이 성적이 나쁘면 꼭 책을 탓합니다. 지금까지 경제활성화법이라고 해서, 대통령이 요청하신 법률안들, 거의 70~80%가 통과되었어요. 그거 통과되어서 경제활성화 되었고 서민생활이 좋아졌습니까? 대통령 스스로 돌이켜보시고, 자신의 무능이나, 자신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확인하셔야죠. 전제 왕조국가에서도 가뭄 들고, 백성이 힘들고, 전염병이 돌면 왕이 자신의 부덕함을 탁하며 석고대죄도 하고 그랬잖습니까? 대통령이 여당, 야당 싸잡아서 남 탓하십니까.
김: 여기서 난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도 입장을 발표하며 그런 언급을 했던데요. 박근혜 대통령의 어제 강성발언의 배경에 메르스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의 측면이 있다는 거죠. 문재인 대표가 파악한 그 내용이 맞다면, 야당이 너무 강하게 맞받아치면 결국은 청와대의 의도에 맞게 움직이는 상황을 빚을 수도 있게 됩니다. 이런 난감한 상황이 또 있지 않나요?
이: 그게 바로 저희가 야당으로서 갖는 딜레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넘어… 어제 대통령께서 아주 살벌하게 말씀하신 내용, 태도를 볼 때 너무나 전제국가, 절대 군주보다 더한 태도를 보이셨거든요. 민주법치 국가의 대통령이라고 볼 수 없는 행동을 보이셨는데요. 자칫하다간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 국정난맥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되죠. 저희들이 전략적으로 잘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 새누리당이 납작 엎드리는 모드로 가고 있죠. 하루이틀이 지나보면 당청간의 갈등은 수면 아래로 잠복하거나 사라져버리고 청와대와 야당이 각을 세우는 모습만 남을 수 있죠. 그리고 이 각을 세우는 내용이 추경 같은 먹고 사는 문제와 연결이 되어버린다면 야당 탓으로 다시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드리는 질문입니다.
김: 마지막으로 의원님께 이 질문을 드리고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부터 일거수일투족이 전면화 된 것이지, 그 전에 언론이 신비주의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만 극히 제한적으로 공개되었었는데요. 자, 그래서 한 번 이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지금 대통령으로서 보여주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국회의원 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변한 것인지, 어떻게 보세요, 의원님은?
이: 글쎄요, 속마음이나 행태를 제가 단정할 순 없죠. 하지만 사람의 행동이 하루아침에 바뀌어 나올 린 없겠죠. 대통령 되시기 전까지는 국민들에게 상당히 좋은 모습만 보이는 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이제 대통령이 갖고 있는 능력, 행태, 철학이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 국민들이 고통 속에 빠져있습니다. 전제군주시대에도, 어떤 절대 군주도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처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군주들은 임기가 없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가 안 좋았거든요. 임기 5년의 박근혜 대통령이 시간은 결코 대통령의 편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김: 알겠습니다. 의원님 말씀 일단 여기까지 듣고요, 나중에 다시 한 번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의원님.
이: 네, 감사합니다.
김: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상민 의원이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6월 26일 <시사통> '이슈인터뷰'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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