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합의 및 국회의장 중재를 거쳐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강행하면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본회의 재의결'을 추진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25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2차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의원총회를 열었다. 앞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긴 했지만, 의총에서의 전반적 논의는 격앙된 분위기보다는 차분한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연합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의사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했었으나(☞관련 기사 : 새정치, 국회 의사일정 전면 중단 선언),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총을 거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지원 입법은 별도로 추진하기로 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발언이 모욕적이고 충격적이어서 '메르스 관련 입법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원내부대표들에게서 나왔지만, (오전 긴급) 최고위에서 '그래도 메르스법은 처리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대부분 이에 동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야당을 '발목 잡기 세력'으로 몰고 가려 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다만 '메르스 법' 외의 다른 법안 및 의사일정에 대해서는 "국회법 재의 일정을 잡기 전에는 협조하기 어렵다"(이언주 원내대변인)는 입장이다.
이 원내대변인은 "정의화 의장이 재의에 부치겠다고 이미 얘기했다"면서(☞관련 기사 : 정의화 "朴 거부권 안타까워…본회의에 부칠 것"), 정 의장도 여야에 재의 일정을 협의해 달라고 한 만큼 이 일정을 잡는 것이 다른 모든 사안에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본회의에서의 국회법 재의 추진을 위해, 기존의 원내대표 채널 외에도 국회의장 및 양당 대표 간 3자 회동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문 대표가 직접 정 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공개 발언 형식으로 제안을 하기도 했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朴대통령, 싸우자는 것…정치 아니다")
즉 메르스 관련 법안 처리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며 '발목 잡기 안 한다'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국회법 재의를 위해서는 '다른 의사일정 중단'을 걸어 당 대표 회담을 제안하면서 공을 일단 여당으로 넘긴 모양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 전체를 싸잡아 맹렬히 비난하면서 입법부-행정부 간, 혹은 '청와대·친박 vs 비박·야당·국회의장' 간 전운이 일자, 야당 내의 집안 싸움은 침잠하는 분위기다.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에 반발, 최고위 회의에 불참하는 등 부분적 당무 거부 상태이던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을 주재했고 긴급최고위에도 참석했다.
최 사무총장이 이날 "헌신과 혁신, 이것이 제가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려는 처음과 끝"이라며 "역사적 임무에 무한 헌신해 나갈 것"이라고 총장직을 계속 수행해 나가겠다는 취지의 회견을 했음에도, 이에 대한 반응도 딱히 나오지 않았다. 전날까지만 해도 극심했던 당내 대립에,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이날 점심 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당 구성원의 즉각적 정쟁 중단을 촉구한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혁신위는 중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이 오히려 다소 머쓱하게 느껴졌을 정도였다. (☞관련 기사 : 김상곤 "정쟁 중단 위해 사무총장 공천권 배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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