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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로 한국경제 먹구름? 태풍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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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로 한국경제 먹구름? 태풍 몰아친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발길 끊은 중국 관광객, 풍전등화의 내수시장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MERS)가 국내에 창궐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언제 종식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 여행객들의 한국 방문 예약, 내국인의 국내 관광 예약, 지자체의 각종 행사, 문화 공연 등이 취소되면서 관광 산업과 함께 국내 내수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데, 이 상황이 계속되면 먹구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수출 위주의 경제 성장과 관광산업

국내총생산(GDP)이란 한 국가의 경제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소비, 투자, 정부 구입, 순 수출로 구성된다. 이 4가지 요소를 합산하면 GDP가 산출된다. 2013년 한국의 GDP는 1조 3400억 달러로 전 세계 14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이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지게 되기까지 수출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런데 수출 중심의 경제는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와 같이 내수시장이 작은 나라는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수출만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소비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작은 나라다. 우리나라가 내수확대를 위해 기댈 수 있는 산업은 바로 관광산업으로, 정부는 관광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한국은 1981년부터 2002년까지 외국 관광객이 연평균 7.5%로 증가하다가 2003년 사스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1%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한국의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통해 한류 열풍이 불면서 외국 관광객이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의 관광산업 육성정책이 더해지면서 2012년 외국 관광객이 1000만 명을 초과하는 유례없는 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2002년 제주 무비자, 2009년 의료관광 전용비자, 2012년 환승 관광 무비자 등 비자제도가 개선되고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대폭 증가했다. 사스 이후인 2004년 중국 관광객이 전체 외국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78%에 불과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작년 한 해에는 43.14%를 차지했다. 외국 관광객 중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관광객이 모두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 그래프 1. 한국 방문 외래객·중국인 수 및 외래객 입국 성장률 (출처 : 한국관광공사,중국인 입국 수치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1992년부터 표기함) ⓒ신금미

이렇게 많은 중국 관광객이 방한하면서 한국 관광산업은 그야말로 '중국인 관광객'이라는 특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 특수효과는 비단 관광산업만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관광수지 흑자를 달성했지만 1989년 국민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가 실시되면서 1991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관광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이 적자 폭이 감소하고 있다.마치 대(對)중국 무역 수출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메워주듯이 중국 관광객의 방한이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를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는 주된 요인을 쇼핑으로 꼽을 정도이니 한국 내수 역시 중국인 관광객의 특수효과를 보고 있다.

▲ 그래프 2. 한국 관광수입 및 지출액 (출처:한국관광공사) ⓒ신금미

풍전등화의 내수시장

한국의 소비시장은 수출시장 못지않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는 한국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국 내수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메르스로 인해 한국 여행을 취소하고 있으니 한국 경제가 휘청할 수밖에 없다.

중국도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SARS)로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동병상련을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걸 보면 조금 서운하지만 사스가 중국에 남긴 상처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추산에 따르면 2003년 4월 관광객이 동기대비 약 20~30% 감소하고, 관광객 감소로 교통업, 숙박업, 요식업, 쇼핑 등의 소비가 동기대비 약 100억 위안 (2003년 4월 30일 기준 환율 약 146.83위안, 1조 4683억 원) 감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스가 중국 경제에 남긴 상처는 그리 깊지 않다. 2003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10%로 2002년 9.1%보다 높다. 이는 당시 중국의 경제성장 구조가 지금의 우리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은 수출과 투자 중심의 경제성장 구조로, 중국 관광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경제에 있어 중요하지 않은 산업은 없다. 그러나 관광산업은 여타 산업에 비해 고용창출이 크고 한국의 내수시장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한국 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그런데 정부가 메르스 사태에 우왕좌왕하는 사이 관광산업은 침체되어 가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침체되는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한국관광 안심보험' 시행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풍전등화와 같은 내수시장 구조에서 외풍을 막아주는 바람막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신금미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통상산업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홈페이지에서도 '한중 관계 브리핑'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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