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경선 시 이명박 캠프 선대위원장, 대통령 선거 본선에선 '6인 회의' 멤버이자 법률고문을 맡아 '이명박 이너서클'의 핵심 멤버인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전하는 '이명박 구상'에 따르면 그렇다.
박 전 부의장은 20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향후 5년을 위한 밑그림의 핵심으로 "당청관계의 신질서 정립"을 꼽았다. 그는 "당청분리야말로 현 정부의 실패 원인"이라면서 "대통령은 여당과 긴밀히 협조하고 일심동체로서 정책을 강력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까진 원론적 이야기다. 하지만 박 전 부의장은 '당권대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한나라당의 현 당헌당규에 대해 "그건 대권이 없을 때 이야기"라고 일축하면서 "이제는 야당처럼 자전(自轉)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실상부한 여당 지위에 맞는 당-정-청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은 없어져도 대통령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여당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공전해야 한다는 이야기일까? 박 전 부의장은 "총재 대통령이 당을 지배하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대통령제에서 권력은 모두 대통령이 잡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당은 없어져도 대통령은 존재한다"고도 했다.
이런 체제라면 박근혜 전 대표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박 전 부의장은 "'동반관계'의 틀을 위해 열심히 머리를 짜봐야 한다"면서도 "어쨌든 당과 청와대의 관계 속에서 해결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얼버무렸다.
당장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 공천권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미묘한 문제"라고 단서를 붙이면서도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우리에게 생겼으니 지금까지 하던대로는 못한다"고 답했다.
참여정부의 당청관계에 대해선 박 전 부의장 뿐 아니라 현 여권과 청와대조차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당청분리가 어설프게 적용되면서 여당과 청와대 간의 소통 단절로 인한 불협화음이 종종 목격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질서수립이 필요하다"는 박 전 부의장의 주장은 그런 측면에서 설득력이 강하다.
하지만 당위론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한나라당의 특수성이 만만찮다. '안정적 국정운영'이라는 명분을 앞세운다고 해도 박근혜 전 대표의 시각에선 '당청 신질서 수립 시도, 공천제도 변화'가 '이명박당 만들기'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당선자는, 박 전 부의장이 '정치와 정당을 모른다'고 격렬히 비난한 노무현 대통령 만큼이나 여의도 정치의 이방인이다. 그는 선거전에서도 수차례 "여의도 정치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질서를 매끄럽게 창출하기 어려운 원인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
총선을 앞두고 분열의 가능성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밖에는 '이회창 신당'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부의장은 '이회창 신당'의 파괴력에 대해 "선거철만 되면 그런 사람들 많다"면서 "창당을 하고 떠러지 정치인들이 몰려든다 해도 생존률은 극히 희박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임채진 총장 임기 보장하는 게 맞다"
박 전 부의장은 인수위와 조각 방향에 대해 "인수위원회와 정책 설정은 당선자 측에서 담당하고 당은 실무 역할 외엔 총선 준비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면서 조각 문제에 대해서도 "총선 출마 준비하는 사람은 입각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현정부와의 연계지점과 관련해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겠다"며 검찰과 국정원을 콕 찍어 "많이 바뀌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BBK 수사의 총책임자격인 임채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임기를 보장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부의장은 또한 무리한 경제성장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졸속적 정책은 적합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를 대통령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온 국민들의 노력과 협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인터뷰 전문이다.
"광운대 동영상 없었으면 과반 넘겼을 것"
프레시안 : 과반에 육박하는 압승을 어떻게 평가하나?
박희태 : 국민이 보내주신 압도적 지지에 감사할 따름이다. '양에 못 찬다',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할 처지가 아니다. 과분한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막판에 나온 '광운대 동영상'을 통해 지지율이 빠졌다고 보나, 오히려 지지층이 역결집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나?
박희태 : 빠졌다. 빠졌다가 다시 결집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엔 빠졌다. 그게 없었다면 무난하게 50% 넘지 않았겠나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이회창 후보가 득표율 15%를 넘겼는데, 어떻게 보는가.
박희태 : 이화창 후보는 동영상 공개로 인한 반사적 이익을 봤지 않나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이회창 신당이 성공할진 알 수 없지만 창당 기반 자체는 마련됐다는 평가가 많다.
박희태 : 됐다고 볼 수도, 안 됐다고 볼 수도 있다. 초라한 3등이 아닌가. 그래갖고 당이 되겠나. 어느 한 지역에서도 1등하지 못했다. 뭘 갖고….
프레시안 : 한나라당에서 공천에 탈락하는 사람들을 흡수할 가능성은 있지 않나.
박희태 : 그런 사람들, 선거철만 되면 어느 정당이라도 많지 않나. 그렇게 창당을 하고 떠러지 정치인들이 몰려든다 해도 생존률은 극히 희박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양당체제로 복귀할 것이라 믿는다.
프레시안 : 양당체제 복귀라면 현재의 여권이 어느 정도 재정비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 것인가.
박희태 : 재정비 하겠지. 지금 여권이 분열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지도체제를 바꾼다든지 해서 새로운 모습 갖추게 될 것이다. 그것이 살 길이다. 안 그래도 저렇게 대패, 참패한 정당이 쪼개지면 존립이 가능하겠나.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특검'을 거부해야 한다는 당 내의 목소리가 높다.
박희태 : 특검이라는 것 자체가 선거용이다. 순전히 정치적인 동기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선거용 특검인데, 선거가 끝났다. 압도적 국민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특검이 존립할 가치가 없다. 특검법안 폐기시키는 것이 옳은 길이다.
프레시안 : '선거용'이라는 것이 대선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여권 입장에서는 총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겠나
박희태 : 총선까지 안 간다. 생각해 보라. 국민 중 특검에 대해 관심있는 국민이 어디 있나? 특검도 이명박 당선자 개인에 대한 것이다. 총선과 관계도 없고…. 어떤 국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안 하더라도 영향력 자체를 상실할 것으로 판단하는가.
박희태 : 특검을 통해 뭔가 해보려는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국민은 외면할 것이다. 언론도 취급 안 할 것이다. 총선은 다른 이슈, 새로운 문제를 갖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심판이 끝난 일을 갖고 또 그것을 총선에 끌고 가겠나? 특검이 총선의 이슈는 전혀 안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이 실패한 근본 원인은 바로 당청분리"
프레시안 : 참여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당청 분리'였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분리해야할 때 는 서로 으르렁거렸고 정작 협력해야 할 때는 '나 몰라라'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명박 정부의 당청관계는 어떻게 가는 것인가?
박희태 : 노무현 대통령이 나라를 끌고 가는데 실패한 근본적 이유가 바로 당청 분리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당과 자신을 분리된 별개의 조직, 별개의 정치주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대통령이 당의 도움을 받아서, 어떤 면으로는 당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정책을 수행하고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지 않나.
도대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당을 떠난다, 평당원으로 남는다, 당청을 분리하겠다'? 무엇 때문에 정당이 대선에 개입해 대통령을 만들고, 여당이라고 하는가.
노 대통령이 급속하게 힘이 빠진 이유가 당청 분리다. 노 대통령은 너무나 당의 역할과 기능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당정치의 제도 하에서 대통령은 여당과 긴밀히 협조하고 일심동체로서 정책을 강력하게 수행해야 한다. 당을 통해 국민의 민의를 수렴하고, 당을 통해 확산시키고, 당을 통해 국회운영에 영향을 미쳐 자신의 정치를 펴야 한다.
당청 분리 때문에 열린우리당에서 반란이 일어나서 결국 산산조각이 났다. 그렇지 않나? 게다가 또 이합집산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보통 실패가 아니라 처절한 실패를 했다. 자신과 정당을 분리시키는 비현실적이고, 정치의 기초에도 안 맞는 노 대통령의 행동 때문이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의 정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는데 사실 이명박 당선자 역시 정치인 출신이 아니고, 당과 밀착도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당청관계 정립이 쉽지 않을 텐데.
박희태 : 새로운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예전에는 대통령이 총재로 당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 우리 당은 이런 대통령 시절을 오랫동안 지냈다. 예전에는 당권이란 말도 없었다. 그냥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임명하는 것이었지. 당의 의사결정과 정책결정도 마지막에 대통령에게 결재를 받아야 했다.
그러다 갑자기 야당이 되고 대통령이 없어지니까, 게다가 당이 유일하게 야권을 끌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 당권에 대한 집착도와 중요도가 높아졌다.
그런데 우리가 다시 대통령을 맞이하게 됐다. 우리로서는 처음 당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과거 여당 시절, 대통령이 있던 시절로 똑같이 회귀하기는 어렵다. 정당 역할도 변했다. 당이 완전히 청와대의 부속기관처럼 되면 안 된다는 게 국민들의 목소리다.
그런데 (여당이 됐으니)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야당으로서 당이 자전(自轉)하는 것도 (바른 길이) 아니다. 새로운 당청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경계해야 할 것은, 절대로 노무현 식으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그런데 한나라당 당헌당규를 보면 당권과 대권이 분리돼 있다.
박희태 : 아 그거야 대권이 없을 때 만들어 놓은 것이고…. (웃음)
프레시안 : 정무수석 같은 직책은 부활시켜야 한다고 보나.
박희태 : 글쎄, 정무수석이 없어서 노무현 정권도 대국회 관계에서 상당히 어려웠다고 본다.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 하다. 대통령과 여당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서 국정을 담당하고 운영해야 한다. 물론 무조건 당이 '예스맨'이 돼선 안 될 것이다.
이게 좀 묘한 것인데,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쪽(여권)도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과거 전통적인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를 유지했다. 난데없이 노무현 대통령이 아주 이상한, 검증도 안 된 시스템을 마치 정치개혁인 것처럼 추진해 왔다.
그것은 대통령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통령제에서 권력은 모두 대통령이 잡는 것이다. 당이 권력을 잡나? 당이 집권하나? 대통령이라는 개인이 모든 권력을 갖는 것이다. 당은 없어져도 대통령은 존재한다. 내각제하고는 다르지 않나. 노 대통령은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을 마치 시대적인 요구인 것처럼 했다.
"대통령이 있는데 당이 공천을 다 할 수 있나"
프레시안 : 한나라당의 현 시스템도 열린우리당 영향을 꽤 많이 받았는데.
박희태 : 맞다. 우리 쪽에도 영향이 있었다. 그렇게 안 하면 뒤떨어진 정당인 것처럼 됐다는 얘기다. 이제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다. 그런 '새로운 당청관계'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과 위상은 무엇일까. 당선자도 '국정의 동반자' 언급할 만큼 그가 단순한 '원 오브 뎀(one of them)'은 아니지 않나.
박희태 : 글쎄…. 어쨌든 당과 청와대의 관계 속에서 해결돼야 하지 않겠나. '동반관계'의 틀을 짜는데 지금부터 열심히 머리를 짜 봐야겠지.
프레시안 : 당청관계는 공천권 문제와과도 바로 연결되는 문제 아닌가.
박희태 : 공천권이 심각하고 큰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이것도 당청의 협력관계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은 전혀 모르겠으니 공천은 당이 마음대로 하라'는 것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모든 영향력을 대통령이 행사하겠다'는 것도 안 된다는 말이다.
미묘한 문제이긴 하다. 내가 강조하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우리에게 생겼으니 지금까지 하던 대로는 못한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있든 없든 당이 (공천을) 다 한다? 그게 되겠나.
프레시안 : 당청 관계,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공천 문제 등에 있어 과거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혁명적 상황이 왔다는 이야기인가.
박희태 : 그렇다. 여기에 맞는 것을 빨리 우리가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모델 정립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그 모델을 논의할 수 있는 기구나 주체도 염두에 두고 있나?
박희태 :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아직 선거 끝난지 하루밖에 안 됐지 않나. 지금의 시스템은 야당 시스템이다. 여당의 시스템과는 너무 다른 것이다. 대통령이 없을 때니까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지, 대통령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지금은 다르다
프레시안 :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없지 않나?
박희태 : 공천은 총선 한 달 전 까지만 끝내도 상관 없다. 탄핵 때를 보라. 탄핵안 통과됐던 것이 (2004년) 3월12일 이었고 총선이 4월15일이었다. 탄핵 뒤에서야 공천을 했다. 최병렬 당시 대표 자신도 공천에서 떨어졌다. (당청관계, 공천권 설정을 위한) 시간은 충분하다.
프레시안 : '원칙'을 유난히 강조하는 게 박근혜 전 대표다. 당헌당규에 명시된 당권대권 분리원칙을 바꿔서 당청관계를 수립하려는 시도가 반발을 사지는 않겠나.
박희태 : 글쎄,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 그런데 내 생각에는 노무현식 당청 관계로는 아무 것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나는 현실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나?
프레시안 :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의회는 호남을 제외하곤 한나라당이 완전 석권하고 있다. 대권도 되찾았고 총선도 뭐 200석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렇게 권력을 다 잡아버리면 일 하기 편할지 몰라도 한나라당 입장에선 부담도 같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
박희태 : 견제심리 자꾸 자극하지 마세요.(웃음) 압도적인 승리를 보장해서 당과 청와대가 모처럼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좀 도와 달라. (웃음) 국회가 뒷다리를 잡아서 못 했다는 이야기는 안 나오도록 해야지 않겠나.
"인수위는 후보자 측이, 당은 총선 준비 매진"
프레시안 : 이제 관심사는 인수위다. '일하는 인수위' 컨셉이라는데 당에서는 크게 관여를 안 한다고 보면 되는가?
박희태 :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람들은 있지 않겠나. 그런데 전면적으로는 (관여) 어렵지 않을까 한다. (당 내부 인사들은) 총선준비에 많은 몫을 해야지.
프레시안 : 본인도 인수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박희태 : 난 희망하는 것도 없고,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도 없고…. (웃음)
프레시안 : 인수위 구성 시기는 어떻게 되나?
박희태 : 당선자 언급은 없었는데, 빠르면 금주 안에, 늦어도 다음 주 정도면 안이 나오지 않겠나.
프레시안 : 당을 가급적 배제한다는 인수위 구성 원칙이 조각까지도 연결되나?
박희태 : 그렇게까진 가지 않을 것 같다. 인수위는 인수위고, 조각은 조각이다.
프레시안 : 인수위하고 마찬가진데 총선 때문에라도 정치인들 입각은 어렵지 않나.
박희태 : 물론 출마할 사람들은 어렵겠지.
프레시안 : 인수인계 작업은 원활하게 될까?
박희태 : 잘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번 선거에서는 비교적 얌전하게 계신 것 아닌가? 선관위에서 옐로카드도 몇 번 받았지만 정작 선거운동 기간에는 비교적 얌전하게 계셨다. (웃음)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에선 인수작업을 위한 '정책백서' 발간작업 중인데, '노무현표' 정책들은 모두 백지화하는 것인가.
박희태 : 그렇게야 되겠나. 잘 한 것은 이어 받고, 잘 못한 것은 타산지석, 반면교사로 삼아야지.
프레시안 : 잘 한 것은 뭐가 있을까?
박희태 : 잘 한 것이 없겠나? (웃음) 5년 동안이나 했는데….
프레시안 :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과 묶어 검찰과 국정원을 비판해 왔다. 그래도 현 정권은 검찰과 국정원 같은 권력기관을 놓아줬다는 평가는 많은 편이다. 지금의 검찰이나 국정원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게 되는 것인가.
박희태 : 검찰은 법 대로 하면 된다. 검찰은 대통령이 직접 지휘를 못하게 돼 있다. 또 검찰총장은 임기제다. 이런 제도를 살펴서 대통령이 잘 하겠지.
프레시안 : 원칙적으로는 그렇지만 이전 정권들은 정권 초에는 의례 검찰력을 동원해 사정이다 뭐다 하면서 박수도 받고 그랬다.
박희태 : 앞으로도 검찰에 대해선 계속 그런 (중립적) 원칙을 갖고 해 나가지 않겠나. 우리 검찰도 많이 달라졌다. 국정원은 이미 제도적으로 많이 개혁이 됐고. 관행도 많이 고쳤다.
프레시안 : 현 검찰총장의 임기는 보장하게 되는 건가.
박희태 : 보장하는 게 맞지 않겠나.
"대통령 혼자 경제 못 살린다"
프레시안 : 정부기관 중에서 가장 개혁이 시급한 곳은 어디라고 보나.
박희태 : 언론을 담당하는 기관, 바로 국정홍보처다. 기자실 대못질은 이제 하지 못할 것이다.
프레시안 : 김영삼 전 대통령도 집권하자마자 '신(新)경제 100일 정책'을 추진했다가 그 부작용을 감당하느라고 고생했다. 이명박 당선자의 경우에도 과도한 경기부양책을 조기에 추진하게 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박희태 : 이명박이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경제가 그 날 부터 살아날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경제는 '심리'다. 기업인들도 돈은 있지만 노무현 정부 하에서 투자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투자를 안 한다는 것 아닌가. 소비하는 사람들도 외국에 나가서 돈을 쓴다. 이런 심리들이 안정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급하게 뭔가를 추진하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안정되면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것 아닌가. 단기적으로 몇 달 안에, 100일 안에 승부를 보려는 졸속정책은 맞지 않다고 본다.
프레시안 : '이명박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을 지나칠 정도로 높여 놓은 것 아닌가. 이것을 충족시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텐데.
박희태 : 기대가 높은 게 맞다. 쉽지 않다. 그런데 경제라는 것이 대통령 혼자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 국민적인 협조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IMF 때 우리 나라의 무역수지 적자가 엄청났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자는 분위기 속에서 금 모으기 운동도 시작했을 때 바로 그 달에 무역수지가 흑자로 바로 돌아섰다. "우리도 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경제는 성공한다.
프레시안 : 대운하는 바로 시행하는 것인가?
박희태 : 국민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으로 한다는 게 아니지 않나. 민자사업을 한다는 것인데, 민자가 모여야 사업을 할 것 아닌가. 민자를 끌어내기 위한 준비에는 착수를 하겠지. 환경 문제라든지, 각종 부작용들에 대한 검토도 하고, 여론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금방은 안 할 것이다. 바로 착수하긴 어렵지 않겠나.
프레시안 : 긴 시간 동안 말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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