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24조치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에 돌입했다. 대북압박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남북관계 경색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26일 유엔 안보리가 지정한 제재 대상자 외에 무기거래 등을 통해 북한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제3국적자 7명을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제재 대상자는 대만 국적의 개인 3명과 기관 3곳, 시리아 기관 1곳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두고 "외국환거래법에 근거한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허가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 국민 또는 기업이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된 제3국적자와 외국환거래법상 지급 및 영수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를 받지 않고 지급·영수하는 경우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국·일본·호주 등의 경우, 북한의 핵 개발 및 무기거래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자 외에도 제3국적자들을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해 왔다"면서 "그간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대상자인 북한 측 인사를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했었다"고 밝혔다. 안보리에 포함되지 않은 개인이나 기관을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뜻이다.
이에 정부의 이번 조치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5.24조치는 천안함 사건이라는 특수한 경우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 조치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 힘들고, 실제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존과는 다른 수준의 북한 제재 카드를 들고나온 배경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는 한미일 3국 공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 일본 6자회담 수석대표와 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력한 압박과 적극적인 대화 노력을 해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황 본부장은 "북한이 조건없는 대화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해 인권 문제를 비롯한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서울에서 유엔 북한 인권 사무소가 개설한 것과 맞물려 금융 분야까지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에 전방위적인 압박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러한 제재와 압박을 받고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북한은 인권 사무소 개설과 관련해 지난 2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에 유엔 인권 사무소라는 '유령기구'를 조작해낸 것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긴장을 격화하고 대결을 고취하는 범죄행위"라며 "우리는 적대세력들의 무모한 반공화국 인권 모략책동을 단호한 초강경대응으로 끝까지 철저히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금융제재 역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보다는 반발을 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권 사무소 개소와 금융제재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자신들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한 북한이 지금보다 더욱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고 대남 비방과 긴장 조성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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